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대법원 2013. 2. 21. 선고
2010도10500 전원합의체판결 상고기각


피해자 종중으로부터 명의신탁을 받아 보관 중이던 부동산에 관하여 피해자 종중의 종원인 피고인 A는 1995년경 채권최고액 1400만원인 근저당권과 2003년경 채권최고액 750만원인 근저당권을 각 설정하여 횡령한 후, 피고인들(피고인 A, 피고인 B)은 공동하여 2009년경 제3자에게 위 부동산을 1억9300만원에 매도하였다. 피고인들은 이 중 2009년경 제3자에게 위 부동산을 매도한 행위에 관해 기소되었고, 피고인들은 1995년경 근저당권설정행위로 횡령행위가 기수에 이르렀으므로 그 이후의 근저당권설정행위나 이 사건 매도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라고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이 사건 매도행위로 침해된 법익은 선행하는 근저당권 설정행위에 의하여 침해된 법익의 범위를 초과하였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하였다. 원심 판결의 결론은 정당한가?

명의수탁자가 보관하는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다시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매도한 행위가 불가벌적 사후행위인지 여부
횡령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에 관한 소유권 등 본권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그 법익침해의 위험이 있으면 그 침해의 결과가 발생되지 아니하더라도 성립하는 위험범이다(대법원 2002. 11. 13. 선고 2002도2219 판결 참조).
그리고 일단 특정한 처분행위(이를 ‘선행 처분행위’라 한다)로 인하여 법익침해의 위험이 발생함으로써 횡령죄가 기수에 이른 후 종국적인 법익침해의 결과가 발생하기 전에 새로운 처분행위(이를 ‘후행 처분행위’라 한다)가 이루어졌을 때, 그 후행 처분행위가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위험을 현실적인 법익침해로 완성하는 수단에 불과하거나 그 과정에서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것으로서 새로운 위험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후행 처분행위에 의해 발생한 위험은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에 포함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후행 처분행위는 이른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후행 처분행위가 이를 넘어서서, 선행 처분행위로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선행 처분행위와는 무관한 방법으로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라면, 이는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타인의 부동산을 보관 중인 자가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함으로써 일단 횡령행위가 기수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그 후 같은 부동산에 별개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의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해당 부동산을 매각함으로써 기존의 근저당권과 관계없이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켰다면 이는 당초의 근저당권 실행을 위한 임의경매에 의한 매각 등 그 근저당권으로 인해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을 추가시키거나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킨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볼 수 없고,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 할 것이다.
이와 반대되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들은 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한다.
(� 이 사건 매도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아니다. 상고기각)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의 별개의견
횡령죄의 구성요건으로서의 횡령행위란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일체의 행위로 그 의사가 외부에 인식될 수 있는 객관적 행위를 하였을 때 그 재물 전체에 대하여 횡령죄가 성립되기 때문에, 그 이후 이루어지는 횡령물의 처분행위는 이미 소유권 침해나 소유권 상실의 위험이 발생된 범위 내의 것이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보는 것이 논리적이다.
또한 대법원이 줄곧 부동산 명의수탁자가 그 부동산에 관하여 임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이루어진 근저당권 설정행위나 매도행위를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보아 처벌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보아 온 기존 판례의 견해가 횡령죄 처벌규정의 취지를 충분히 실현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후행 횡령행위를 모두 선행 횡령행위와 별도로 처벌하는 것이 기존 판례에 기초한 법적 안정성을 해하여도 좋을 정도로 우월한 가치를 가진다거나 선행 횡령행위와 별도로 반드시 처벌해야 할 만큼 후행 횡령행위의 반사회성이나 가벌성이 명백하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선행 횡령행위로 발생한 소유권 침해의 위험이 미약하여 과도한 비용과 노력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그 위험을 제거하거나 원상회복할 수 있는 상태에서 그보다 월등히 큰 위험을 초래하는 후행 횡령행위를 저지르게 되어 그 행위의 반사회성이나 가벌성이 충분히 인정되고 일반인으로서도 그에 대한 처벌을 감수함이 마땅하다고 여길 경우에만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취지에 어긋나는 판례들만을 그 변경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사안은 명의수탁자가 보관 중이던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한 행위가 선행의 근저당권 설정행위로 발생한 위험보다 월등히 큰 위험을 초래하는 것으로서 새로운 법익 침해를 수반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으므로, 이를 선행 횡령행위에 의하여 이미 평가되어 버린 불가벌적 사후행위라고 보기는 마땅치 않으므로, 원심 판결의 결론은 수긍할 만하다.
(� 이 사건 매도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아니지만, 논리구성 및 판례변경 범위에 있어 다수의견에 찬동할 수 없다. 상고기각)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김신의 반대의견
횡령행위에 의한 법익침해의 결과나 위험은 불법영득의사가 외부에서 인식될 수 있는 경우에 이미 그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전체에 미치게 되므로 그 이후 이루어지는 후행처분에 의한 추가적 법익침해의 결과나 위험은 법논리상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재물을 객체로 하는 횡령죄와 달리 재산상 이익을 객체로 하는 배임죄의 경우 타인의 부동산을 보관 중인 자가 그 부동산의 일부 재산상 가치를 신임관계에 반하여 유용하는 행위라서, 선행행위를 배임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후행 처분행위의 처벌 가능성이 긍정될 수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선행 처분행위가 횡령행위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배임행위에 그친 것인지를 추가로 심리·판단한 후 이 사건 공소사실의 유·무죄를 따져보았어야 한다.
(� 이 사건 매도행위가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원심에서 다시 심리해 보아야 한다. 파기환송)




