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활동은 태평양의 DNA… 사회적 책무 다하는 로펌될 터”

지난해 4개팀이 총 12000시간 봉사, 재능기부 지원 등 위한 동천 만들어
취약계층 위한 입법개선, 제도개선 주력하는 프로보노의 새 장을 열었다

대한변협이 변호사공익대상을 만들면서 단체부문 첫 번째 수상자로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정했다.
우리나라 최대의 법무법인에 공익대상을 주기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개가 짐작하듯이 태평양이 지난 몇 년간 다양한 공익활동들, 그중에서도 공익재단법인 동천을 만들어 진행해 온 여러 활동들을 통해 로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강용현 대표변호사를 만나 동천과 태평양의 이야기를 들었다.


“태평양의 영문 이름 BKL의 K는 김인섭 변호사님입니다. 김 변호사님은 아시다시피 로펌이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분명한 분이셨고 로펌의 조직과 운영에서 이를 실천해오셨습니다. 제가 2001년에 태평양에 들어오기 전부터 태평양은 공익적 가치를 중시한다는 점을 들어 알고 있었고, 2002년에 공익활동위원회를 구성했죠. 2003년에는 모든 구성원이 공익활동을 해야 한다는 규정 등이 포함된 공익활동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태평양 설립자인 김인섭 변호사는 ‘추풍령에서 태평양까지’라는 회고록을 내고 태평양의 설립과정을 소개하면서 “변호사라는 직책이 하나의 가치집단으로서 사회지도자의 신분으로서 추구하는 가치(공동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추구함에 있어서 각자가 주인의식을 가지도록 하는 로펌을 만들기 위해 태평양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처음부터 태평양은 ‘가치’를 중시했다. 태평양의 정체성에 대해 사회전체의 가치를 수호하고 실현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존재하는 직업인이라 규정한 것도 흥미롭다.


“대다수 변호사들이 공익활동에 대한 의지가 있습니다만 일이 너무 바빠 어디서, 어떻게 공익활동을 해야 할지를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또 하려해도 전문성을 갖추기도 쉽지 않습니다. 재능을 효과적으로 투입, 봉사하는 통로를 찾기 어려운거죠. 저희도 그런 부분을 고민하다가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해주는 기구가 필요해서 동천을 만든 겁니다. 공익활동을 체계화, 전문화, 지속화하기 위해 만들었고 상당부분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2009년에 만들었으니 4년째네요. 이제는 태평양의 공익활동위원회 내에 북한 및 탈북민 팀, 난민·이주외국인 팀, 장애인 팀, 사회적 기업 팀 이렇게 네 개의 팀으로 나누어 동천과 협력하여 공익분야를 개척해나가고 있습니다. 이 네 영역을 중심으로 개별 공익사건에 대한 자문과 소송은 물론 근본적 제도개선을 위한 입법 활동 등 법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외부시민단체와 협력해 우리 사회의 공익적 수요를 미리 파악하여 매년 사업계획도 세우고 사후 평가를 하여 공익활동보고서도 작성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유엔난민기구 한국지부 등과 MOU를 체결하고 상호 정보를 공유하면서 필요한 법적 자문을 합니다. 더 나아가 자체 사업으로 난민지원 시민활동가교육, 통역인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동천의 상근변호사는 상임변호사 한 명, bkl-동천 펠로십 변호사 세 명으로 네 명이다. 또한 지난 한 해 동안 태평양에서 공익활동을 한 시간은 변호사 1인당 67시간, 전체로 합치면 1만2000시간을 넘는다(2012년, 국내변호사 기준). 이는 6명의 전담 공익변호사가 1년 간 활동하는 시간과 맞먹는다. 동천이 공익법센터 역할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업무를 찾아내 해당 분야 전문 변호사에게 적절히 나눠주니 효과가 배가되는 것. 동천은 bkl-동천 펠로십 프로젝트를 통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처럼 공익활동전문 변호사를 성장, 훈련시키는 역할도 해내고 있다.


