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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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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중원 대표 단편선> 거룩한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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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중원 변호사
등록일
2019-01-21 14:14:31
조회수
361
거룩한 정의



형사소송법 제253조 (시효의 정지와 효력)
①시효는 공소의 제기로 진행이 정지되고 공소기각 또는 관할 위반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진행한다.
②공범의 1인에 대한 전항의 시효정지는 다른 공범자에게 대하여 효력이 미치고 당해사건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진행한다.
③범인이 형사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동작구 상도동 골목길
5월은 봄의 절정이다. 온갖 꽃들이 만발하니 계절의 여왕이라고 할만 하다. 하지만 그들은 좁은 차량 안에서 불편한 자세로 앉아 몸을 비비꼬며 누구를 기다리고 있다.
젊은 형사가 말했다.
“5월은 가정의 달인데 우리는 마지막 주말에도 이러고 있으니 너무 한심하죠.”
반장이 말했다.
“…… 새삼스럽게. 우리 신세가 그렇지 뭐.”
“청바지에 잠바 차림이고 나이키 운동화를 신었다고 했죠. 모자를 썼고 말입니다.”
“그렇다고 하더군”
“반장님! 왜? 이렇게 안 나타나는 거죠! 혹시! 쥐도새도 모르게 이미 집으로 들어 갔거나…… 뭔가 낌새를 채고 날라버린게 아닐까요? 일단 집으로 쳐들어가는게 좋지……”
“글쎄 말이야. 정말 답답한 노릇이군. 벌써 9시간을 기다렸단 말이지.”
“집이 엄청 크긴 크네요. 그나저나 어떻게 할까요?”
“우리가 집으로 들어갔다가 그자가 없으면…… 그것도 낭패야. 그 인간이 부엌칼을 들고 덤비거나 자해 소동을 벌이면…… 그것도 큰일이야. 아니면 여자를 인질로 잡고 소동을 벌이거나……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 아니겠어. 진짜 흉악범이니까.
뭔가 잘못 되면 기자들이 아우성을 칠거야. 경찰이 무능하다거나…… 매뉴얼대로 하지 않았다고…… 할 거 아냐.”
“그렇지요 기자들은 입만 살아가지고. 시퍼런 칼날이 눈앞에서 번쩍거리는데 경찰인들…… 자기들은 다짜고짜 무조건 줄행랑을 칠거면서……”
“반장님은 공범의 말을 믿습니까?”
“옛날에 강력계에서 걔들을 잡아들였지. 오래 되었다네. 벌써 15년 전 일이야. 남부터미널 건너편 먹자골목 으슥한 안쪽에 있는 모텔을 덮쳤는데 세 명만 잡은거야. 큰형님은 없었어.
그 당시 4인조 일당의 잔인한 범죄는 1994년 강남 부녀자 5명을 납치하여 살해한 지존파의 범행을 떠올리게 했지. 그래서 제2 지존파라고 했어. 경찰청장이 직접 전화를 해서 빨리 잡으라고 닦달을 하니까 비상이 걸린거야. 그 추운 겨울날 보름 동안이나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잠복 근무를 했다니까.”
“왜? 그 친구들 한 겨울에…… 날씨가 풀리면 시작할 일이지.”
“그만큼 다급했던거지.
그런데 그때 조사할 때 보니까 흉악범치고는 의외로 순진하더라고. 가정환경이 그럴 수 밖에 없었어.
내가 조사하면서 담배도 피우게 하고 커피도 타주었지.
범인들이 자백하게 하려면 다짜고짜 윽박지르지말고 차분하게 말할 수 있도록 조금 쉬게 할 필요가 있는거야. 그때는 아주 느린 동작으로 천천히 물을 주는 등 달랠 필요가 있는거지.
그때 걔들은 막다른 골목이었어. 이판사판이었다니까. 교도소에서 출소한지 몇 달 됐는데 살아가기가 막막했거든.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저질렀다는 거지. 그리고 잡히는 순간에는 자살하려고 했다는 거야. 진짜 호주머니에 독약이 있더라고.
