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TV보는 게 겁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특히 밤 시간이 더 무섭다고 한다. TV 화면에 복면을 쓴 범죄자가 수시로 나타나는 것도 아닌데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더니 ‘맛집’ 때문이란다.
사실 그렇다. 채널을 돌리다보면 여기저기 “후루룩 쩝쩝”이다. 예쁜 연예인이 콧등의 땀을 훔치며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우기도 한다. 종합편성채널이 등장한 뒤론 더욱 그렇다. 다이어트 중일 땐TV 전원을 확 뽑아버리고 싶을 지경이다.
맛집 정보는 TV 방송에 그치지 않는다. 일간신문 주말판은 물론 월간지에도 빠짐없이 군침 도는 음식점이 등장한다. 인터넷 검색창을 뒤지다가도 연관 검색어에 걸려 엉뚱한 음식점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정말이지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맛집 정보의 범람(홍수)’이란 소리가 나올만하다.
사실 ‘많은 것=좋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범람이나 홍수처럼 부정적인 단어로 이어지는 걸 보면 반가운 일이 아닌 게 분명하다. 정보가 많다보니 가장 큰 어려움은 선택에 있다. 그 중에 최고를 찾겠다고 정보를 일일이 확인하다보면 시간이 너무 흘러 뱃가죽이 등짝에 붙고 만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열심히 골라 찾아갔더니 ‘비싼 값에 서비스 엉망’으로 억울하기 짝이 없는 경우도 다반사로 발생한다.
사업상 손님접대가 잦은 기업인으로부터 이런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음식점 잘못 고르면 여러 가지로 망합니다. 경제적 시간적으로 손해인 점은 제쳐두더라도, 바쁜 시간 어렵게 모신 분에게 실망을 줘 사람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실패하지 않는 맛집 고르기’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사이버공간에 돌아다니는 맛집 정보 중에는 카페 게시판이나 블로그에 올린 글이 많은데 메뉴 사진이 너무 많은 건 믿지 말 것. 주인의 협찬, 흔히 말하는 공짜로 얻어먹고 쓴 글일 가능성이 높다. 사진을 찍으려고 자기 지갑을 털어가며 많은 종류의 메뉴를 시키는 ‘몽매한 식객’은 지구촌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지역이나 음식 단어가 문맥상에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글도 구린내가 심한 정보다. 예를 들어 ‘신촌 맛집’, ‘회식 맛집’ 등과 같은 것. 홍보를 위해 금전적인 보상을 받고 쓴 글이 대부분이다.
다음은 칭찬 일변도의 글. 이 역시 100% 만족스러운 정보 구실은 힘들다. 맛집으로 소문난 곳은 손님들이 몰려와 뜻하지 않은 불편한 점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이를 눈 감아주는 건 뭔가 석연치 않다. 아니면 글을 쓴 사람의 취재 판단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로 보면 된다.

/유지상 전 중앙일보 맛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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