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3. 3. 21. 선고 2011다95564 전원합의체

Ⅰ.대상판결

1. 사건의 개요
원고는 2009. 3. 11. 소외 OO건설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와 사이에 소외 회사를 위탁자로 하는 경기도 파주 소재 고급타운하우스 신축분양사업 시행을 위한 관리형 토지신탁계약 및 사업약정을 체결하면서 위 사업과 관련한 부가가치세 환급금채권을 소외 회사로부터 양수받기로 약정하였다. 원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2009. 3.부터 2012. 1.까지 사이에 발생하는 소외 회사의 부가가치세 환급금채권을 양도받고, 2009. 4. 15. 소외 회사를 대리하여 피고 산하 파주세무서장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채권양도통지를 하여 그 통지서가 그 무렵 파주세무서장에게 도달하였다. 피고 산하 파주세무서장이 원고의 양수금 청구를 거부하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부가치세 환급금채권을 양수하였음을 원인으로 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2. 소송의 경과
제1심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사건이 민사소송임을 전제로 본안판단을 하여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고, 원심(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이 당사자소송이라는 이유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행정사건 관할법원인 의정부지방법원으로 이송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원고가 불복하여 상고하였다.

Ⅱ. 대법원의 판결요지

1.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부가가치세 환급세액 지급청구가 당사자소송의 대상인지 아니면 민사소송의 대상인지 여부이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다수의견
부가가치세법 제17조 제1항은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의 개념을, 제24조 제1항은 부가가치세 환급세액 지급의무를 각 규정하고 있고,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72조 제1항은 지급시기를, 제4항은 지급액수 산출방법을 각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부가가치세 법령의 내용, 형식 및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납세의무자에 대한 국가의 부가가치세 환급세액 지급의무는 그 납세의무자로부터 어느 과세기간에 과다하게 거래 징수된 세액 상당을 국가가 실제로 납부받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가가치세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직접 발생하는 것으로서, 그 법적 성질은 정의와 공평의 관념에서 수익자와 손실자 사이의 재산상태 조정을 위해 인정되는 부당이득 반환의무가 아니라 부가가치세 법령에 의하여 그 존부나 범위가 구체적으로 확정되고 조세 정책적 관점에서 특별히 인정되는 공법상 의무라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납세의무자에 대한 국가의 부가가치세 환급세액 지급의무에 대응하는 국가에 대한 납세의무자의 부가가치세 환급세액 지급청구는 민사소송이 아니라 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에 규정된 당사자소송의 절차에 따라야 한다. 이와 반대되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들은 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나. 소수의견
수년간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일반 국민에게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의 지급청구가 민사소송 대상이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점에 비추어 이를 당사자소송에 의해서만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구제수단 선택이나 소송실무상 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Ⅲ. 판례평석

