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012. 12. 27. 2011헌바117 결정에서 다시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하였다. “형법조항은 헌법상 규정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입법목적이나 입법자의 의도를 감안한 유추해석이 일체 금지된다”며 “이 사건 법률조항의 ‘공무원’에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이 아니고 공무원으로 간주되는 사람이 아닌 제주자치도 위촉위원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므로, 그 범위 내에서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위 결정이 바람직한 것이었나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6:3으로 대립되어 있는 바가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헌법재판소가 이번 결정에서 종전과 다른 이론을 전개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의 논거로 전개하였던 ‘합헌적 법률해석’이론을 벗어나는 새로운 논거를 제시하였다는 점이다. ‘합헌적 법률해석’이론은 결론의 배경으로서의 역할에 그치고, 위헌법률심판에 있어서의 ‘심판범위의 특정’을 한정위헌결정의 주된 논거로 제시하였다는 점이다. 바람직한 이론전개였다고 본다.

결정의 요지
형법 제129조 제1항의 ‘공무원’에 구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299조 제2항의 제주특별자치도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중 위촉위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
청구인은 대학교 교수로서 2003. 2. 1.경부터 제주도 통합(환경·교통·재해)영향평가위원회 재해분과심의위원으로 위촉되어 OO골프장 등의 재해영향평가를 심의하는 직무와 관련하여, 2006. 12.경 현금 3500만원을 수수하는 등 용역비 명목으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형법상 뇌물죄로 처벌되자, 형법 제129조 제1항의 ‘공무원’에 일반공무원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산하 위원회의 심의위원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한도에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 등의 위헌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법률조항은 그 자체의 법문이 아무리 간단명료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개별적·구체적 사건에 적용함에 있어서는 (관념상으로라도) 법률조항에 대한 해석이 불가결하게 선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결국 법률조항과 그에 대한 해석은 서로 별개의 다른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어서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위헌법률심판권 등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당해 사건에서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를 심판하여야 하는 것이고, 이때에는 필수적으로 통제규범인 헌법에 대한 해석·적용과 아울러 심사대상인 법률조항에 대한 해석·적용〔의 결과로서의 법률내용(필자 추가부분)〕을 심사하지 않을 수 없다.
구체적 규범통제절차에서 당해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이 다의적 해석가능성이나 다의적 적용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그 가운데 특정한 해석이나 적용부분만이 위헌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즉 부분적·한정적으로 위헌인 경우에는 그 부분에 한정하여 위헌을 선언하여야 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한정위헌청구는 위헌의 범위와 그에 따른 기속력의 범위를 제한적으로 정확하게 한정할 수 있게 할 것이고, 그 결과 규범통제절차에 있어서 위헌여부심판권의 심사지평을 넓힐 수 있게 될 것이어서, 금지되어서는 안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장려되어야 할 것이다.
한정위헌청구가 원칙적으로 적법하다 하더라도, 재판소원을 금지하고 있는 ‘법’ 제68조 제1항의 취지에 비추어 한정위헌청구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당해 사건 재판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의 인정이나 평가 또는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의 법률조항의 단순한 포섭·적용에 관한 문제를 다투거나 의미있는 헌법문제를 주장하지 않으면서 법원의 법률해석이나 재판결과를 다투는 경우 등은 모두 현행의 규범통제제도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벌칙적용 등에 있어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법률조항이 없음에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이에 준하는 공법인의 사무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보는 법원의 기존의 해석·적용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즉, 국민에게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법률조항의 경우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아무리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명문의 처벌규정이나 공무원 의제규정이 없는 이상 처벌의 필요성만을 강조,구성요건을 확대해석하거나 유추적용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과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평 석
이 결정은 한정위헌결정에 대한 종래 헌법재판소 결정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정위헌결정의 본질에 대한 논의에서 ‘헌법합치적 법률해석’ 내지 ‘합헌적 법률해석’이론을 떠났다는 점이다.
종래 헌재의 이론은 1990. 4. 2. 89헌가1결정(국가보안법 찬양·고무죄 사건)에서 제시된 것이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떤 법률의 개념이 다의적이고 그 어의의 테두리 안에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때 헌법을 그 최고 법규로 하는 통일적인 법질서의 형성을 위하여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 즉 합헌적인 해석을 택해야 하며, 이에 의하여 위헌적인 결과가 될 해석을 배제하면서 합헌적이고 긍정적인 면은 살려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일반 법리이다. 이러한 합헌적 제한해석과 주문예는 헌법재판제도가 정착된 여러나라에 있어서 널리 활용되는 통례인 것으로서 법률에 일부합헌적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헌적 요소 때문에 전면위헌을 선언할 때 생길 수 있는 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이에 대하여, 이번 결정은 위헌심판의 범위에서 그 주된 논거를 찾고 있다.
