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3. 7. 12. 선고 2013다22775 판결-

I. 사실관계

원고(선양원류사, 중국어 발음으로는 ‘썬양왠류쑤칸파싱 요우시엔꽁쓰’)는 이 사건 중문서적의 저작권자이고, 피고(위즈덤하우스 외)는 이 사건 중문서적을 번역하여 이 사건 번역서적을 발행한 자이다. 원고는 피고의 이 사건 번역서적 발행 행위가 원고의 이 사건 중문서적의 편집저작권 및 개별 이야기 각각에 관한 2차적 저작물 작성권(번역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침해금지 및 그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를 제기하였다.

환송 전 원심은, 피고가 발행한 이 사건 번역서적이 원고의 중문서적의 편집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배척하고 이 사건 번역서적에 수록된 49개의 이야기 중 45개의 이야기 각각에 관한 원고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번역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4억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이에 원고는 환송 전 원심의 손해액 산정이 잘못되었다는 점만을 이유로 상고하고, 피고는 이 사건 중문 서적에 수록된 이야기의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 상고하였다. 종전 상고심(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0다66637 판결)은 이 사건 중문 서적에 수록된 45개의 이야기 중 4개의 이야기는 원저작물에 수정·증감을 가한 것에 불과하여 독창적인 저작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상고이유를 일부 받아들여 피고 패소 부분 중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원고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는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환송 후 원심에서 피고는 이 사건 중문 서적에 수록된 이야기의 원저작물을 새로이 증거로 제출하였다. 환송 후 원심은 위 45개 이야기 중 종전 상고심이 독창적인 저작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4개 이야기뿐 아니라 22개 이야기가 피고가 제출한 원저작물과 비교하여 2차적 저작물로서 독창성이 인정되지 않고, 나머지 23개 이야기만 저작재산권 침해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 이에 더하여 이 사건 중문서적이 창작성이 있는 편집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중문 서적에 나타난 전체적, 구체적인 편집상의 표현이 이 사건 번역 서적에 실질적으로 유사한 형태로 차용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여 원고의 편집저작물 저작권 침해에 관한 주장을 배척하였다. 손해배상액도 환송전 원심이 인용한 4억원보다 감액하여 2억원만을 인용하였다.

그러자 원고만 다시 상고하였는데, 원고가 제출한 상고이유서에는 편집 저작물 저작권 침해에 관한 환송 후 원심의 판단이 잘못이라는 주장만 기재되어 있었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저작재산권이나 저작인격권을 구성하는 개별적인 권리들은 저작재산권이나 저작인격권이라는 동일한 권리의 한 내용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각 독립적인 권리로 파악되어야 하므로 각 독립적인 소송물이 된다고 보았다. 이 사건 중문 서적의 편집 저작물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와 이 사건 중문 서적에 수록된 개별 이야기(2차적 저작물 또는 독창적 저작물)의 저작재산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는 별개의 소송물이 된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대법원의 환송판결은 피고의 상고이유 중 일부를 받아들여 환송 전 원심판결 중 이 사건 중문 서적에 수록된 개별 이야기의 저작재산권 침해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지급할 것을 명한 부분만 파기환송하고 원고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으므로, 상고기각된 부분은 환송판결의 선고로 확정되었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환송 후 원심이 편집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 부분까지 심리하여 판단한 것은 환송 후 원심의 심판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이 직접 소송종료선언을 하였다.

나아가 대법원은, 상고법원은 상고이유에 의하여 불복신청한 한도 내에서만 조사·판단할 수 있으므로, 상고인이 제출한 상고이유서에 구체적이고도 명시적인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원고가 상고장 및 상고이유서에서 이미 환송판결로 확정된 편집 저작물의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을 구하는 부분에 관하여만 상고이유를 적시한 이 사건에서는 상고심의 심리 대상인 부분에 관하여 상고이유서가 제출되지 않은 것이므로, 원고의 나머지 청구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였다.

III. 평석

1.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
저작권은 권리의 묶음(bundled right)이다. 크게 나누면,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은 같이 저작권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어도 속성은 매우 다르다. 저작권의 경우 저작재산권도 다시 세부적으로 분리된 다수의 권리로 구성되어 있다. 저작권법 제16조 내지 제22조는 저작재산권으로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판매용 음반 등의) 대여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등 일곱 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갖는 정신적, 인격적 권리인 저작인격권도 저작권법은 제11조 내지 제13조에서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 세 가지 하부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저작권법 제38조(저작인격권과의 관계)는 저작재산권에 대한 규정은 저작인격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점을 양자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등도 저작재산권의 하부 권리로서, 한국 저작권법은 제5조가 2차적 저작물을, 제6조가 편집저작물을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다.

