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0두25107 판결 【조합설립인가처분무효확인】에 대한 판례평석을 겸하여

Ⅰ. 대상 판결의 요지
1. 사건의 개요

서울 방화뉴타운 내 위치한 긴등마을은 지난 2005년 10월 23일 재건축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된 후 동년 11월 3일 강서구청으로부터 추진위원회를 승인 받았다. 그 후 2007년 8월 1일 조합설립을 인가 받았고, 동년 10월 26일 사업시행계획을 인가받았다. 문제는 개정전 구 도시정비법 제16조 제3항에 적시된 조합설립인가 조건인데, 위 규정은 “전체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4/5(80%) 이상 및 토지 면적의 2/3 이상의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긴등마을은 건축물의 경우 구역 내 전체 소유자가 246명으로 동의율 80%를 충족했지만 토지의 경우 전체 소유자가 283명에 달해 동의율이 71.73%에 불과하였다. 그럼에도 피고 구청은 건축물 동의율이 충족됐다는 이유만으로 주택재건축조합설립인가를 하였던 것이다. 그 후 참가인 조합은 종전 계획대비 103가구 늘어난 규모로 경미한 사항들에 대한 변경을 하면서 피고에게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동의율 변경 등을 이유로 조합설립변경인가를 신청하였고, 피고는 조합설립 변경인가처분을 한 후 2008. 1. 23.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하였다. 한편, 위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나기 전 참가인 조합은 2007. 11. 23. 원고 등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 2007가합23297호, 2007가합23341호로 매도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그러자 긴등마을 재건축 사업지내 토지 소유주인 원고 등은 위 매도청구를 거부하면서 피고 강서구청장을 상대로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무효확인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재건축조합설립인가신청에 대한 행정청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은 법령상 일정한 요건을 갖출 경우 주택재건축사업의 추진위원회에게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조합설립인가처분과 동일한 요건과 절차가 요구되지 않는 경미한 사항의 변경에 대하여 행정청이 조합설립의 변경인가라는 형식으로 처분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성질은 당초의 조합설립인가처분과는 별개로 위 조항에서 정한 경미한 사항의 변경에 대한 신고를 수리하는 의미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경미한 사항의 변경에 대한 신고를 수리하는 의미에 불과한 변경인가처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설권적 처분인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다툴 소의 이익이 소멸된다고 볼 수는 없다. 재건축조합이 새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는 것과 동일한 요건과 절차를 거쳐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는 경우 당초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유효를 전제로 당해 재건축조합이 매도청구권 행사, 시공자 선정에 관한 총회 결의, 사업시행계획의 수립,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등과 같은 후속 행위를 하였다면 당초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로 확인되거나 취소될 경우 그것이 유효하게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이루어진 위와 같은 후속 행위 역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위와 같은 형태의 조합설립변경인가가 있다고 하여 당초 조합설립인가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소멸된다고 볼 수 없다.

Ⅱ.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쟁점
도시정비법 제1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은 별개의 조합설립행위에 대한 인가가 아니라 당초의 인가처분과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정 사항을 변경하는 것을 인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최초의 조합설립인가와 동일성을 가지는 범위 내에서만 변경인가가 가능한 것이지당초 동의요건 흠결로 무효인 조합설립행위를 사후에 변경인가로서 유효하게 하는 것은 변경인가가 상정하고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인지 등이 문제된다. 이 문제는 조합이 새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는 것과 동일한 요건과 절차를 거쳐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은 후에 당초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유효를 전제로 당해 조합이 매도청구권 행사, 시공자 선정에 관한 총회 결의, 사업시행계획의 수립,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등과 같은 후속 행위를 하였다면 그 후 당초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지로 귀결된다.