그런데 걔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걔들은 처음 시작하면서 살인을 안하기로 맹세했다고 하더군.
그리고 진심으로 참회하고 반성했어.”
“그런데 말이죠. 어떻게……?”
“걔는 만기출소했어. 그러니까 살고 나와서는 공사판 인부 등 안해본 거 없이 열심히 살았어. 교회에 열심히 나가고 범죄에서는 완전히 손을 씼??거지. 기적같은 일이 일어난거야.
하지만 인간의 오기 혹은 증오심…… 뒤틀린 심사는 인간의 본성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야.”
“갑자기 무슨 말씀이에요?”
“아주…… 우연히 김학모의 행방을 알게 된거야. 그때 옛날 공범중 누군가가 귀띔을 한거라고. 너무나 떵떵거리면서 잘 살고 있다는 거야. 자신들은 십년을 감방에서 살다 나왔는데 말이야. 그러니까 한번 찾아가서 만나보고 싶었다는 거지.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지. 그래도 몇 번이나 망설였다는 거야.
그런데 얼마전에 찾아간 거야. 그랬더니 딱 잡아때면서 모른 채 하더라는 거지. 나중에는 너희들이 멍청해서 잡힌거라고 하면서 비웃었다는 거야. 그리고 더욱 열 받는게 자신은 이미 형이 면제된거나 다름 없으니까 고소하려면 해보라고 떵떵거렸다는 거야.
변호사를 통해서 필요한 법률자문을 받았다고 하면서……
옛정을 생각해서 단지 얼굴이나 한 번 보려고 한 것 뿐인데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먼저 치고 나온거야.
그가 분노해서 말했지. ‘그놈이 먼저 제안을 한겁니다. 큰형님이었으니까 범행을 주도했단 말입니다. 우리는 필요한 게 오직 돈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잔악무도한 강간만은 하지 말자고 했거든요. 그는 피해자가 신고를 못하게 하려면 그걸 해야한다고 하면서 혼자서 그 짓을 했습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었어요. 그때 그걸 말렸어야 하는데…… 후회해도 소용 없죠.’”

안양 교도소에서 처음 만나 알게 된 그들 일당은 강남에서만 여성 4명을 납치해 돈을 빼앗고 성폭행했다. 훔친 차량 3대를 번갈아서 몰고 다니면서 밤늦게 어둡고 한적한 골목을 배회하다 혼자 걸어가는 여성들을 희생물로 삼았다. 그리고 납치한 여성을 며칠간 차에 태우고 다니면서 피해자의 카드로 현금을 인출했다. 차량 안에선 납치한 여성을 성폭행했다. 여성들을 풀어줄 때는 “신고하면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너희 가족들을 몰살해 버리겠다.”는 협박을 빼놓지 않았다.
강북의 도봉구 일대 단독주택 지역에 있는 빨간 벽돌집은 생김새가 비슷했는데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밖에 안 되는 좁은 골목길 양 옆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지은 지 20~30년은 됐을 집들은 담벼락에서 성인 남자가 까치발을 하고 서면 집 안 내부가 훤히 보였다. 그리고 연립주택의 경우 건물 벽면에는 도시가스 배관이 보통 네다섯 가닥씩 뻗어 올라가 있었다. 반지하부터 2,3층까지 연결된 배관은 도둑들이 타고 올라가 창문을 열고 집안으로 침입하기에 딱 알맞았다.
그래서 그 일당들은 한 겨울이었는데 1월 중순까지 한 달 반 동안 네 번은 강남의 골목길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또 세 번은 강북에서 집안으로 침입하여 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강북에서 마지막 범행 후 일당 4명 중 3명이 붙잡혔던 것이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주택가 골목에 세워진 두 대의 스타렉스 차량 안에는 서초경찰서 강력반 형사 4명이 나눠 타고 골목길 양쪽에서 숨을 죽이며 대기하고 있었다. 그날 아침 일찍 집에서 나간 김학모를 체포하기 위해 9시간째 잠복 중이었다.
