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대 협회장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신영무 변호사

회관이전, 서울국제중재센터 설립 등 자랑스러워
청년변호사 어려운 여건 개선 못 시킨 것은 아쉽다
역경 속에 경륜 쌓은 위철환 협회장 잘 해낼 것 믿어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 보이는 신영무 대한변협 제46대 협회장을 만난 것은 이임식을 며칠 남겨둔 20일 오후, 변협회관 협회장실에서였다.
2년이 길수도 있겠지만 뒤돌아보면 정말 짧은 시간일 듯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아달라고 청했다.
“음 뭐가 있을까요?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60년간의 더부살이를 청산하고 독립회관을 마련한 것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변협이 독립회관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회의적이었습니다. 많은 어려움을 딛고 회관을 마련한 것은 변호사의 위상과도 직결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물리적인 기반을 마련했으니 그에 걸맞은 정신적인 기반은 무엇일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변호사가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무리 호소해도 귀 기울여 주지 않습니다. 변호사가 먼저 변호사의 사명을 다하고 국민을 위해 헌신할 때 자연스러운 위상강화가 따라온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다짐’을 만들었어요. 변호사들의 정신적 좌표로 삼기 위해서요. 당장의 이익에 매달리기보다 원칙과 기본을 생각해야 합니다.”
2년 동안 신영무 협회장이 계속 강조한 것은 협회의 공익적 책무였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당장 힘들어하는 변호사들의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공익에 헌신하는 모습, 변호사의 사명을 생각하면서 길게 보고 준비하는 모습이 국민의 지지를 얻고 우리의 목표에 더 빠르게 가는 방식이 아닐까.
이번 집행부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회관마련, 서울국제중재센터 설립, 지자체세금낭비 특위 활동 등을 들 수 있다. 서울국제중재센터의 경우는 공약사항이기도 했지만 법률시장 개방시대 우리가 수세적인 방어에 매달리지 말고 한국이 동아시아 법률시장의 허브로 도약하자는 의미로 한 도전이었다.
“서울국제중재센터는 제가 국제중재업무에 참여하면서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국제중재센터의 발전을 목격하고 그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에 추진했습니다. 한국기업 사건들이고 준거법도 한국법인데 외국에 나가서 중재를 해야 하는 거예요. 한국도 중재수요가 크게 늘었고 전문변호사들도 많아졌어요. 처음이 어렵지 한두건 도전해보면 재미도 있고 자신감도 붙을 겁니다. 세계를 다녀보면 한국변호사들, 정말 유능하고 일을 금방 배웁니다. 사건의 덩치가 큰 중재에 한국변호사가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더욱이 지리적으로 경제대국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해있어 이들 국가의 분쟁사건이나 미국이나 유럽 국가와 아시아국가 기업들의 분쟁사건의 경우 중립적인 한국에서의 중재가 매력이 있습니다. 여러 정황상 서울국제중재센터가 동아시아의 법률허브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공익사단법인 서울국제중재센터는 서울시의 협력을 얻어 서울 서린동 서울글로벌타워 빌딩에 최첨단 중재심리시설을 마련하고 국제중재기관들을 유치하여, 오는 4월 중순경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서울글로벌타워 빌딩이 2월말 준공 되기 때문.
현재 서울국제중재센터에 들어올 의향을 표시하고 적극적으로 한국 진출을 약속하거나 협의중인 기관은 LCIA(런던국제중재법원), ICC(국제상사중재재판소), AAA(미국중재협회), SIAC(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 HKIAC(홍콩국제중재센터) 등 주요 5개 국제중재기관이고, 국가가 투자분쟁(ISD)을 관장하는 ICSID(국제투자분쟁 해결센터)와도 서울국제중재센터 심리시설 활용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자체 세금낭비특별위원회 일도 그래요. 변호사가 수사권도 없는데 뭘 할 수 있느냐, 그게 변협이 할 일이냐는 비판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호사가 언제까지 무료법률상담만 해야 합니까? 법률상담봉사도 필요한 일이지만 공익활동의 지평을 확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제대로 보기 힘든 사건들을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조사하고 근본적 대안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왜 변호사가 할 일이 아닌가요? 전시성 사업들로 전국이 몸살입니다. 이대로 책임지는 사람 없이 치적 홍보용으로 혈세를 쓰다간 조만간 파산하는 지자체, 공기업이 나올 겁니다. 이렇게 중요하고 국민이 답답해하는 문제를 밝히고 조명하는 것은 법률전문가에게 주어진 사명이란 생각이 듭니다.”
수천억원을 들인 건조물들이 흉물로 방치되는 상황이 분명 상식적인 일은 아니다. 국민이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안에 대해 대신 나서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 다소간의 반대가 있어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신영무 협회장은 이렇게 반대가 있어도 일을 추진해 결과를 만들어 왔다. 그 결과는 이후 사람들이 평가할 몫이리라.