강용현 변호사는 동천의 사명으로 ‘법조후속세대 교육’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로스쿨생, 사법연수원생이 법조인의 사명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공익활동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공익·인권활동 공모전을 해 로스쿨생들이 공익활동계획서를 내면 우수작을 선발해 일정 소요자금을 지원하고 활동을 멘토링한 후 성과를 공유하는 보고대회 형식의 행사가 올해로 3회째. 태평양과 동천의 변호사들이 로스쿨생들과 함께 실제 난민소송 등 공익사건을 다루면서 서면작성 지도 등을 하는 엑스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공익활동을 체험하게 한다. 공익활동에 열심인 로스쿨생에게 공익변호사 양성장학금을 주기도 한다. 그 외에도 동천은 ‘태평양공익인권상’ 시상, 난민·이주외국인 자녀, 탈북민,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장학사업 등 여러 가지 사회공헌활동도 하고 있다.


“다른 로펌에서 공익활동을 위한 노하우 같은 걸 물어 오면 아낌없이 공유합니다. 개인 변호사님들이 요청하셔도 물론 그렇고요. 로펌이 다른 기업에 비하면 돈으로 기부하는 건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저희는 인적 자원이 풍부한 집단이잖아요. 재능을 공익을 위해 쓰자는 거죠. 사실 공익활동은 인재교육의 장입니다. 젊은 변호사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만 한 경우가 많은데, 어려운 이웃을 위한 공익활동을 체험하고 나면 인격적으로 성숙해지지요. 태평양이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고 이를 체화하면서 자부심도 가지게 되고요. 개인이 공익활동을 하려면 엄두를 내기 힘들지만 나누어 함께 하다보면 부담은 적게, 보람은 많이 가져갈 수 있죠.”


대형로펌 변호사들의 업무시간은 악명이 높다. 이에 더해 공익활동까지 해야 하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게 아닐까. 배석해있던 양동수 동천 상임변호사가 덧붙였다.


“물론 부담이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을 나눔으로써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는 걸 많이 봅니다. 얼마 전 1,2심 모두 패소한 공익사건을 맡아 대법원에서 파기시킨 변호사는 의뢰인으로부터 눈물어린 감사를 받으며 자기 인생 최고의 사건이라고 흥분하기도 했습니다. 몇 년간 동천 일을 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법률이라는 복지가 참 고르지 못하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법이나 협동조합 관련 법들에 의견을 내기 위해 검토하면서 왜 이런 법제정 시에 처음부터 법률가의 제대로 된 검토를 받지 못했을까, 의문이 들더군요. 지원과 관심이 많은 법률은 수많은 법률가가 달라붙어 자구 하나하나 검토하고 토론해 만들어지는데 비해 소수자, 약자를 위한 법률은 전문가의 검토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걸 절감했어요. 동천의 할 일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는 3년이었습니다. 사회복지, 사회적 시스템 개선을 위한 제안, 제도개선 입법 활동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미국의 경우는 로펌의 프로보노가 많이 활성화되어 있고, 대부분의 대형로펌들은 공익전담변호사를 두어 공익활동을 중개 및 지원하더라고요. 개별 사건 권리구제에 그치는 경우가 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제도개선이나 입법지원활동을 더욱 중요시하는 동천은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야하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 변호사는 올해부터 태평양의 업무집행 대표변호사를 맡았다. 공익활동을 태평양의 DNA라고 부르는 그는 ‘건강하고 따뜻하고 자랑스러운 로펌’을 경영방침으로 정해 공익활동을 실천해가고 있다. 강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시절 당시 김인섭 교수로부터 민사재판실무를 배웠다. 김인섭 변호사의 ‘가치’에 끌린 그는 주저하지 않고 태평양을 선택할 수 있었고 김인섭 변호사의 호를 따 만들어진 동천의 이사로 그의 뜻을 잇고 있다.


동천의 상임변호사인 양 변호사는 강용현 변호사가 사법연수원 외래교수로 민사변호사실무를 강의할 당시의 제자다. 좋은 일이 이어지고 뜻이 번져가는 아름다운 인연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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