반장이 말했다.
“그 정보가 확실할 거라고. 그래서 우리가 신원을 파악했고 집도 알아냈으니까. 분명히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고 연락이 온거야. 결국 마누라가 있는 집으로 돌아오겠지.”
젊은 형사가 말했다.
“그러면 기다릴 수 밖에 없다는 거죠.”
“그렇다니까, 방심은 금물이야. 그런 때 꼭 실수를 하게 돼있거든. 테이저건을 잘 점검해…… 여차하면 허벅지에다 먹이라구.”
“그게 말이죠. 말을 잘 안들어요. 전극침 두 개가 정확하게 목표물에 꽂혀야 하는데 그게 어렵단 말입니다. 차라리 권총으로……”
“권총은 안돼. 언론에서 난리가 날거야.”
“그인간이 반항하고 날뛰면 우선 삼단봉을 써야죠. 그래도 안되면 테이저건을 쏠 수 밖에 없죠. 맞거나 안맞거나……”
“그리고 말이야, 저쪽 김경사한테 다시 연락을 해. 그 자가 골목에 나타나서 우리가 접근하면 그쪽으로 튈 수 밖에 없으니까…… 완전히 봉쇄하라고 해.”
“반장님! 저기! 그 자가 나타났어요.”
“내리자구. 칼을 조심하라구……”
형사들은 차에서 내려 지나가는 행인인 것처럼 천천히 지나가다 그가 무심결에 처다보는 순간 그의 양팔을 붙들고 체포했다.
너무 싱겁게 끝나버렸다.
김학모가 큰소리로 외쳤다.
“왜?! 이러세요.”
형사들이 체포영장을 내밀었다.
“특수강도강간범으로 체포합니다.”
“나는 그런 짓을 한적이 없어요. 사람을 잘못 본거 아닙니까? 그렇지요! 잘못……”

서초경찰서 조사실
김학모는 흉악범으로 체포되어 경찰의 조사를 받으면서도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지 안절부절하기는커녕 전혀 긴장하지 않은 체로 비웃음에 가까운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강력반 형사가 말했다.
“잘 도망다녔어. 어떻게 15년 동안이나……”
피의자가 말했다.
“전 도망다닌게 아니라구요. 그 동안 잘 살았어요.”
“그렇겠지. 공범들은 그때 잡혀서 10년이나 썩다 나왔는데……
다시 말하면 강간이 빠졌더라면 훨씬 가볍게 처벌을 받을 수 있었단 말이지. 그러면 특수강도강간이 아니라 특수강도만 되는 거였다고. 그런데 당신은 혼자서 강간을 했으면서 빠져나가 그동안 아주 호의호식하고 살았단 말이지. 어련하겠어.”
“제가 알 바 아니죠. 모두가 팔자소관아니겠어요.”
“뭐라고……? 팔자소관이라고! 동생이 찾아왔을 때 그렇게 냉대하는게 아니었어. 형님이니까 술 한 잔 사면서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했더라면 다 넘어갔을텐데. 자업자득이라고. 그사람도 인간이니까.
그래서 감정이 폭발한 거라고. 분통이 터질만도 하지. 그렇지 않겠어? 칼을 들고 가슴을 깊숙이 찌르고 싶었을 거야……”
“전…… 형사님한테 협박을 당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차피 결론이 났거든요. 형사님도 바쁘시고 저도 밖에서 벌려논 일 때문에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빨리 처리하시는게……”
“피의자님이 시간이 없으시단 말씀이네요.”
“그렇지요. 저는 단순 인출책에 불과했어요. 돈 신부름만 했단 말입니다. 그리고 잔인무도한 성폭행은 걔들이 한 거에요. 걔들은 저보다 훨씬 어렸으니까 혈기왕성했을 꺼 아닙니까. 무슨 짓인들 못하겠어요.”
“지당한 말씀입니다.”
“형사님께서 이해해주시니까 정말 안심이 됩니다.”
