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국회의 인사청문회로 몸살을 앓고 있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안이 제출되어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청문회가 열렸다. 그러나 청문회가 끝나고 2주가 넘도록 심사경과보고서조차 채택되지 아니하여 국회의 동의절차 진행이 중단되어 헌법재판소장 공백 장기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자 청와대와 대통령 당선자, 국회가 지명철회, 표결, 자진사퇴 등을 주장하며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 떠넘기기를 계속하고 있다.
한편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후보자에 대하여는 언론의 주도하에 도덕성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의혹들 특히 가족들의 내밀한 사생활에 관한 사항을 해명하라는 요구까지 나오게 되자 후보자가 해명보다는 사퇴를 선택하여 명예를 지키겠다는 사태까지 나오게 됐다.
이번 인사청문에서 문제가 된 후보자들 모두 타 직역보다는 도덕성이나 윤리성 면에서 문제 제기가 비교적 적은 법조계에서 평생을 보냈다. 여기서 우리나라 인사청문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고찰과 개선방안을 모색해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다.
인사청문제도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도덕성과 윤리성 등 자질과 업무능력을 국회차원에서 검증하기 위한 제도로서 우리나라는 2002년에 인사청문회법 및 국회법의 제·개정을 통하여 이를 도입한 바 있다. 이 제도를 통하여 국회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권력을 통제하고 고위공직의 적임자를 찾아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여년의 청문회 운용실태를 보면 후보자의 도덕성과 윤리성을 검증한다는 명목으로 후보자의 사생활에 대한 영역에 관심을 집중해 왔다. 특히 정치적으로 반대편에서 추천한 후보자의 경우 후보자의 내밀한 사적인 영역까지 들추어내어 전 국민 앞에서 신상털기, 망신주기식 청문을 하여 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신상털기, 망신주기식의 인사청문제도는 후보 개인은 물론 국가나 사회 전체를 위하여도 참으로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명예를 중시하고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기관의 독립성을 꿋꿋이 지켜 나갈만한 인재들은 신상털기식 청문회를 꺼려아예 고위공직에의 지명 자체를 회피하게 된다. 오히려 정치인이면 여·야 가릴 것 없이 굴종하고 무조건 타협하려드는 무소신의 공직자, 사생활에서 트집잡힐 일은 없으나 업무능력이나 철학도 없는 무능한 공직자만 살아남게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서 고위공직 후보자의 자질 검증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고위공직자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고도의 도덕성과 윤리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보다 인사청문제도를 일찍 시작한 미국 상원의 인사청문제도를 참고할만한 가치가 있다. 미국의 경우 FBI나 IRS(국세청) 등이 후보자에 대하여 조사한 자료를 상원의 해당 위원회에서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 의회가 자체적으로 정보수집 및 조사 등 사전 검증작업을 철저히 한다고 한다. 그 후 공개 하에 이루어지는 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정치적 견해나 업무에 대한 철학 등에 대한 질의응답을 통하여 적격자를 선별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이 임명동의안 등과 함께 국회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는 것은 병역, 재산, 전과여부 등 지극히 형식적인 몇몇 자료에 불과하다. 결국 국회는 사전조사도 없이 별다른 자료도 확보하지 못한 채 언론이나 당해 후보자의 임명에 반대하는 측 등에서 제기하는 온갖 의혹만에 의지하여 수험생이‘당일치기로 시험을 치르듯’ 청문회에 임하게 된다. 그리고 단 2일간의 청문회에서 마치 이벤트 행사하듯이 후보자를 추궁하기에 급급하여 결국 ‘의혹에서 시작하여 오히려 의혹을 키우는’청문회로 끝날 수밖에 없게 된다.
해결책은 후보자의 도덕성과 윤리성 검증과 관련한 개인의 내밀한 사적인 사항에 관한 것은 후보지명 전 행정부의 치밀한 사전조사를 거치도록 하고 국회가 그 조사 결과물 활용은 물론 자체 비공개 조사를 통하여 철저히 검증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고위 공직자로서의 자질에 관한 부분이 충분히 검증될 수 있으며 후보자의 업무능력이나 철학 등에 관하여는 전 국민에게 공개되는 청문회를 통하여 검증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청문회에서도 후보자의 도덕성과 윤리성에 대한 청문이 허용되어야 할 것이나 개인의 내밀한 사적 영역에 대한 부분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제한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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