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새 학기가 시작된다. 인터넷에는 온통 신학기 용품 광고가 뜨고 있고, 서점가에는 신학기 대비 교재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그런 것들보다도 로스쿨생들에게 새 학기의 시작이 임박했음을 실감나게 하는 것은 바로 수강신청이다.
대학교 때부터 매학기 시작마다 벌써 열 번도 넘게 해 온 터라 익숙해질만도 한데, 수강신청을 앞두고서는 늘 긴장한다. 개설되는 강의 목록을 보면서 어떤 강의를 들어야 할지 친구들과 의논하기도 하고, 미리 강의를 수강한 선배들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수강신청할 과목을 정한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수강신청 날짜가 다가오면 어떤 순서로 신청해야 하는지 신청 순서를 정해야 한다. 한순간 머뭇거리다가 수강정원이 가득차면 듣고 싶은 과목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 과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등을 고려하여 가장 빨리 수강 정원이 찰 것 같은 과목 순서대로 신청 순서를 정한다.
시나리오가 완벽하다 하더라도 신청하는 순간 전산장애가 뜬다거나 클릭이 늦어서, 원하는 과목을 신청하지 못하면 수강신청기간 내내 틈만 나면 컴퓨터 앞에 달려가서 해당과목을 클릭한다. 수강신청 기간에만 이러는 것이 아니다. 보통 개강하고 일주일 정도가 수강신청 정정기간인데, 이 기간에도 마지막까지 듣고 싶은 과목을 듣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교수님을 찾아가서 부탁드리기도 하고, 신청에 성공한 학생 중에 취소할 학생이 없는지 찾아보기도 하는 등의 물밑 작업도 동원된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니, 수강신청이 귀찮고 괴로울 법도 하지만, 수강신청은 늘 재미있었다. 뜻대로 되지 않아 결국 포기하는 과목이 생기고 마음에 들지 않는 시간표를 갖게 되더라도, 수강신청 과정만 놓고 보면 그 실패마저 재미있었다.
그 이유는 아마, 수강 신청 과정에서 스스로의 꿈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듣고 싶은 과목을 정할 때는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도 하고, 변호사시험을 대비한 개인적인 학업 계획을 다시 돌아보기도 한다. 자신의 관심사와 꿈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일단 눈앞의 수강신청을 성공해야 하니 많은 시간을 들여 깊이 고민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잠깐이라도 이런 시간을 가지게 되니 수강신청이 재미있는 것이다.
몇 번의 수강신청을 함께 하다 보니, 실제로 친한 몇몇 친구들끼리는 서로의 성향이나 관심사에 대해서 알게 되기도 한다. 성적이나 변호사시험과는 관계없이 관심분야의 과목만 수강하는 친구들도 있고, 자신의 관심사는 잠시 뒤로 미루고 변호사시험관련 과목이나 학업 성적을 최우선으로 하여 수강과목을 선택하는 친구들도 있다. 물론 그 중간지점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친구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를 알게 되기도 하고, 친구가 우선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기도 한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자신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꿈과 관심사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면 수강신청은 더욱 즐거워진다.
수강신청이 재미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강 신청을 하면서 새로운 학기에 듣게 되는 새로운 과목에 대해서 기대감을 가지게 되고, 새 학기 계획을 세우면서 새로운 것들에 대한 설렘을 가지게 된다. 이전에 수강한 적이 없는 교수님의 수업이거나, 처음 시도하는 분야의 과목이라면 그에 대한 설렘이나 기대함은 더욱 커진다. 이전에 수강한 적이 있는 교수님의 과목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강의에 대한 기대감은 생기기 마련이고, 이전에 좋은 성적이었다면 또 한번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좋지 않은 성적이었다면 이번에는 기필코 좋은 성적을 받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수업을 준비하게 되는 것이다.
또 수업을 위해 준비하는 이런 저런 필기구들, 노트, 파일 등의 문구류도 설레는 마음을 가지게 만든다. 수업이나 성적에 대한 의지나 기대감을 가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공부 하는 사람들이니만큼 필기구에 대한 애착이 상당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것들로부터 가지게 되는 설렘도 만만치 않다.
각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고 개설되는 과목도 다르며, 수강신청 기간도 다르지만 로스쿨생들이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편이고 현재의 상황에도 열심인 것을 생각하면, 수강신청을 앞둔 마음은 다들 비슷할 것이다. 수강신청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새 학기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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