“여기 그때 공범들의 사건기록이 있지요. 몇 백 페이지는 될거 같네요. 우리가 샅샅히 뒤졌지요. 공범들은 당신이 주범이라고 진술했지. 물론 공범들은 책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하는게 버릇이긴 하지. 그런데 모두 일치해서 아주 세세하게 진술했단 말이지. 믿을 수 밖에 없는거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피해자들의 진술이 있어요. 모두 강간을 귀하께서 직접 실행한 것으로 되어 있지. 그때 피해자 쪽에서 채취한 체액도 모두 귀하의 것이거든.”
“그럴 리가……”
“잔머리 그만 굴리고…… 국과수 자료까지 잔뜩 있으니까. 발뺌을 하면 피차간에 피곤한게 아니겠어. 우리도 빨리 끝내고 집에 들어가면 얼마나 좋아. 모처럼 마누라와 얘들하고 함께 저녁식사도 하고. 그게 저녁이 있는 삶 아니겠어.”
“……”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던데……”
“그렇지요. 아주 유명한 변호사님한테서……”
“그래서……?”
“그러면…… 어차피 다 인정하겠습니다. 별거 아니지요. 제가 다 인정을 한단말입니다. 더 이상 그 부분을 조사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인정을 다하지. 갑자기…… 이거 웃어야하나 울어야하나…… 이거 너무 싱겁잖아.”
“진즉 말씀드려야하는데…… 공소시효가 만료되었거든요.”
“공소시효라고……. 공소시효가 어쨌다는 거야.”
“제가 잘 아는 변호사한테 자문을 받았지요.”
“그걸 변호사한테서 자문을 받았다고?”
“그렇습니다. 공소시효가 만료되어서 저는 자유라고 했습니다.”
형사는 잔뜩 얼굴을 찌푸리며 못마땅한 듯 피의자를 노려보고 나서 말했다.
“우리가 출입국 관리사무소에다 확인을 했지. 위조 여권을 가지고 15년전에 중국으로 출국을 했더군, 2002년 2월이었어. 그게 누구 여건이었는지도 확인했지. 30분 늦게 태어난 동생 여권을 가지고서…….
일란성 쌍둥이였단 말이지. 참으로 희귀한 일이었어. 일란성은 DNA가 완전히 일치한단 말이지. 그런데 동생은 언젠가 죽었는데…… 사인은 불명이고. 어쨋거나 사망신고는 하지않고 깜쪽같이 동생 행세를 하면서 경찰을 따돌린거지.”
“저같은 무지랭이가 뭘 알겠어요. 변호사가 그러드라고요 특수강도강간 공소시효는 15년인데 그 공소시효가 지난 1월에 만료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저는 처벌을 면한다는 거죠.”
“뭘 모르고 계셨군요. 처벌을 피하려고 외국으로 도피하면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거. 그러니 공소시효가 만료된 게 아니지.”
“아! 그 부분도 자문을 받았어요. 저는 생활 근거지가 국내에 있었거든요. 다만 생활비를 벌기위해서 중국 북경에서 음식점을 했단 말입니다. 제가 북경에서 했던 음식점의 허가증도 있고 한국 관광객들이 몰려와서 음식과 술을 마신 수천장도 넘는 사진들이 있지요. 중국 세무서에 세금을 낸 자료도 있습니다…….
제가 종업원으로 들어가서 나중에 인수를 한 겁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크게 키웠지요. 장사가 너무 잘 됬어??”
“그런데 왜 그만 두고 나왔죠?”
“돈도 귀찮더라고요. 국내로 들어오고 싶었죠.”
“돈이 많으니까 귀찮더라……”
“그러니까…… 형사님도 아실 거 아닙니까?”
“그래도 국외 도피라고 할 수 있지. 국내에는 생활 기반이 없지 않은가?”
“무슨 말씀을…… 저는 국내에 집도 있고, 예금통장도 있고, 제 명의로 된 자동차도 있어요. 우리 애들이 둘인데 걔들 생일이나 학교 입학식이나 졸업식때 참석했고 그걸 찍은 사진도 있지요.
