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변호한 총 51건의 참여재판 중 살인죄 유형에 속하는 사건은 총 6건으로 그 죄명은 상해치사, 살인미수, 살인미수 등, 성폭법위반(강도살인미수), 살인이었습니다.

살인죄 유형에서 범행이 기수에 이르렀을 경우에는 수사기록에 현장 사진 및 사체 사진, 부검 사진 등이 있어 변론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변호인의 모두진술이나 증인신문까지만 해도 피고인의 주장에 일응 수긍하는 표정을 짓던 배심원들이 피가 낭자한 현장사진이나 훼손된 주검사진, 부검사진이 제시되면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거나 심지어 욕을 내뱉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유족이나 피해자의 가족들이 분노한 표정으로 방청석에 앉아 있으면 법정분위기가 매우 무거워지는데 배심원들도 심리적 압박을 느낄 것이라 생각됩니다.

살인죄 유형 변론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살인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는 국민이 생각하는 양형과는 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을 통한 여론이나 그림자배심원, 방청객의 소감을 들어보면 “사람을 죽였는데 이 정도 형 밖에 나오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으며, 배심원들의 양형의견 역시 재판부의 판단보다 가볍지 않았습니다. 결국 살인죄 유형에 대한 참여재판을 준비한다면 우선적으로 유족 또는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서 노력하고 배심원들이 양형의견에 참고하게 되는 대법원 양형기준의 항목 하나하나에 대하여 변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며, 막연히 배심원들의 동정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할 것입니다.

배심원선정기일에는 무죄를 다투는 경우라도 유죄가 나올 경우를 대비하여 양형과 관련한 질문을 해야 할 것이며, 특히 “오늘 사건은 살인사건이라서 공판과정에서 끔찍한 현장 사진이나 사체 사진들이 제시될 예정인데, 이런 것에 부담을 느끼시는 분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을 하여 전체 배심원 후보자들에게 미리 마음의 준비를 시키고, 평소에 끔찍한 사진은 못 본다는 배심원 후보자들은 기피신청을 하도록 합니다.

다음 두 사건의 실제 최후변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13고합5(2013감고1) 살인미수 사건은 오랜 기간 조현병을 앓아오던 피고인이 환청에 시달리다 길에서 마주친 피해자를 따라가 칼로 가슴 등을 찔러 약 21일의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힌 사건입니다.

“검찰 측은 이 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규정하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변호인의 생각은 약간 다릅니다. … (중략) … 변호인은 묻지마 범죄라는 것은 정상적인 사람이 반사회적인 목적으로 무차별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그런 범죄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규정되어야 할 것이며, 이 사건과 같이 순전히 정신병에 의해서 저질러진 범죄는 전혀 다른 범주로 다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류가 생긴 이래로 신체에 병이 생기는 것과 똑같이 정신에도 병이 생겨 왔습니다. 그래서 선사시대나 조선시대나 항상 정신병자들이 있었고, 그 정신병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범죄는 변호인이 규정하는 반사회적 범죄, 즉 최근 들어서 급증하고 있는 반사회적 범죄와는 전혀 다른 원인에서 예전부터 있어 왔던 범죄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정신병에 의한 범죄는 그 원인이 정신병이기 때문에 예방이나 대응이 치료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지 엄벌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입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13고합312 살인미수 등 사건은 피고인이 자살을 하려고 하였을 뿐 살인의 고의가 없었음을 주장하다 여의치 않아 예비적으로 B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없음을 주장하였고, 이 부분에 대하여 배심원들의 만장일치 무죄평결, 재판부의 무죄판결을 선고받았습니다.

“예비적으로 설사 A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살인미수의 공소사실은 두 가지입니다. A와 B 두 명을 죽이려고 하다가 실패를 했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A를 죽이려고 하였느냐, B를 죽이려고 하였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 각각 판단을 해주셔야 합니다. 오늘 증인들의 증언을 들어 봤을 때, 피고인이 한 행동은 먼저 A를 불러달라고 하였습니다. B의 진술에 의하면 차가 똑바로 오다가 A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본인은 차가 튼 방향 앞에 있지는 않았다고 진술하였습니다. 피고인이 차를 몰고 가다가 A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면 그 옆에 서 있던 B를 죽일 의도가 과연 있었느냐, 고의가 있었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꼭 판단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B는 그냥 거기에 서 있었을 뿐이고, 피고인은 A를 죽일 의도만 있었던 것 같다고 판단하신다면 B의 살인 미수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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