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라면 누구나 매년 13월의 보너스를 기대하며 열심히 연말정산을 하곤 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세금을 환급받는 사람이 대폭 줄어들거나 환급받는 액수가 대폭 줄어들지도 모른다. 정부가 고소득자의 근로소득공제율을 낮추고 소득공제 요소의 대부분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회사는 근로자에게 소득을 지급하면서 개개인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원천징수를 한다. 따라서 소득공제 등을 통해 개개인이 실제로 납부해야 할 소득세를 산출하기 위해 연말정산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그 후 과세관청은 우리가 이미 원천징수당한 소득세와 각종 소득공제를 한 소득세를 비교하여 전자가 후자보다 크면 소득세를 환급해주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소득세를 추징한다.

사업자의 경우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재료구입비, 접대비, 판매비용 등을 지출하게 되며 이를 수입에서 공제한 후 나머지 금액에 대하여 소득세를 납부한다. 사업자의 매출액은 근로소득자의 수입액에 해당한다. 따라서 사업자의 매출액에서 각종 비용을 공제해 주듯이 근로소득자 역시 비용을 공제해 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사업자는 각종 증빙자료에 의해 얼마의 비용을 지출하였는지를 입증할 수가 있지만 근로소득자는 자신이 받는 소득과 관련하여 얼마의 비용을 지출하였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소득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공제해 준다. 이것이 바로 사업자의 필요경비에 해당하는 근로소득공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부양가족공제, 다자녀추가공제, 교육비공제, 의료비공제 등을 소득공제로 하여 과세대상 소득금액에서 제외하는 이유는 적어도 최저생계비 등에 해당하는 금액은 과세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인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소득공제 방식은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공제를 해주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세액공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한다. 이제까지 소득공제는 근로소득자들의 유일한 절세전략이었다. 예를 들어, 총급여액이 7000만원인 변호사는 근로소득공제를 적용하면 근로소득금액이 5600만원[7000만원-(1275만원+2500만원×0.05)]이 된다. 여기서 소득공제를 하나도 받지 못하게 되면 5600만원이 그대로 과세표준이 되므로 그 금액에 24%의 세율이 적용되어 소득세 822만원[582만원+(1000만원×0.24)]이 부과된다. 하지만 인적공제와 물적공제를 합해 1000만원을 공제받는 경우에는 4600만원이 과세표준이 되고, 그 금액에 해당하는 세율 15%가 적용되어 소득세가 582만원[72만원+(3400만원×0.15)]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소득공제를 더 받기 위해 열심히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각종 펀드 등에 가입했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소득공제방식이 세액공제방식으로 전환되면 개개인의 사정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일단 소득공제 전 소득인 5600만원을 기준으로 소득세를 계산한 후 산출된 세액에 일정 비율에 의한 세액을 공제하게 된다. 당연히 근로자 개개인의 사정이 제대로 반영되기 힘들고 세금을 더 많이 낼 수밖에 없게 된다.

소득이 많으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래서 고소득자들은 높은 세율에 의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배우자와 두 자녀를 두고 있는 연봉 5000만원의 근로소득자와 연봉 2억원의 근로소득자를 비교해 보자. 각각 기본적인 인적공제만을 고려하여 계산한 대략적인 소득세는 전자의 경우 약 310만원, 후자의 경우 약 4600만원이 된다. 소득은 4배 높은데 세금은 15배 이상 높아지는 것이다. 고소득자의 소득세 부담이 이렇게 높은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근로소득공제비율을 줄이고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함으로써 고소득자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징수하겠다고 한다. 고소득 근로자 역시 소득이 그대로 노출되는 착한 납세자일 뿐이다. 근로소득자의 약40%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상황에서 세법 개정은 헌법 제38조에 규정된 국민개세주의 원칙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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