※ 기존의 판례들

횡령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10도93 판결

횡령죄에서 ‘횡령행위’의 의미 및 횡령 이후에 다시 그 재물을 처분하는 것이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적극)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고, 횡령죄의 구성요건으로서의 횡령행위란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이어서 타인의 재물을 점유하는 자가 그 점유를 자기를 위한 점유로 바꾸려고 하는 의사를 가지고 그러한 영득의 의사가 외부에 인식될 수 있는 객관적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그 재물 전체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되고, 일단 횡령을 한 이후에 다시 그 재물을 처분하는 것은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여 처벌할 수 없다(대법원 1998. 2. 24. 선고 97도3282 판결 등 참조).

공동상속인 중 1인이 상속재산인 임야를 보관 중 다른 상속인들로부터 매도후 분배 또는 소유권이전등기를 요구받고도 그 반환을 거부한 경우 이때 이미 횡령죄가 성립하고, 그 후 그 임야에 관하여 다시 제3자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해 준 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로서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횡령
대법원 2000. 3. 24. 선고
2000도310 판결

부동산의 명의수탁자가 신탁자의 승낙 없이 갑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했다가 후에 그 말소등기를 신청함과 동시에 을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함에 따라 갑 명의의 근저당권말소등기와 을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순차 경료된 경우, 을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준 행위가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소극)
부동산의 명의수탁자가 신탁자의 승낙 없이 갑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했다가 후에 그 말소등기를 신청함과 동시에 을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함에 따라 갑 명의의 근저당권말소등기와 을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순차 경료된 경우, 갑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할 당시에 해당 부동산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를 외부에 객관적으로 나타냄으로써 횡령죄는 이미 완성되었고, 을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동시에 신청한 갑 명의의 근저당권에 대한 말소등기가 먼저 경료되었다고 하더라도 갑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는 을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의 준비행위에 불과하다 할 것이어서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에 대한 침해가 회복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행하여진 을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준 행위는 횡령물의 처분행위로서 새로운 법익의 침해를 수반하지 않는 이른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여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횡령
대법원 1999. 4. 27. 선고
99도5 판결

부동산 명의수탁자가 신탁자의 승낙 없이 갑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였다가 그 후 그 말소등기를 신청함과 동시에 을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신청하여 갑 명의의 근저당권말소등기와 을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순차 경료된 경우, 을 명의의 근저당권설정행위가 불가벌적 사후행위인지 여부 (적극)
부동산 명의수탁자가 신탁자의 승낙 없이 갑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였다가 그 후 그 말소등기를 신청함과 동시에 을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신청하여 갑 명의의 근저당권말소등기와 을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순차 경료된 경우, 명의수탁자의 횡령행위는 갑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할 당시에 완성되었으므로 그 후 다시 을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행위는 횡령물의 처분행위로서 새로운 법익의 침해를 수반하지 않는 이른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여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고, 을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동시에 신청한 갑 명의의 근저당권말소등기가 먼저 경료되었다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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