“구체적 규범통제절차에서 당해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이 다의적 해석가능성이나 다의적 적용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그 가운데 특정한 해석이나 적용 부분만이 위헌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즉 부분적·한정적으로 위헌인 경우에는 그 부분에 한정하여 위헌을 선언하여야 하는 것 역시 당연한 것이다. 즉, 심판대상 법률조항의 해석가능성이나 적용가능성 중 부분적·한정적으로 위헌 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당해 법률조항 전체의 합헌을 선언할 수 없음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자명한 것이고, 반면에 부분적·한정적인 위헌 부분을 넘어 법률조항 전체의 위헌을 선언하게 된다면, 그것은 위헌으로 판단되지 않은 수많은 해석·적용 부분까지 위헌으로 선언하는 결과가 되어 규범통제에 있어서 규범유지의 원칙과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한정위헌결정제도는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심사절차에서는 당연하면서도 불가피한 결론이라는 것이다.
생각건대, 합헌적 법률해석의 본질은 ‘법률해석’이다. 법률해석의 주된 역할은 법원이 담당하고 있다. 합헌적 법률해석은 우선적으로 법원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합헌적 법률해석은 법원이 법률을 해석함에 있어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방법으로 법률을 해석하여야 할 것을 요청하는 사법권 행사에 대한 ‘한계 내지 통제’의 의미한다. 법원의 법률해석은 이러한 요청을 준수하였을 것으로 일응 인정되므로, 이러한 점에서 법원이 행하는 모든 법률해석은 합헌적 법률해석의 결과물이다. 법원의 모든 법률해석은 그 해석의 결과, 즉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될 법률내용이 합헌이라는 판단이 전제되어 있다.
만일 법원이 구체적인 사건에서 적용될 법률내용이 위헌이라고 판단하게 되면, 법원은 헌법 107조 제2항에 의하여 헌법재판소에 그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제청하여야 한다. 이것이 구체적 규범통제이다. 구체적 규범통제로서의 위헌법률심판절차에서 헌법재판소는 당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유권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 법원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기속된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법률조항의 내용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법관마다 다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사이에 있어서도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이 상이한 것을 보면 그러하다. 따라서 위헌 여부에 대한 법원 법관의 판단과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판단이 다를 수 있음은 자명하다. 법원이 합헌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위헌적인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충돌에 대하여, 우리 헌법은 법률의 위헌심판에 대한 ‘유권적 권한’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하고 있다.
만일 법원이 합헌이라고 판단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지 아니한 법률조항의 내용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면, 그러한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두 가지 제도가 생각될 수 있다. 우선, 재판소원이 그것이다. 법원의 재판이 종결된 뒤,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법률해석권한행사에 있어서 ‘합헌적 법률해석’의 한계를 준수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합헌적 법률해석’이론이 재판소원의 중심에 있게 된다. 재판소원을 인정하는 독일에서 ‘합헌적 법률해석’이론이 한정위헌결정의 중심이론이 되는 이유라고 볼 수도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법은 다른 방법을 택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위헌소원이다. 법원 사건의 당사자가 위헌이라고 생각하는 법률조항을 법원이 합헌이라고 판단할 경우, 그 당사자가 그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직접 구체적 규범통제를 신청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 경우, 헌법재판소는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당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때 헌법재판소는 굳이 당해 법원의 사법권 행사가 ‘합헌적 법률해석’의 한계를 일탈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아도 된다. 당해 사건에 적용된 법률조항의 내용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만을 판단하면 충분하다.
위헌소원을 통해서 선고되는 위헌결정은 모두 법원이 ‘합헌적 법률해석’의 결과로서의 합헌이라고 판단한 법률내용에 대하여 위헌을 선언하는 것이다. 법원의 법률해석권한행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들이다. 전부위헌결정도 그러하고, 일부위헌결정도 그러하고, 한정위헌결정도 그러하다. 한정위헌결정만 법원의 ‘합헌적 법률해석권한’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다. 한정위헌결정은 법률조항이 외연이 너무 넓은 경우, 구체적 규범통제의 본질에 따라, 당해 사건의 해결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그 심판의 범위를 축소한 뒤, 그에 한정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하였을 뿐이다. 이것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라고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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