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의 공판기일은 크게 배심원선서 → 재판장 모두설명 및 진술거부권 고지 → 피고인 인정신문 → 검사의 모두진술 → 변호인의 모두진술 → 증거조사(증인, 서증 등) → 피고인신문 → 검사의 최종의견진술 → 변호인의 최후변론 → 피고인의 최후의견진술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가운데 변호인이 준비해야 할 부분은 모두진술과 증인신문, 증거조사 후 의견진술, 피고인신문, 최후변론입니다.

1. 모두진술의 형식
변호인의 모두진술은 검사의 모두진술에 대한 답변으로, 공소사실에 대한 인부,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건의 경위, 정상관계, 입증계획 등을 밝히는 단계입니다. 모두진술을 PPT파일로 준비하면, 변호인이 굳이 손에 자료를 들고 읽을 필요가 없으며, 배심원들이 변호인의 말을 놓치거나 이해하지 못하여도 화면을 보고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이해도가 높아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PPT파일작성시 유의해야 할 점은 국민참여재판 재판정이 매우 큰 편이라 배심원들이 PPT 내용을 보기 위해서는 글씨가 꽤 커야 하며 줄 간격도 넉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글씨크기 32, 줄간격 1.5줄 권장) 또한 모두진술이 길면 배심원들의 주의가 산만해지므로 10∼15분 정도의 분량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자가 주로 쓰는 모두진술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공소사실 인부 ② 이 사건의 경위 ③ 피고인의 주장 요지 ④ 정상관계 ⑤ 검찰 측 증거의 개관 ⑥ 입증계획

2. 모두진술의 내용
전술한 바와 같이 형사재판, 특히 참여재판의 모든 과정은 검사의 공격과 그에 대한 변호인 방어의 구조로 이루어집니다. 모두진술 역시 검사는 공소사실과 적용 법조, 입증 계획을 통하여 피고인에 대한 검사의 주장을 밝히는 것이므로 변호인은 모두진술에서 검사의 시나리오와는 다른 독자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하여야 합니다. 이는 변호인이 재판부 및 배심원에게 주장하는 ‘다른 가능성’이며, ‘합리적 의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진술이 너무 간단하면 법률전문가가 아닌 배심원들이 피고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기가 어려우므로 피고인의 주장을 증거들, 즉 수사기록 중 유리한 부분, 각종 사실조회 결과, 판결전조사서, 정신감정결과 등과 함께 자세히 진술하고, 검찰이 제시할 증거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도 미리 언급하여 배심원들이 재판의 전체적인 틀을 파악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2014년 1월 20일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의견, 무죄판결을 받은 2013고합308 성폭법위반(장애인강제추행) 등 사건의 경우, 공소사실요지는 ‘피고인이 지압을 해준다며 장애인인 피해자의 허리와 음부를 만져 추행하고, 약 한 달 후 자신이 만든 안경을 빼앗으며 피해자를 폭행하였고, 다시 한 달 후 앞의 사건을 고소하였다는 이유로 보복목적으로 3회에 걸쳐 피해자를 협박하고 폭행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모두진술에서 ‘피해자는 피고인이 진짜 박사인 줄 알고 자신의 장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지압까지 받았는데 가짜 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배신감에 피고인에게 가서 따지게 되었고 이후 분노와 복수심에 피고인을 처벌받게 하기 위해 허위진술 또는 사실을 과장하여 신고한 것으로 보임. 112신고 내용, 신고 당시 출동경찰관의 진술, 112신고 녹음내역 및 녹취록 등에 의하면 피해자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높으며 피해망상 추정된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하였습니다.

피고인의 심신미약 및 양형을 주장한 2013고합107 강도 사건에서 공소사실 요지는 “피고인이 도로상에서 노령의 피해자의 얼굴을 1회 가격하고 손가방을 잡아당겨 피해자를 넘어뜨린 후 ‘조용히 해’라고 겁을 준 후 손가방을 빼앗아 가 이를 강취하였다”였습니다. 이에 대한 모두진술의 개요는 ‘피고인은 어렸을 때부터 경도의 정신지체가 있어 어머니로부터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으나 갑작스런 어머니 사망 이후 알콜 중독에 빠지게 되어 주취상태에서 다수의 절도사건을 저질러 장기의 수형생활을 함. 출소 후 정신을 차리고 택시기사로 열심히 생활하고 있었으나 사건 당일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 상태에서 피해자가 가방을 들고 가는 것을 보고 충동적으로 피해자를 밀어 넘어뜨리고 가방을 뺏게 되었음. 그러나 사건 직후 사람들이 와서 보고 있는데도 쪼그리고 앉아서 태연하게 가방 안을 뒤지고, 피해자가 멱살을 잡자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시멘트바닥에 얼굴을 부딪쳐 피가 날 정도로 다칠 만큼 만취상태였음’이었습니다(재판부, 배심원 만장일치 심신미약인정, 징역 1년 6월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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