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의 입장에서 배심원 선정의 목적은 변호인이 설득할 수 있는 배심원후보를 최대한 남기고 설득할 자신이 없는 배심원후보는 기피하는 것입니다. 어떤 배심원후보가 설득 가능한 배심원인가는 사건 유형, 변호인의 성별, 연령 등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라 기피신청이 필요한 배심원 유형 또한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는 힘듭니다. 다만 필자가 총 47건의 국민참여재판을 변호하면서 정리한 나름의 기준이 참고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이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유무죄 판단의 경우 - 논리적 사고가 부족한 후보자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할 경우에는 심증이 아닌 증거로 엄격한 유무죄 판단을 할 배심원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증거재판주의, 검사의 입증정도에 대한 질문을 하여 ‘심증은 가지만 증거가 부족하다면 무죄로 판단해야’ 하며,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상 기본원칙을 잘 이해하는 후보자를 배심원으로 남겨야 합니다. 증거가 없더라도 검사가 기소했으니 유죄라고 답하는 후보자나, 전과가 많으면 증거가 없더라도 유죄라고 생각하거나 유무죄 확률이 반반이라는 생각이 들면 유죄로 판단하겠다고 답변하는 후보자는 과감히 기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나 증거관계상 유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사건의 경우 유무죄판단에 대한 질문보다는 피고인을 동정할 수 있는 배심원후보자를 가려내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주의력이나 이해력이 부족한 후보자
배심원후보자가 선정기일 처음부터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 보이고 안절부절 하는 태도를 보이거나, 질문에 성의 없는 답변을 한다면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부족하고 재판에 집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기피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청각에 이상이 없음에도 다른 사람의 질문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후보자는 공판 절차에서도 검사와 피고인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3. 자기주장이 강한 후보자
자기주장이 강하여 주변을 압도하는 후보자는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나, 검사 측에 유리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면 독이 될 것입니다. 후보자가 논리적인 판단을 하는지 관찰한 후 변호인이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배심원으로 남기고 애당초 위험을 회피하고자 한다면 기피합니다. 다만 후보자에게 최소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는 소양이 있어야만 배심원 평의절차에서 불필요한 감정싸움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4. 다른 사람의 도덕성에 엄격한 후보자
후보자가 이러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던가, 범죄자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등 단호한 어조로 다른 사람을 비난할 때에는 피고인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5. 우리나라 형벌이 너무 약한 편이라고 주장하는 후보자
후보자가 우리나라 형벌이 전반적으로 약한 편이다, 혹은 대상범죄에 대한 형벌이 약한 편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한다면 본안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양형기준보다 중한 의견을 내는 것에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6. 전문가는 아니나 법률 지식을 가지고 있는 자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보자 또는 법률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직업을 가진 배심원은 법률을 조금 더 안다는 이유로 다른 배심원들이 그 의견에 압도당할 염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형사사건에 대한 전문적이고 실제적인 지식이 부족하여 예상외의 엉뚱한 결론이 도출될 위험이 있으므로 신중하게 기피를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7. 피해자와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가까운 사람이 비슷한 피해를 입은 적이 있는 후보자
절도사건에서 절도 피해자, 성추행 사건에서 성추행 피해자였던 사람들은 당연히 배제하여야 할 것이며, 자신 뿐 아니라 가까운 사람이 비슷한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면 피해자에 대한 감정이입 가능성이 있으므로 기피해야 할 것입니다. 후보자 또는 후보자의 자녀가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인 경우도 기피를 고려합니다. 특히 미성년자 대상의 성범죄는 피해자와 비슷한 연령대의 자녀를 둔 배심원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8. 건강문제나 피곤을 호소하는 후보자
국민참여재판은 최소한 8시간 이상 계속되므로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배심원의 건강상태나 정신적 여유 또한 중요합니다. 후보자가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하거나 어젯밤에 잠을 자지 못하였다며 피곤을 호소하거나, 다른 일이 있어 꼭 가봐야겠다고 이야기한다면 설사 배심원이 되더라도 재판에 집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기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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