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대 대한변협 협회장은 사상 유래 없이 치열한 선거전을 통해 선출됐다. 서로간의 흠집 들추기와 네거티브 공방전은 회원들을 변협으로부터 돌려세웠다.
그런 비방선거전을 치르면서 걱정되었던 부분은 지금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먹고 사는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고 그게 해결되지 않는 이상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1만5000여 변호사의 법정단체가 변호사의 살 길만 생각하고 일자리만 부르짖으면 과연 효과적일까?
당장의 모이를 쪼아 먹기 위해 머리를 숙이고 땅만 쳐다보면 자기의 목숨을 노리고 살금살금 다가오는 삵괭이를 볼 수 없다. 더군다나 하늘을 날아오는 솔개에게는 속수무책이다.
먹고 사는 길만 강조하는 지도자가 멋있어 보일 수도 있고 인기가 있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도자는 전체를 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선거전에서는 국제업무를 폄하하고 회비로 외국을 놀러다닌다는 비난이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한국변호사의 수장이 국제무대에서 한국변호사의 입장과 고민을 이야기하고 협력을 구하는 열정은 어떤 의미로도 폄하되어선 안 될 일이다. 세상은 이제 국경이 없고 런던의 패션쇼를 실시간으로 본 한국의 소비자가 다음날이면 그 제품을 받아드는 시대가 되었다. 한국기업이 세계로 진출해 있는데 왜 한국의 법률서비스, 한국 변호사는 그렇게 알려지지를 못했는가. 한국 법조인은 오로지 우수한 인적 자원으로 승부하는 한국의 인적 자본 중에서도 가장 우수하다. 이제 그 우수성을 알리고 검증받아야 할 때다. 송무시장에만 집착해서는 한계가 뻔하다. 새로운 세대는 세계로 눈을 돌리고 나가야 한다. 그리고 대한변협의 수장은 그 발판이 되어주어야 한다. 위 협회장이 사흘 일정에 5분, 10분의 쉴 틈도 없이 9개 법조단체 지도자들과 릴레이미팅을 강행한 이유다. 회비가 소중하게 쓰이기 바란다면 미래를 위해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주는 일에 쓰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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