협회장 임기 중 가장 아쉬운 점을 물었더니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청년변호사의 어려운 여건이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제가 대통령 직속의 ‘사법선진화대책기구’ 설립을 요구하고 나서고 취업대란이 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만 돌아온 것은 때마침 준법지원인 제도가 도입되면서 변호사들이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언론의 집중포화였습니다. 법조 인력을 양성한다는 것은 변호사 자격을 주고 나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일정한 교육을 마치고 변호사로 일할 자격이 주어진 사람들이 법치주의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는가를 점검해야 합니다. ‘법률시장 개방’이라는 엄청난 경쟁의 파도가 몰아치는데 그저 변호사만 양산해놓고 나 몰라라 해버리면 이 나라의 우수한 청년법조인들의 장래와 법치주의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경쟁력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고 이들을 잘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되어야죠. 현재의 로스쿨 시스템과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변호사연수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아무런 대책 없이 1기 졸업이 눈앞에 닥치자 변협에 연수를 떠넘기다시피 했습니다. 저희가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연수를 진행하긴 했습니다만 좀 더 체계적인 대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청년변호사의 어려운 상황은 국가가 무책임한 정책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수요가 감당하지 못하는 공급은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음에도 진지한 고민 없이 ‘변호사 밥그릇’ 취급은 정말 문제가 많아요. 그러나 아무리 언론의 공세가 거세다 해도 우리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요구하는 것을 포기해선 안 되죠. 계속 요구하고 현 상황을 알려 근본적 대책을 만들도록 해야죠. 이에 대한 대책을 고민하고 일하는 것과는 별개로 또 변호사는 변호사의 사명에 대한 고민, 공익에 대한 헌신의 모습을 보여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합니다. 다각도로 변호사와 변호사단체가 일하고 헌신해야 합니다.”
신영무 협회장이 해낸 일 중에는 직선제로 협회장 선출 규칙을 바꾸고 처음 치러진 변협 관할 선거를 무사히 치러낸 것도 꼽아야 할 것이다. 전국 회원들의 열망이었던 직선제 도입과 그 선거를 별다른 잡음 없이 치르고 임기를 마무리했다.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원로들께서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나서 주시고 헌신적으로 일해 주셨어요. 공정하게 선거가 마무리되도록 애써주신 선관위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일을 마무리하고 떠나려면 여러 가지 당부의 말이 차오를 것 같아 새집행부에 대한 당부의 말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잘 하실 텐데요, 뭘. 그러나 꼭 하나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의 다짐’에서 선언했던 변호사의 사명과 공적 책무를 꼭 실천해달라는 것입니다. 전국 회원의 적극적인 참여도 당부 드립니다. 위철환 협회장은 4년간 지방회장과 변협 부협회장을 역임해서 회무도 잘 아시고 워낙 반듯하신 분이라 잘 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역경 속에도 훌륭한 경륜을 쌓아 오신 분이잖습니까? 추진력도 있으시고. 집행부가 마음을 합쳐 회원을 위해 봉사해주시기 바랍니다.”
2년간 협회장과 부협회장으로 일하며 쌓아온 신뢰가 앞으로의 2년에 대한 기대감으로 나타나는 기분좋은 상황. 그러나 어려운 청년변호사의 현실에 대해서는 걱정이 앞섰다.
“회원들에게는 당장 여건이 어렵더라도 역경을 이겨내는 훈련 중이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훌륭한 법조인은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입니다. 고생하고 환경을 이겨낸 사람이 이웃과 주변에 감사할 줄 알고 배려할 줄 압니다. 오히려 역경이 약이 되는 것입니다. 어느 조직을 가든 상하와 동료 간에 협조하고 인화해야 합니다. 혼자 잘난 사람 이제 별 필요 없고 크게 될 수도 없습니다. 주변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자신을 낮추고 배울 줄 알아야 해요. 역경을 개척하고 발전해나가는 기회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인내하고 정진해주시기 바랍니다. 큰 인물은 고난을 극복한 사람 중에서 나오는 법입니다.”
젊은 후배들에 대한 걱정과 당부는 모든 대화의 말미에 꼭 붙었다. 현실이 힘들다고 타협해버리지 말고 원칙과 기본을 세워나가라는 당부가 몇 번씩 반복됐다. 회원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전해져 왔다.
“제 퇴임 이후요? 법무법인 세종의 고문으로 복귀하고 서울국제중재센터 초대이사장이라는 중책을 맡았습니다. 한국을 동아시아 리걸 허브로 만들라는 사명이 주어졌다고 생각하고 기반을 닦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또 4월에 IPBA(환태평양변호사회) 서울연차총회를 개최하고, 회장으로 취임합니다. IBA 정책위원회와 국제무역법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합니다. 국제 법률가단체에서의 활동이 서울국제중재센터의 성공적 안착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법률시장 개방의 파고를 공세적으로 전환시켜 오히려 도약의 기회가 되도록 만들어나가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국내에서 대한변협을 이끌며 헌신한 2년을 마무리하고 한국 변호사의 세계적 도약의 발판을 만들기 위한 구상에 한창인 신영무 협회장에게 정년이라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인다. 가슴 벅차하며 일하는 사람은 모두 청춘일진저.


/ 박신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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