1. 당사자소송과 민사소송의 구별 기준에 관한 논란
국가나 지자체 및 공공기관을 상대로 금전을 청구하는 소송을 의뢰받은 변호사라면 해당 소송의 관할과 관련하여 민사소송에 해당하는지, 공법상 당사자 소송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누구나 한번 쯤 의문을 가졌을 법 하다.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경우 민사소송처럼 이행소송, 확인소송 등 다양한 형태의 소송이 허용된다. 민사소송과 당사자소송은 양자 모두 당사자의 대등한 존재를 전제로 하고, 공권력 행사 자체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당사자소송은 그 대상인 법률관계가 공법상의 법률관계인데 반하여(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 민사소송은 사법상의 법률관계를 그 대상으로 하는 점에서 차이를 갖는다.
이러한 기준도 사실 공법을 깊이 공부하지 아니한 일반 대다수 법률가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에 속한다. 무엇보다 공·사법 관계의 구별에 관하여 확립된 판례는 물론 정설이 없어 무엇을 기준으로 공법관계와 사법관계를 구분할 것인지가 문제되고 있다. 그런 연유로 공·사법 구별론 내지 이원론에 대한 비판론이 오히려 최근의 유력한 대세가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구별론에 따라 구별을 하자면, 급부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정서비스 분야는 개별법령의 해석 및 당해 행정행위에 따라 당해 법률관계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달라진다고 하겠다.
흔히 알고 있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하는 규제행정 등 행정에 고유한 법률관계는 공법관계라 할 수 있고, 국고작용으로 불려지는 공공조달 계약 등은 사법관계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 견해로 보인다. 여기서, 당해 법률관계가 행정소송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정처분이 게재되어 있는지 여부가 기준이 될 수 있다.
행정처분은 국민의 구체적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행위이므로, 국민의 권리의무에 영향이 없는 단순한 행정청의 내부에서의 행위나 알선·권고·경고 통지 등 비권력적 사실행위 등은 처분이 아니다. 이러한 당사자소송에는 ① 공법상 신분이나 지위의 확인에 관한 소송, ② 처분 등의 무효·취소를 전제로 하는 공법상의 부당이득반환소송, ③ 공법상 금전지급청구에 관한 소송, ④ 공법상 계약에 관한 소송 등이 있다.
대법원 판례가 당사자 소송이라고 판시한 구체적인 예로는, 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에 관하여 그 보상액에 관한 부분을 토지소유자 등과 사업시행자가 각각 원·피고가 되어 다투는 소송(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85조 제2항), 손해배상금 또는 실비보상금에 관한 통신위원회의 재정을 관계인이 각각 원·피고가 되어 다투는 소송(전기통신기본법 제40조의2 제5항), 공무원·지방의회의원·국공립학교학생 등의 신분이나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 행정청에 의하여 결정된 보상금의 지급청구(도로법 제79조 등), 보상금청구(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등이 있다.
위와 같은 특별한 지표가 없는 법률관계는 사법관계로서 민사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공법상 계약 이론에 따라 해결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아직까지 그 구분에 관한 결정적 기준은 없는 듯 하다.
결국 당사자소송을 민사소송과 구별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가 적지 않아서 실무상 소송형식을 둘러싸고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고, 본 대상 판결도 그러한 논란의 연장선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2. 대상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의와 한계
대상 판결은 확정된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의 지급청구소송을 민사소송으로 허용해 오던 종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여 행정소송의 관할을 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즉, 행정소송제도 도입으로 그동안 민사소송의 대상이 되었던 다수 소송 형태들이 행정소송으로 분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종래 민사소송 대상으로 허용해 오던 부가가치세 환급세액 지급청구권의 법적성질이 공법상 권리라는 점을 확인하고, 이에 따른 적합한 소송형식은 공법상 당사자 소송 즉 행정소송의 관할 하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것이다.
더욱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행정소송법 전면 개정안에서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국가배상청구, 국가를 대상으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 손실보상 청구 등을 당사자 소송에 속한다고 명시한 점(개정안 3조)에 대응하여 대법원이 위와 같은 행정소송 관할권의 확장 추세에 미리 부응한 측면도 있는 판결이다.
다만, 본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이 가지는 한계도 있다. 즉, 대법원 다수의견은 기존 판례를 변경하면서 ‘이와 달리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의 지급청구가 행정소송이 아닌 민사소송의 대상이라 한 기존 판결과 개별 세법에서 정한 환급세액의 반환도 일률적으로 부당이득반환이라고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의 반환도 부당이득반환이라고 본 판결을 본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대법원이 “오납액, 초과납부액(과납액) 및 환급세액 중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에 한정하여 그 지급을 구하는 소송이 당사자소송의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지,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나머지 국세, 지방세, 관세에 관한 과오납금의 환급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까지 모두 민사소송의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하지는 아니한 것이다.
따라서 위 국세, 지방세, 관세에 대한 과오납 소송은 여전히 민사소송의 관할 하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미완의 판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또한,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에 관하여 확정이 될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환급금과 관련된 경정거부처분 등을 다투는 소송은 여전히 항고소송인 취소소송 등을 통해 확정될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즉, 자칫 부가가치세 환급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 곧바로 당사자 소송으로 갈 수 있는 것으로 오인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대상 판결은 조세과오납환급청구 소송의 형식을 명시적으로 모든 조세에 대하여 행정소송법상 당사자소송의 관할에 두겠다고 판시하지는 아니함으로써 전원합의체 판례 변경의 실효성이 반감된 측면이 있다. 기왕에 판례변경을 할 바에는 행정소송법 개정안에 부응하여 국세, 지방세, 관세 등에 관한 과오납금의 환급을 구하는 소송 역시 모두 행정소송의 관할 범위에 해당한다고 미리 못을 박아두었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jtsung@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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