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윤창중 전청와대 대변인 사건으로 시끄럽다. 평소 같으면 나는 이런 사건 보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신문을 안 본 지 오래되었다. 그런데 올 3월 내가 협회의 공보이사가 되어 버렸고, 이제 모임에서 나를 소개할 때 ‘대한변호사협회의 입’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간혹 “대변인하고 공보이사는 뭐가 달라요?”라는 질문도 받는 형국이 된 지금 그의 일은 남의 일 같지 않다. 그래서 윤창중 전 대변인이 청와대 대변인이 되기 전의 행적이나 그 후의 비상과 추락에 대하여 인터넷 검색을 열심히 해보았다. 오늘은 그 느낌과 내가 챙길 교훈을 좀 쓰련다.
우선 우리 대한변호사협회의 두 대변인에게 고맙다. 수석대변인 노영희 변호사와 대변인 최진녕 변호사이다. 내가 처음 공보이사가 되어 몇분의 선배들에게 소식을 전하니 어떤 분은 “협회에 공보이사만 있으면 되지, 무슨 대변인까지 두냐? 없애라!”라고 하신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그 사람이 누군지 묻지마라. 취재원 보호차원에서 비밀이다.
그런데 공보이사가 되어 한달쯤 있다가 그분에게 전화를 했다. “만일 대변인이 없었더라면 전 바로 한달하고 공보이사직 사직했을 것 같은데요. 대변인 없이 혼자 하기에는 일이 너무 많아요”라고 말씀드렸다. 진심이다. 대변인이 없던 시절의 공보이사들이 존경스럽다. 이런 이유로 두 대변인이 고맙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기하다. 협회 대변인들도 이렇게 바쁜데 대한민국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 미국순방시 한가롭게 인턴과 술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아마 그런 ‘숨은 재미’가 있어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보다 대한민국 청와대 대변인이 더 인기 있고, 높은 자리인가 보다.
두 번째로 내가 느낀 것은 윤 전대변인과 같은 사람은 조기축구회 대변인 자격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막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을 대변인으로 쓰면 안 되는 것이다.
우리 대변인들의 말과 글을 보면 윤 전 대변인과 확연히 구별된다. 두 대변인은 간혹 협회 성명서나 보도자료를 만들 때 심혈을 기울인다. 간혹 두 사람이 단어 선택 하나에까지 의견을 조정하고 타협하는 것을 보면 즐겁고 흐뭇하다. 그들이 그러하기에 나는 그냥 믿고 딴 일을 한다. 내가 그들의 직책상 상사라고 한다면 난 인복이 많이 사람이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대변인의 글’과 말은 곧 협회의 말과 글이고, 전체 변호사의 말과 글이기 때문이다. 말과 글의 대표선수이니 얼마나 조심해야겠는가!
미국 대법관이었던 홈즈 판사의 아버지로 시인이자 의사였던 올리버 웬델 홈즈는 이런 말을 했다. “말을 하기로 했으면 분명히 할 것. 사용하기 전 모든 어휘에 공을 들일 것.” 우리 대변인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공식적인 언어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그렇다. 그러고 보니 공보팀 3명 중에서 내가 제일 돌직구 스타일의 말을 한다. 내가 대변인이 아니고 공보이사인 것이 다행이다.
할 말을 분명히 하는 것 하고, 천박하기 짝이 없는 언사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 구별된다. 윤창중 전 대변인은 검색해 보니, 책이나 글에서 천박한 언사를 사용했다. 그런 사람이 말을 책임지고, 말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솔직히 안타깝고 아쉽다. 지금의 사태는 그 잘못된 선택에 대한 대가일 것이다.
참, 그러고 보면 세상에 공짜가 없다. 물론 이런 생각도 했다. 그가 대통령의 눈에 들었던 이유가 아이러니하게 그런 막말로 대통령을 지지하고, 반대파를 비난했기 때문이 아닐까 말이다. 이 부분에서도 또, 세상에는 정말로 공짜가 없다는 명언의 진가를 확인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바로 내일 나의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추락을 바로 나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법조인으로서, 공보이사로서, 쉰이 된 중년남성으로서 나도 이제 앞으로는 좀 더 모든 어휘에 공을 들여서 분명한 말을 해야겠다. 그에 더하여 우아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용하고, 우리 글을 쓰려고 애써야겠다.
이제 글을 마치자. 가장 멋진 엔딩은 2007년부터 도입된 협회 대변인 제도의 역대 대변인들의 이름을 이곳에서 한번 불러주는 것 같다. 최태형, 곽란주, 장진영, 정준길, 정태원, 노영희, 최진녕 변호사다. 그들이 말과 글로 성공하기를 빈다.

/박형연 대한변협신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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