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한 대한변협 인권이사가 쓴 책 ‘동굴속에 갇힌 법조인’이란 책을 보면 자신이 ‘법률신문’, 지금은 없어진 서울회의 ‘시민과변호사’, 우리 ‘대한변협신문’에 원고를 투고했다가 거절당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민 변호사는 그 거절당한 원고들을 그 책에 당당하게 게재하고 있다. 이렇듯 투고자 입장에서 투고를 하였는데 거절당하면 기분 좋을리 없다. 한편, 신문 입장에서는 좋은 글을 거부할 이유가 없지만 좋은 글일 경우에도 신문을 만들다보면 게재하기 곤란한 이유가 적지 않게 생긴다. 솔직히 편집인이 되어 보니 불게재가 정당한 경우도 있지만 다 사람들이 하는 일인지라 그 당시 편집담당자의 자의적인 판단이 작용할 때도 있다. 민 변호사님이야 자신이 책을 내어 불게재에 대하여 저항할 나름의 힘은 있으나 보통의 투고자는 마치 데이트 신청을 거절당한 것처럼 상처를 받게 된다. 그런 투고자의 마음을 알기에 우리 신문은 가능하면 투고원고를 수정 없이 신문에 실으려고 한다. 특히 투고자가 회원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이런 원칙을 변경할 필요가 생겼고, 변경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투고원고 게재 원칙의 변경을 알리는 것이다. 이러한 배짱의 가장 큰 이유는 우선 투고 원고가 예년에 비하여 많이 늘고 있다. 환영할 일이다. 솔직히 홍보과 직원 몇 명으로 매주 만들어지는 신문 16면을 채우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투고는 솔직히 반가운 일이다. 투고원고는 특히 우리의 글이 아니라 독자나 회원들의 의견이므로 그 내용에 대하여도 가타부타할 필요가 없으니 얼마나 편한가. 그런데 요즘 그 투고 원고가 늘어 다 실어주다가는 기존에 기획된 글들이 못 실리게 되고, 이번에 투고한 글을 두달 뒤에 실어준다면 그 또한 우스운 것 같아 이참에 모든 투고를 신문편집위원회에 회부하여 선정된 원고만 신문에 게재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는 공보이사가 혼자 결정하기 어려운 원고를 을 주로 신문편집위원회에 회부했었다.
물론 이런 결정의 배후에는 7월부터 ‘대한변협신문 인터넷판’이 생겨 신문에 실리지 못하는 원고라도 인터넷판에는 그대로 게재할 수 있다는 점이 참작이 되었다. 인터넷 신문의 장점은 판이나 면의 제약이 없어서 무한대로 글을 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신문을 오직 오프라인 신문기사로만 운영하면 안 된다고 한다. 우리 홍보과의 과제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오프라인 신문 만들기도 버거운데 인터넷신문의 별도기사도 생각해야 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투고원고를 이분하여 오프라인 신문에 실리는 것과 인터넷신문에 실리는 것으로 나누는 것은 나름 재미있다. 둘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인터넷판 원고에 대해서는 예산상 원고료가 지급되지 않는다. 오프라인 신문과 별도로 인터넷 대한변협신문을 만드는 비용은 상임이사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인터넷판의 글에 대한 원고료는 확보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막상 인터넷신문이 나오면 어떻게 다양한 글과 소식을 확보할 지가 지금의 숙제이다. 어찌되었건 신문에 투고하는 사람의 목적이 원고료가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많은 사람들, 특히 우리 신문의 경우 법조인과 나누고 싶은 것이기에 인터넷신문에는 인신공격성 원고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두 게재하여 드릴 생각이다.
사실 이런 원칙을 정하기는 하였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면 제대로 지켜질 것인지는 의문이다.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새로운 원칙을 정했으니 ‘예의’가 없거나 ‘나름의 질’이 떨어지는 글은 과감하게 골라내려고 한다. 그런 글은 물론 인터넷신문에도 실지 않을 것이다. 대한변협신문은 투고하면 다 실어주는 곳이 아니라 좋은 글을 실어주는 신문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이다.
간혹 법률신문에 투고했다가 거절당하였는지 수신을 법률신문이라고 하여 그대로 투고된 원고를 보면 화가 난다. 이런 것은 어찌보면 사소한 실수 같으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예의’의 문제이다. 그때 확실히 그 글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다가 ‘예외’를 인정하였다. 글도 좋았고, 우리는 예의를 지키는 사람들로 평가받고 싶었는가 보다.
그런데 왜 나는 슬쩍 넘어가도 되는 일을 동네방네 광고하면서 투고의 새원칙을 공개적으로 천명할까. 혼자 내 저의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신문에, 세상에 무심한 여러분들에게 당신이 세상을 항하여 살아있다는 가슴 뜨거운 글을 써서 대한변협신문에 투고하여 달라는 편집인의 응석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고 좋은 글한편만 써서 투고해 달라. 당신 회비로 만들어지는 신문이다.



/박형연 대한변협신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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