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표 음식도시를 꼽으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외치는 답이 전라도 ‘전주’다. 그런데 뒤에서 노(No)를 외치며 우리고장 음식이 최고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경상도 진주 사람들이다.

전주와 진주. 아이러니하게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남’이 되는…” 유행가 가사처럼 점 하나로 경상도와 전라도를 훌쩍 넘나드는 두 도시. 서로 우리지방 음식이 대한민국을 대표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실 전주는 태조 이성계를 앞세운 비빔밥(골동반)을 대표주자로 내세우며 오랫동안 전국 방방곳곳에 반가음식의 본류처럼 외쳐왔기에 대한민국 대표 음식도시라고 해도 부정할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런데 진주음식은 생뚱맞다고 고개를 흔드는 사람이 많을 게다. 체통을 따진다고 그동안 젊잖게 뒤로 빠져 자신들의 음식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주음식을 말할 때는 진주 뒤에 ‘교방’이란 단어를 붙여 ‘교방음식’이라고 이야기한다. 교방이란 조선시대 ‘교방청’이란 기관에서 따온 단어. 중앙정부에서 관찰사 등의 관리가 내려오면 그들을 접대하기 위해 연회를 베풀었는데 기생들의 가무와 술이 곁들여지는 진주교방청의 연회음식에서 비롯된 게 교방음식이다.
진주는 서부 경상남도의 교통 요충지. 게다가 지리산의 청정 농산물과 남해바다의 신선한 수산물을 가까이 할 수 있어 진주 교방음식은 다른 지역들과는 차별화된 형태로 발전할 수 있었다. 조선 중기에 음식문화의 꽃을 피웠으나 일제강점기 교방이 폐쇄되면서 퇴화해 지금은 진주의 일부 음식점을 통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진주 교방 상차림은 꽃밭 한 상 받는 듯 그 상차림이 무척 화려하다. 모든 음식이 한 상에 차려지는 것이 아니라, 3~4번에 나뉘어 차려진다. 문어, 낙지, 전복, 가오리 등 온갖 해산물을 이용한 해물찜과 쇠고기 갈비찜이 중심에 놓이고, 주변에 나물반찬을 돌린다. 원래는 독상을 차렸으나 요즘은 큰 교자상에 함께 차린다.
진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론 비빔밥과 냉면이 있다. 진주비빔밥도 전주비빔밥처럼 사골육수로 밥을 짓고 나물이나 육회를 올려 고추장에 비비는 것은 같으나 비빔재료에 차이가 있다. 전주 비빔밥에는 콩나물과 황포묵이 빠지지 않는 반면 진주비빔밥엔 숙주나물과 바지락을 곱게 다져 끓인 포탕이란게 오른다. 국물도 전주는 콩나물국인데 비해 진주는 선짓국이다.
진주냉면은 메밀국수를 시원한 육수로 말아낸 평양냉면을 닮았다. 그런데 진주냉면 육수는 육고기 대신 멸치, 바지락, 북어 등 해산물로 만든다. 평양냉면은 동치미로 꾸미를 올리는데 진주냉면은 배, 오이, 육전, 지단으로 오색의 꾸미를 만들어 올린다.
서울 시내에도 진주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강남구 신사동에서 ‘진주음식을 만드는 부엌’이란 수식어를 내걸고 있는 하모(02-515-4266)가 그곳이다. 상호‘하모’는 경상도 사투리로 ‘아무렴’이라는 뜻. 칠보화반의 진주비빔밥(1만2000원)을 비롯해 다양한 메뉴의 진주 교방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전주비빔밥과 달리 진주비빔밥은 숟가락으로 힘주어 비벼야 나물 등의 간이 골고루 밴다며 주인이나 종업원들이 직접 비벼주기도 한다. 숟가락을 쥔 손의 힘 차이인지 맛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빨간 고추장에 비볐어도 자극적이지 않아 편안하다. 가장 매력적인 메뉴는 조선잡채(3만5000원).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당면이 들어간 잡채가 아니다. 콩나물, 고사리, 죽순 등의 나물과 채소 등을 같은 길이로 썰어 겨자초에 무쳐낸 것으로 수육에 싸서 먹는다. 당면이 국내에 들어오기 전 조선시대에서 먹던 전통의 잡채란다. 겨자초의 톡 쏘는 맛에 쇠고기의 묵직한 맛이 더해져 당면잡채의 가벼움을 훌쩍 뛰어넘는다. 조선잡채와 석쇠불고기 등을 포함된 진주반상(3만5000원)이 세트메뉴 중에 가장 알차다. 진주냉면을 취급하지 않는 게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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