2. 소의 이익에 관한 대법원과 원심 판시의 차이
(1) 대상판결 판시와 관련하여
이와 관련하여, 대상 판결은 “경미한 사항의 변경에 대하여 행정청이 ‘조합설립의 변경인가’라는 형식으로 처분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성질은 당초의 조합설립인가처분과는 별개로 위 조항에서 정한 경미한 사항의 변경에 대한 신고를 수리하는 의미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경미한 사항의 변경에 대한 신고를 수리하는 의미에 불과한 변경인가처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초 조합의 동일성은 유지되어 존속하고 있으므로 설권적 처분인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다툴 소의 이익이 소멸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원래 도시정비법 제1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합설립인가의 변경인가처분은 당초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여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이미 인가받은 사항의 일부를 수정, 취소하거나 새로운 사항을 추가하는 것 등을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변경인가처분은 새로운 인가처분이 아니므로 별개의 독립된 설립인가처분으로서 평가될 수 없는 반면, 당초의 설립인가처분은 그 변경인가처분에 흡수되어 독립적 존재가치를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효력을 유지함은 물론, 설립인가처분에 가지는 설권적 효력도 당초의 인가처분에 의하여 발생한다고 할 것이고, 다만 변경인가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내용이 당초의 인가처분의 내용에 포함되어 일체로서 하나의 설립인가처분을 구성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조합설립변경처분이 내려짐으로써 이것이 후행처분으로서 선행처분인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대체하는 것과 같은 외관이 일단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대상 판결에서 대법원은 선행처분이 후행처분에 흡수된다는 식으로 논리를 구성하고 있는데, 이는 후행처분이 선행처분의 연장선상에 있다 즉, 동질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2) 원심 판결의 경우
이에 대해 원심은 다음과 같이 대상판결과 다른 뉘앙스로 설시하고 있다. “당초의 조합설립인가처분에 대하여 동의율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어 조합이 동의서를 추가로 징구하여 제출하면서 조합설립인가의 변경인가처분을 구하고, 그에 대하여 행정청이 조합설립인가의 변경인가처분을 한 경우 그 변경인가처분은 실질적으로는 새로운 인가요건에 따라 이루어진 새로운 인가처분에 해당한 반면, 당초의 인가처분은 이러한 변경인가처분으로 대체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당초의 조합설립동의가 정족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더라도 추후 정족수 요건을 충족하게 된 경우에는 새로운 조합설립동의가 유효하게 성립된다는 전제에서 당초의 조합설립동의에 대한 하자를 다투는 것은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으로서 더 이상 이를 소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즉, 이 사건 인가처분 이후에 참가인 조합이 이 사건 사업구역 내의 주택 및 토지소유자들로부터 추가로 조합설립 동의를 받아 제출하였고, 피고는 순차로 제1, 2차 변경인가처분을 함으로써 새로운 조합설립동의가 유효하게 성립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원고가 더 이상 이 사건 (최초) 인가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없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조합은 조합설립등기를 마친 때로부터 집합건물법 제48조 제4항 소정의 2월 이내에 원고에 대하여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고(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6다56572 판결 참조), 위 조합설립등기는 유효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전제로 한다고 할 것이므로, 조합은 이 사건 인가처분 이후로서 제1차 변경인가처분이 있기 이전인 2007. 11. 23. 이 사건 인가처분이 유효함을 전제로 원고를 상대로 매도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이 사건 인가처분의 효력 여하에 따라 참가인 조합이 원고에 대하여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달려있게 되는 이상, 원고로서는 위 변경인가처분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여전히 이 사건 인가처분의 효력을 다툴 소의 이익이 있다.”

3. 결론
이 사건 대법원 판결과 원심 판시는 소의 이익이 있다는 점에서 그 결론은 동일하나 결론에 이른 논거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법원 판시는 도시정비법 제1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의 본래적 취지를 강조하여 최초 인가처분을 전제로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부를 수정, 취소하거나 새로운 사항을 추가하는 것으로서 그 경우 당초 설립인가처분은 변경인가처분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효력을 유지하므로 그 무효를 다툴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원심은 서로 다른 별개의 처분으로 보면서도 ‘이 사건 최초 인가처분 후 (기존의 설립인가처분과 별도의 독립적인) 변경인가처분이 이뤄지기 전까지 이 사건 인가처분에 기하여 당해 조합이 유효하게 성립되었음을 전제로 어떠한 권리(이 사건의 경우 매도청구권 행사 등)를 행사한 경우에, 종전의 설립인가처분의 효력 여부에 따라 조합이 위 권리 행사 당시 적법한 행정주체의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가 달라지게 되므로, 위 변경인가처분이 이뤄진 후에도 여전히 당초 인가처분의 효력을 다툴 소의 이익이 있다’는 것이다. 법문언의 취지나 논리 일관적인 측면에서는 어쩌면 대법원 판결이 타당하다. 그러나, 하자승계를 인정하는 전제에서 판시한 듯한 원심의 논리 전개 역시 매우 훌륭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참고로, 위와 같은 의견차는 대법원 2012. 2. 16. 선고 2010두10907 전원합의체 판결(압류등무효확인)1)에서의 치열하게 논의된 하자 승계에 관한 논의와도 일부 궤를 같이하는 것이기도 하다.

 

각주 1) 성중탁, “선행과세처분의 근거법률이 위헌선고된 경우 후행 체납처분의 효력”, 법률신문, 2013. 10. 10.자 기사 참조 - 위 사건에서 소수의견은 과세처분과 압류처분은 별개의 행정처분이므로 선행처분인 과세처분이 당연무효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과세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후속 체납처분인 압류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없다고 본 반면, 다수 의견은 위헌결정 전에 이미 형성된 법률관계에 기한 후속처분이라도 그것이 새로운 위헌적 법률관계를 생성·확대하는 경우라면 이를 허용할 수 없다고 보아 위헌결정의 효력에 위배하여 이루어진 체납처분은 그 사유만으로 하자가 중대하고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