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청송교도소로 이감되었다구?

그렇게 기결수가 변호인 접견실에서 변호인을 접견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법령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하고 난 때로부터 몇 달 후, 나는 또다시 헌재로부터 서모 씨가 공주교도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2011헌마318 사건의 국선대리인 선임결정문을 받았다. 이번에는 기결수에게 강제노역을 부과하는 행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66조가 헌법상 행복추구권이나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이건 남소(濫訴)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국선대리인으로 선임된 이상 변호사의 역할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접견을 위해 공주교도소에 연락을 했더니, 경북 청송교도소로 재이감되었다는 것이다. 자꾸 그가 교도소장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등 귀찮게 구니까, 다시 처음 수감된 교도소로 보내버린 것이라는 강한 의심이 들었다. 때마침 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 사건이 있어서, 그 재판을 가는 길에 있는 청송에 들러 어렵사리 그를 만날 수 있었지만, 교정 당국의 보이지 않는 재판 청구권 방해 행위에 깊은 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헌법불합치와 입법촉구결정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8조 제4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은 2014. 7.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이 사건(2011헌마122)에 관한 헌재의 헌법불합치결정 주문이다.
사법시험 헌법 과목 준비를 하면서 그렇게 중요하다며 암기하던 이른바 ‘변형결정’을 내가 받아낸 것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형집행법 시행령 제58조 제4항에 따르면 수용자가 형사사건이 아닌 민사, 행정, 헌법소송 등 법률적 분쟁과 관련해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접견을 해야 되고, 특히 교정시설 내에서의 처우에 대해 수용자가 국가 등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경우에는 소송의 상대방에게 소송자료를 그대로 노출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며 “형집행법 시행령은 서씨의 재판청구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조항의 효력을 즉시 상실시킨다면 수용자 일반을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접견하게 하는 장소 제한의 일반적 근거조항과 미결수용자가 변호인을 접견하는 경우의 예외 근거조항마저 없어지게 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입법자는 늦어도 2014년 7월 31일까지 개선입법을 하라”고 판시했다.

억대 성공보수보다 짜릿한 감동

변호사 업무를 하다보면 교도소에 있는 기결수 의뢰인으로부터 민사나 행정 등 다양한 사건을 수임할 경우가 있다. 이때 의뢰인을 만나기 위해서는 변호사라도 일반인과 동일하게 접촉이 차단된 녹음녹화접견실에서 접견할 수밖에 없는 불편이 있었다. 그만큼 당해 수형자는 재판받을 권리와 변호사 접견교통권을 침해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결정으로 나는 기결수들에게 그동안 빼앗겼던 재판청구권을 돌려주었고, 전국의 변호사님들에게도 변호인 접견실에서의 기결수와의 접견을 선물해 드린 셈이다. 공익활동의 성과는 사선(私選) 사건의 억대 성공보수보다 짜릿했다.

남은 과제와 개선안에 대한 짧은 생각

이제 남은 것은 조속한 시정조치다. 정부는 즉시 헌재의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해당 규정을 미결수용자와 기결수인 수형자의 구분 없이 변호인과 접견하는 경우에는 접촉차단시설에서 접견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개정하고, 접견시설도 개선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법무부는 빠른 시일 내로 형집행법 시행령 제58조 제4항 단서(다만, 미결수용자가 변호인과 접견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를 “다만, 수용자가 변호인과 접견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로 개정해야 한다.

아울러 법무부는 2009년 4월 전국의 교도소와 구치소에 내려 보낸 ‘기결수형자에 대한 변호인 접견 관련 업무 기준’(추가 형사 사건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 △징벌 등 행정처분에 대해 행정소송, 헌법소원을 제기한 경우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한 경우 △형사 판결에 대해 재심 청구를 한 경우에는 변호인 접견교통권이 인정되지 않는다)을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폐지하거나 전면 개정하고, 즉시 기결수에 대한 변호인 접견실에서의 접견을 허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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