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전원합의체 판결(다수의견)

Ⅰ. 사실관계

O는 2001년 정치활동을 하던 H를 만나 법률혼을 한 이후 경제적 능력이 없는 남편(H)을 위해 개인 과외교습 등을 하며 H를 뒷바라지 했으며, H의 선거자금과 활동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3억여원을 빌리는 등 빚을 떠안게 됐다. 한편 O의 학교 여자후배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던 H는 가정불화의 원인이 O에게 있다는 이유로 이혼소송(본소)을 제기했다. 그러자 O는 H의 잘못으로 혼인생활이 파탄에 이르게 됐다는 점을 내세워 이혼으로 인한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해달라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양측이 변론을 마친 시점을 기준으로 O와 H의 채무는 2억3000만원에 달해 총 재산 1억9000만원 보다 많았다.

Ⅱ. 소송의 경과

1. 원심판결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의 이유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부부 일방이 혼인 중 제3자에게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그 채무 중에서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하게 된 채무는 청산의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부부 일방이 위와 같이 청산의 대상이 되는 채무를 부담하고 있어 총 재산가액에서 위 채무액을 공제하면 남는 금액이 없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재산분할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대법원 1997. 9. 26. 선고 97므933 판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변론종결 현재 원고의 적극재산으로는 우체국 장기주택마련 보험 해약환급금예상액 5,509,190원과 아무개 은행 예금채권 234,820원이 있고, 소극재산으로는 아무개 은행 대출금채무 3,529,280원이 있는 반면, 피고의 적극재산으로는 시가 185,000,000원 상당의 대구 달성군 소재 아무개 편한 세상 103동 2503호 아파트가 있고, 소극재산으로는 위 아파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 100,000,000원, 아무개 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 96,045,008원, 삼성화재에 대한 대출금채무 11,776,021원, 대한생명에 대한 대출금채무 15,870,000원, 교보생명에 대한 대출금채무 3,180,000원이 있어서 소외인 아무개 등 4인에 대한 대여금채무를 제외하고도 총 226,871,029원의 채무가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결국 원고와 피고의 총 재산가액 190,744,010원(=185,000,000원+5,509,190원+234,820원)에서 채무액 230,400,309원(=3,529,280원+226,871,029원)을 공제하면 남는 금액이 없으므로, 피고의 재산분할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대상판결

재산분할 제도는 이혼 등의 경우에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이는 민법이 혼인 중 부부의 어느 일방이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의 특유재산으로 하는 부부별산제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보완하여, 이혼을 할 때는 그 재산의 명의와 상관없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 실질에 따라 각자의 몫을 분할하여 귀속시키고자 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부부가 이혼을 할 때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적극재산이 있는 경우는 물론 부부 중 일방이 제3자에 대하여 부담한 채무라도 그것이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한 것이거나 부부 공동생활관계에서 필요한 비용 등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한 것이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므501 판결 등 참조).

민법도 재산분할에 관하여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고, 나아가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제839조의 2 제1항 및 제2항), 분할대상인 재산을 적극재산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혼 당사자 각자가 보유한 적극재산에서 소극재산을 공제하는 등으로 재산상태를 따져 본 결과 재산분할 청구의 상대방이 그에게 귀속되어야 할 몫보다 더 많은 적극재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소극재산의 부담이 더 적은 경우에는 적극재산을 분배하거나 소극재산을 분담하도록 하는 재산분할은 어느 것이나 가능하다고 보아야 하고, 후자의 경우라고 하여 당연히 재산분할 청구가 배척되어야 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여 재산분할을 한 결과가 결국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그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물적 담보의 존부 등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분담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그 구체적인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하여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 할 것이다. 그것이 부부가 혼인 중 형성한 재산관계를 이혼에 즈음하여 청산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재산분할 제도의 취지에 맞고, 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공평에도 부합한다.

이와 달리 부부의 일방이 청산의 대상이 되는 채무를 부담하고 있어 총 재산가액에서 채무액을 공제하면 남는 금액이 없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재산분할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한 대법원 1997. 9. 26. 선고 97므933 판결,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므718 판결 등은 위 견해에 저촉되는 범위에서 이를 모두 변경한다.

Ⅲ. 평석

1. 검토

대상판결인 위의 전원합의체 판결(다수의견)에 대하여는 세 가지의 다른 의견이 있다.
첫째, ‘재산보다 빚이 많은 경우에도 재산분할청구는 가능하지만, 재산분할의 대상은 이혼청구 상대방의 순재산 범위에서만 가능하다’고 한다(별개의견).
둘째, ‘반소원고의 재산분할청구 상대방인 반소피고 적극재산 범위 내에서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또 다른 별개의견).
셋째, ‘이혼당사자의 채무를 재산분할의 형식으로 나누는 것은 채권자의 지위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반대의견).
부부가 이혼하면, 혼인생활에 따른 부부 사이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는 해소된다. 따라서 혼인생활 중에 부부가 공동으로 취득 또는 형성한 재산의 청산·정리가 필요하다.

이혼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의 공평을 꾀하기 위한 재산분할청구권제도의 존재이유로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이혼 시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에 대한 처의 가사노동 내지 협력의 대가를 정당하게 평가함으로써 헌법 제36조 소정의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양성평등의 이념을 친족상속법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려는 것이다.
둘째, 이혼 후 경제적 능력이 없는 배우자 한쪽(특히, 처)의 생계유지나 부양의 의미를 통해 실질적인 이혼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것이다.
재산분할청구권의 법적 성질과 관련하여 판례는,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함에 있어 혼인중 형성한 재산의 청산적 요소와 이혼 후의 부양적 요소 외에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까지 포함하여 분할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청산 및 부양·손해배상(위자료)설을 취한다(대판 2006. 6. 29. 2005다73105; 대판 2005. 1. 28. 2004다58963 등 참조).

한편, 재산분할청구권에 관한 민법 제839조의 2는 그 분할 여부·액수·방법 등은 원칙적으로 이혼당사자의 협의에 의존시키고 있다. 다만, 재산분할에 관하여 그 협의가 되지 않거나 협의를 할 수 없을 때에는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제2차적 기준이 되는 민법 제839조의 2 제2항 소정의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경우의 재산은 적극재산만을 의미한다고 볼 이유도 없고, 반대로 소극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취지까지 담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이 점은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이기도 하다).

이상에서 살펴본 재산분할청구권제도의 취지 내지 존재이유, 법적 성질, 분할의 방법 내지 기준 등의 법리에 비춰볼 때, 아내가 남편을 뒷바라지 하다 생긴 빚을 이혼할 때 서로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상판결의 태도는 정당하다.

2.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부부도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의 내용으로서 그 채무를 분담시킬 수 있다는 선례적 판례로서 이혼부부의 양성평등의 실현과 공평한 재산분할에 일조할 수 있다는 긍정적 의미를 갖는다 할 것이다.

다만, 대상판결은 재산분할로 인한 채무분담은 당사자의 경제적 활동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재산분할의 방법과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지 못한데, 이는 앞으로의 판례를 통해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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