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驛前) 앞(→역전, 역 앞), 그때 당시(→당시, 그때), 매 시간마다(→매시간), 해변가(→해변), 계약(契約)을 맺다(→계약하다), 따뜻한 온정(→온정)….
일상생활은 물론 신문 등 언론에도 이같은 겹말이 상당히 많이 쓰이고 있다. 영어에서도 겹말에 해당하는 ‘불필요한 중복’(redundancy) 표현을 피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겹말은 한자어에 뜻이 이미 들어 있는데 우리말을 겹쳐 쓰면서 자주 나타난다. 그런 예들을 모아보자.
-피랍된 여객기가 공항에 비상착륙했다→피랍 여객기, 납치된 여객기. 피랍(被拉)에 ‘당한다’는 뜻이 있으므로 ‘된’을 붙일 수 없다. ‘피살되다’ ‘피습당하다’ 등도 마찬가지.
-과반수를 넘는 학생들이→절반을 넘는, 과반수 학생들이, ‘과반’에 이미 ‘반(半)을 넘다(過)’라는 뜻이 들어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장면이 많았다→형언할 수 없는, 말로 다할 수 없는. 형언(形言)이 ‘말로 표현하다’는 뜻이다.
-폭탄 테러로 10명이 죽고 200여명이 부상당했다→200여명이 부상했다 또는 다쳤다. 부상(負傷)이 ‘몸에 상처를 입다‘는 피동의 뜻이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판이(判異)하게 다르다→판이하다, 전혀 다르다.
-승리를 선언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다→‘아직’을 빼야. ‘아직 미정이다’도 마찬가지.
-빌딩 옥상 위에 거대한 광고탑이 서 있다→빌딩 옥상에. 옥상(屋上)이 ‘지붕 위’라는 뜻이므로.
-결실을 맺게 됐다→결실을 보게(거두게) 됐다. 결실(結實)에 ‘맺는다’는 뜻이 있으므로.
-그는 남은 여생을 고국에서 지냈다→‘남은’을 빼거나 ‘남은 생을’
-성인병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사전에’를 빼야.
-먼저 선취점을 얻었다→‘먼저’를 빼거나, ‘먼저 점수를 얻었다’로.
-간단히 요약하자면→요약하자면, 간단히 말하자면
겹말은 한자말의 정확한 뜻을 모르고 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알면서도 그 의미를 한번 더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자주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자연언어는 불필요한 중복이 특징이다’(Natural language is characterized by redundancy)라는 말도 있다.
그런 겹말 중에 처갓집(妻家집), 고목나무(古木나무), 단발머리(短髮머리) 등은 관용으로 허용돼 국어사전의 표제어로도 올라 있다.

/ 김현덕 국민미디어클럽 편집공작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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