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80026,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41386

1. 사실 관계
(1) 국내 수산물 수입업체인 골드수산과 예산수산은 중국의 수출자인 닝데 용리우, 얀타이 워터스타로부터 냉동갈치와 냉동조기를 수입하면서 대금결제는 신용장에 의하기로 하는 내용의 수입계약을 체결하였다.
수산물을 수입하기 위하여 골드수산은 ‘수협’에, 예산수산은 부산은행 각각 신용장의 개설을 의뢰하였다. 닝데 용리우와 얀타이 워터스타는 골드수산 및 예산수산이 수입하기로 한 수산물의 운송을 운송주선인인 AGI에 의뢰하였고, AGI는 실제 운송인에게 의뢰하여 수산물을 중국의 심천, 청도 등에서 부산항까지 운송하기로 하는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면서, ① 골드수산이 수입하기로 한 수산물에 관하여는 송하인을 닝데 용리우 또는 얀타이 워터스타, 수하인을 수협의 지시인, 통지처를 골드수산, 양하항을 부산항으로 한 하우스 선하증권을, ② 예산수산이 수입하기로 한 수산물에 관하여는 송하인을 닝데 용리우 또는 얀타이 워터스타, 수하인을 부산은행의 지시인, 통지처를 예산수산 또는 골드수산, 양하항을 부산항으로 한 하우스 선하증권을 각 발행하였다.
수산물을 실제 운송한 (주)오오씨엘은 AGI에 수하인을 AGI의 국내 운송취급인인 피고 에이티이로 하여 하우스 선하증권에 대응하는 마스터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는데, 창고업자인 정현(주)는 골드수산 및 예산수산이 수입한 수산물의 입고의뢰를 받고, 2005년 3월 30일부터 2005년 6월 16일까지 사이 피고 에이티이에 수입화물 배정 요청서를 보내 수산물을 냉동창고에 입고 처리하였다.
(2) 그런데 골드수산 및 예산수산은 위와 같이 수입한 수산물의 수입대금을 결제하지 않았고, 이에 수협과 부산은행이 골드수산 및 예산수산을 대신하여 중국의 서류 매입은행에 신용장대금을 지급하고 하우스 선하증권을 넘겨받아 소지하게 되었다.
수입회사는 피고 에이티이의 부산지점장(피고 2)에게 선하증권을 교부하지 아니한 채 수산물에 대한 화물인도지시서(D/O)를 FAX로 송부해 줄 것을 부탁하였고, 이에 피고 2는 2006. 4. 4.경부터 2006. 6. 21.까지 사이에 수 회에 걸쳐 선하증권을 회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산물에 대한 화물인도지시서를 골드수산과 예산수산에 FAX로 송부하였다.
보세창고업자인 정현(주)는 골드수산 및 예산수산으로부터 위와 같은 화물인도지시서를 제시받고 수입회사에게 하주 이름을 골드수산 또는 예산수산으로 한 물품보관증을 발급하였고, 골드수산은 2006년 4월 11일부터 2006년 5월 20일까지 사이에 원고(새마을금고임)로부터 8차례에 걸쳐 합계 12억 원을 대출받으면서 원고에게 물품보관증을 교부하고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수산물을 목적물로 한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였다.
(3) 부산은행 및 수협은 각각 정현(주)을 상대로 선하증권에 기하여 수산물의 인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 진행 중 원고가 정현(주)을 위하여 보조참가를 하였는데, 소송 결과 양도담보권을 선의취득하였다는 원고의 항변이 배척되어 부산은행 및 수협의 청구가 인용됨으로써 원고가 수산물에 대한 양도담보권을 상실하였다.

