필자가 변호한 총 51건의 참여재판 중 강도죄 유형에 속하는 사건은 총 8건으로, 사건명은 강도, 준강도, 특수강도미수 2건, 특수강도등 2건, 강도상해등 2건이었습니다. 강도죄 유형에서는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다양한 편인데 위 8건에서는 ① 피고인에게 강취의 고의가 있었는지, ② 사건 당시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는지, ③ 그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가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였는지, ④ 피고인이 사건 당시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가 실제 쟁점이 되었으며 ⑤ 순수하게 양형을 다투는 사건도 1건 있었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를 다투었던 서울북부지방법원 (이하 모두 서울북부지방법원 사건이므로 법원명은 생략하겠습니다) 2012고합359 특수강도미수사건 및 2012고합181 특수강도등사건은 검찰 측이 공판기일 이전에 강도죄 부분을 철회하고 폭처법위반(집단·흉기등재물손괴등)죄와 절도등죄로 공소장을 변경하여 결국 참여재판 당일에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양형사유만을 주장하게 됐습니다. 두 사건 모두 이미 공소장변경은 됐으나 변호인은 증인신문을 통하여 변경 전 죄명이 성립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고, 최후변론에서는 수사기관에서 조사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아서 피고인이 실제보다 과도한 죄명으로 억울하게 기소를 당하였던 점을 언급했습니다.

2013고합29 준강도사건과 2013고합381 특수강도사건의 경우 사건 당시 폭행의 정도가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가 아니었으며, 피고인이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음을 주장하는 사건이었습니다. 두 사건 모두 증거기록을 살펴보면 법률적으로 강도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으나, 일반인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강도죄에 비하여 폭행의 정도가 매우 경미한 사건이었습니다.

변호인의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주장을 통해 강도죄에 대하여 무죄를 받겠다는 생각보다는 ‘폭행의 정도’를 쟁점으로 만들어 배심원들과 재판부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피해자에 대한 반대신문을 통하여 폭행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미함을 강조하여 최종적으로는 양형에 참작을 받으려는 목적이 컸습니다. 두 사건 모두 변호인의 의도대로 배심원들의 유무죄 평결시간이 다른 사건보다 길어졌는데, 2013고합381 사건의 경우 배심원 1인은 특수강도죄에 대하여 무죄 평결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배심원들의 유무죄 평결 논의가 길어지는 경우에는 설사 유죄 평결이 나오더라도 양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2013고합381사건은 죄명이 특수강도로 법정형이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이고, 검사의 구형이 5년이었음에도 배심원들의 다수(5인)가 피고인의 심신미약을 인정하고 징역 1년 6월의 양형의견을 제시하였으며,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2014. 2. 18. 선고 2013고합408 특수강도미수사건은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양형사유만을 주장하는 사건이었습니다. 변호인이 배심원 선정기일에 배심원후보자들에게 “우리나라 형사사건 양형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냐”고 질문하자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당시에 있었던 재벌 총수들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을 언급하며 우리나라 형사처벌이 힘 있는 사람들에게만 약한 것 같다는 불만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전과가 전혀 없는 피고인이 실직 후 생활고를 겪다가 쌀이 떨어지고 휴대폰이 끊기자 편의점 강도라도 하여 돈을 마련해보려고 집에 있던 식칼을 들고 나가서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일하는 편의점에 들어가 계산대 앞에 서서 칼을 보여주며 돈을 내놓으라고 하였으나 아르바이트생이 신고를 안 할테니 빨리 가라고 하며 돈을 주지 않자 그냥 편의점을 나온 사건이었습니다. 기소 이후에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여 합의서도 제출된 상태였으나 검찰 측은 피고인 행위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징역 2년 6월 및 몰수를 구형하였습니다.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에 대한 양형사유를 하나하나 열거하였고 특히 편의점 CCTV 캡쳐 사진을 다시 한 번 제시하며 피고인은 계산대 바깥쪽에 서서 칼을 보여주며 돈을 내놓으라고 하다가 돈을 주지 않자 밖으로 나가는 어리숙한 행동을 하였을 뿐, 피해자가 있는 계산대 안쪽으로 침입하거나 피해자에게 직접적으로 칼을 들이대는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며, 유독 피고인처럼 돈 없고 힘 없는 사람에게만 가혹하게 적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는데, 그 순간 모든 배심원들의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배심원 평의 및 평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루어져서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법적으로 허용되는 최하형인 징역 1년 3월 및 집행유예 2년의 양형의견을 밝혔고,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 및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80시간 사회봉사명령, 몰수를 선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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