2. 저작권 침해소송에서의 소송물
대법원은 저작인격권을 구성하는 개별적인 권리들은 저작재산권이나 저작인격권이라는 동일한 권리의 한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각 독립적인 권리로 파악되어야 하므로 각 독립적인 소송물이 된다고 보았다. 심판의 대상이 되는 소송물을 결정하는 이론은 구(舊) 소송물 이론과 신(新) 소송물 이론으로 구별되는 바, 한국 법원은 일관되게 민사소송의 경우 구소송물이론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소송물의 결정은 청구권의 기초에 따라 서로 구별되고, 법원의 심판범위도 이에 따라 달라진다. 대법원은 민사 불법행위 손해배상 소송의 하나인 저작권침해소송의 경우에도 저작권을 구성하는 개별적인 권리가 청구기초로서 소송물을 결정한다는 점을 대상판결에서 명확하게 판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대법원이 구소송물 이론에 따라 소송물을 결정하게 되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자는 정확하게 자신이 침해당한 권리를 특정하여 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며, 만일 항소나 상고를 하면서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서 잘못 다투는 경우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게 된다. 이 사건은 대법원이 기존의 민사판례에 따라 저작권에서의 소송물이 저작권법 개별 법조항에서 규정하는 하나하나의 권리라는 점을 명확하게 한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3. 국제사법적 쟁점
이 사건에서 의미 있는 또 하나의 쟁점은 준거법에 대한 것이다. 대상 저작물은 중국에서 출판되었던 것으로 국내에서 침해소송이 진행되었다. 저작권 침해와 관련하여 국제사법 제24조(지식재산권의 보호)는 “지식재산권의 보호는 그 침해지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저작권자의 결정 등의 문제를 본국법에 의할 경우에는 우선 본국법을 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같은 영토 내에서도 저작물의 본국이 어디냐에 따라 저작권 침해 여부 판단이나 저작권자 결정의 결론이 달라져 저작물 이용자나 법원 등이 이를 판단, 적용하기가 쉽지 아니하다.

반면, 저작권자의 결정 문제는 저작권의 존부 및 내용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어 각 보호국이 이를 통일적으로 해석 적용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각 동맹국이 자국의 영토 내에서 통상 법정지와 일치하기 마련인 보호국법을 간편하게 적용함으로써 내국민대우에 의한 보호를 부여하기에도 용이하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국제협약에서 명시적으로 본국법에 의하도록 규정하지 아니한 이상 저작권자의 결정이나 권리의 성립, 소멸, 양도성 등 지적재산권에 관한 일체의 문제를 보호국법에 따라 결정함이 타당하다.

우리나라 국제사법 제24조가 지적재산권에 관한 모든 분야에 관하여 보호국법주의를 명시하는 대신 지적재산권 침해의 경우만을 규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넓게 해석하여 지적재산권의 성립, 이전 등 전반에 관하여 보호국법주의 원칙을 채택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국제사법 제24조를 지적재산권의 성립, 이전 등 전반에 관하여 보호국법주의 원칙을 채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서울고등법원 2008. 7. 8. 선고 2007나80093 판결).

사안의 저작물은 중국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인데, 우리 법원은 침해지법을 불법행위가 발생한 국가인 우리나라로 보고 우리 저작권법을 적용하여 판결하였다. 베른협약에 따라 중국 저작물도 한국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대상이 되고, 중국 내에서 저자와 출판위탁계약을 맺은 회사와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출판하였다고 하더라도 저자로부터 해외 번역·출판에 대한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이상 저작재산권의 침해가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전제에서 서적의 저작재산권자가 구 저작권법 제93조 제2항에 의하여 청구할 수 있는 손해액의 범위 및 외국서적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출판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한국에서 위조 상표를 부착한 의류를 일본 보따리상에게 판매함으로써 일본에서의 일본 상표권 침해행위를 용이하게 한 피고의 행위가 침해행위에 대한 방조가 되더라도, 일본 상표법 하에서는 상표권이 등록된 나라의 영역 외에서 당해 상표권의 등록국에서의 침해행위를 유도하는 등 이에 관여하는 행위를 불법행위로 해석하지 않고 있으므로 피고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3다62910 판결) 등 섭외적인 요소가 있는 지적재산권 침해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실무적으로 이 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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