2. 쟁점
(1)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 에이티이의 부산지점장인 피고 2가 수입회사와 공모하여 선하증권을 회수하지 아니한 채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해 주었고, 정현(주)은 피고 에이티이의 화물인도지시에 따라 골드수산 등에게 수산물에 관한 물품보관증을 발급하였으며, 원고는 그 물품보관증에 기하여 수산물을 양도담보로 제공받고 골드수산 및 예산수산에게 대출을 해주었는데, 부산은행 및 수협과의 소송 결과 수산물에 관한 양도담보권을 상실함으로써, 수산물의 처분대금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되었고, 이는 피고 2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에 기한 것이므로, 피고 2 및 그 사용자인 피고 에이티이는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 2가 송부한 화물인도지시서에는 기명 수하인이 부산은행 또는 수협으로 되어 있고, 기명 수하인 또는 그의 정당한 대리인에게만 화물을 인도해 달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어, 정현(주)은 부산은행 또는 수협이나 그가 지정한 대리인에게만 수산물을 반출해 줄 수 있을 뿐이므로, 피고 2가 화물인도지시서를 골드수산과 예산수산에게 송부해 주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 2가 정현(주)으로 하여금 골드수산 또는 예산수산에게 수산물을 반출해 주거나 물품보관증을 작성해 주도록 지시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원고는 양도담보계약을 점유개정에 의한 방법으로 체결함으로써 동산 양도담보 성립을 위한 공시방법을 갖추지 못하여 선하증권의 소지인에 대하여 양도담보권으로 대항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원고가 입은 손해는 양도담보 제공자인 골드수산 등의 불법행위 또는 원고가 위와 같이 양도담보물의 점유를 인도받지 않은 것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 할 것이다.
피고 2가 골드수산 등과 불법행위를 공모하였다고 볼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 하는 이상, 원고가 입은 손해와 피고 2의 화물인도지시서 송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2)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 2가 선하증권을 제시받지 아니한 채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한 것은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라고 할 것이고, 나아가 골드수산이 수산물에 대한 정당한 처분권한이 있는 것처럼 원고를 기망하여 이를 양보담보로 제공하고 원고로부터 대출을 받은 불법행위에 관하여 공모하거나 적어도 방조한 행위로서,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며, 이는 피고 2가 그가 발행한 화물인도지시서가 구체적으로 골드수산이 원고로부터 대출을 받기 위하여 수산물을 양도담보로 제공하는 데에 사용되리라는 사정까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원고로서는 화물인도지시서가 위법하게 발행된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 수산물을 양도담보로 제공받고 골드수산에게 대출을 실행하지 않았을 것임이 명백하고, 따라서 원고의 손해는 대출 실행과 동시에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 2의 위법한 화물인도지시서 발행과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3) 쟁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공동불법행위의 성립 요건 및 공동불법행위에 있어 과실에 의한 방조가 가능한지 여부 및 국내 운송취급인이 선하증권을 제시받지 아니한 채 수입업자에게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하였고 수입업자가 그 화물인도지시서를 이용하여 제3자와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위 국내 운송취급인이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한 행위는 수입업자의 불법행위에 관하여 공모 또는 방조한 행위로서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양도담보권을 상실함으로써 제3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이다.

3. 판결 요지
(1) 국내 운송취급인이 선하증권을 제시받지 아니한 채 수입업자에게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하였고 수입업자가 그 화물인도지시서를 이용하여 제3자와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한 경우, 국내 운송취급인이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한 행위는 수입업자의 불법행위에 관해 공모 또는 방조한 행위로서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양도담보권을 상실함으로써 제3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2009다80026)
(2) 국제운송업자의 국내 운송취급인 피고 에이티이의 피용자 피고 2가 수입업자로부터 선하증권을 회수하지 않은 채 수입물에 대한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하여 줌으로써 수입업자가 그 화물인도지시서를 창고업자에게 제시하여 물품보관증을 발급받은 다음 이를 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에게 교부하여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수입물에 대한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고 대출을 받았으나, 선하증권을 소지한 신용장 개설은행이 제기한 수입물 인도 소송에서 양도담보권의 선의취득 항변이 배척되어 새마을금고가 양도담보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은 경우, 피고 2가 선하증권을 제시받지 않은 채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한 것은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이고, 나아가 수입업자가 수입물에 대한 정당한 처분권한이 있는 것처럼 새마을금고를 기망하여 이를 양도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은 불법행위에 대하여 공모하거나 적어도 방조한 행위로서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2010다41386)
(3) 여러명이 공동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민법 제760조의 공동불법행위에 있어서 행위자 상호간의 공모는 물론 공동의 인식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객관적으로 그 공동행위가 관련 공동되어 있으면 족하고 그 관련 공동성 있는 행위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함으로써 그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는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것이며, 공동불법행위에 있어 방조라 함은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형법과 달리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법의 해석으로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고, 이 경우의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않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 의무에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다1313 판결 등 참조).

4. 평석
국내 운송취급인이란 국제운송인의 국내대리인의 지위에서 또는 독자적인 지위에서 위임계약에 따라 선하증권 등 운송증권을 회수하고 화물인도지시서(Delivery Order)를 발급하는 업무 등을 대행하는 선박대리점 또는 복합운송주선인 등을 말한다. 운송증권은 유가증권으로써 상환증권성이 있으므로 당연히 운송취급인은 원본 운송증권을 회수하고 이와 상환으로 D/O를 발급해야 하는데 운송증권을 회수하지 않고 D/O를 발급하면 경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의 판시 내용은 전적으로 타당한 것이다.
이러한 운송취급인의 법적 지위와 관련해서는 그가 운송인의 지휘, 감독을 받는 이행보조자 또는 피용자인지, 아니면 독립적 지위에 있는지 여부, 운송취급인과 보세창고업자간의 법률관계, 운송취급인의 불법행위책임과 상법 제789조의 3 또는 히말라야 약관의 관계 등의 법적 쟁점이 있다.(화물인도지시서 및 운송취급인의 법률관계에 관해 상세한 것은 유중원 저, 운송증권 제1장 제8절과 제9절을 참조)

/유중원 변호사
rjo12@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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