그리고 북경 음식점에서 제가 벌어들인 수입은 대부분 국내로 송금했어요. 그러니까 송금 영수증이 전부 있단 말입니다.
그것뿐일까요. 출입국 기록을 보세요. 저는 일년에도 몇 번씩이나 국내에 들어왔어요.
그런데도 국내에 생활 근거지가 없다고요?”
“그래…… 그건 검찰에 송치되고 난 다음에 검사하고 따져보시지. 국외 도피는 생활 근거지가 국외인지, 국내인지가 중요하다고 하니까. 골치 아픈 법률문제는 검사가 알아서 할거야
설령 국외 도피가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공소시효는 살아있다고 봐야되겠지.”
“그것도 말이 안돼죠. 제가 범행한 것은 정확히 2002년 1월 중순까지 한 달 반 동안이었죠. 그리고 그들이 잡히고 나서 낌세가 이상하니까 2월 중국으로 갔단 말입니다. 위조 여권을 사용한 일에 대해서는 여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아 마땅하지요. 그렇지만 그건 아주 사소한 거 아니겠어요.
다시 말씀드리면 공소시효는 완성됐단 말입니다. 지금이 2017년 5월 중순 아닙니까”
“경찰에도 참으로 훌륭하신 젊은 변호사들이 있어서 많은 자문을 해주고 있지.
쉽게 말해서…… 검사가 공범들에 대해 기소를 제기하면 시효가 정지되게 되어있고 그 효력은 다른 기소되지 않은 다른 공범에게도 미치게 된다고 하더구만. 그리고 나서 당해 사건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다시 진행된다고 하더라고.
형사소송법에 그렇게 규정되어 있단 말이지.
다시 말하면…… 공범들의 사건은 2002년 6월쯤에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고. 그러니까 귀하의 공소시효는 2002년 6월부터 계산해야하는데…… 그렇다면 2017년 6월이 되야 공소시효가 만료되는데 딱 한 달이 부족하지.”
“왜 그런 말씀을…… 틀림없다니까요. 변호사가…… 유명한 변호사가 그렇게 말했어요.”
“당신은 자문을 받을 때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대충 했겠지. 그게 화근이었어.
어쨌거나 안타깝군. 내가 안타깝다니까. 한 달만 버텼으면 되는데. 하늘도 무심하지.”
“무슨 말씀인가요. 도저히 이해가 안갑니다. 우리 변호사는 법원에서 부장판사까지 하고 나온 분이에요. 법률에는 아주 해박하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더욱이 전관예우도 받고요.”
“전관예우라고!? 전관예우가 무슨 소용이야.”
“전관예우는 무시할 수 없지요.”
“그만 하시지. 듣기 싫으니까 입을 닥치라고. 구속 영장을 청구하고 검찰에 송치할 거니까.
법대로 하는거지.
감방에서 아주 오랫동안 썩어야 할 걸.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그게 바로 정의야.”

검사는, 피고인이야말로 이 극악무도한 사건을 주도한 주범으로 강도행위를 하면서 그때마다 부녀자를 강간하여 가정을 파괴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인면수심의 범죄자로서, 인간의 이성과 윤리의식에 의해 지탱되는 이 사회와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으므로 영원히 격리시켜야 마땅할 것이나, 그러나 범행 후 15년간의 시간이 흘렀음을 참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면서 유기징역 중 최고형인 25년을 구형하였다.
판사는, 모든 범죄사실이 증거에 의해 합리적 의심이 일어나지 않을 만큼 확실하게 인정되는데 피고인은 오랫동안 도망다니면서 여전히 참회나 반성의 기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후안무치하게도 자신의 범죄를 다른 공범들에게 전가하는 등 도저히 용서할 수 없으므로 중형을 면치 못 한다고 하였다.
김학모는 여권법 위반 및 특수강도강간범으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후 항소하고 상고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어 형이 확정되었다. 지금은 청송교도소에 수감되어있다.
작성일:2019-01-21 14:14:31 14.32.9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