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본 정부가 자국민에게 독도에 관한 진실을 가르치지 않고 오도하고 있다고 비판하는데, 일본정부의 방침과 홍보에 따라 이제 일본 국민의 65% 정도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믿게끔 되었다는 보도를 들었다. 또한 고구려와 발해는 분명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인데, 요즘 중국 일각에서는 중국의 한 지방정권사라고 작위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안들은 한국인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분노하게 하며 조금이라도 눈을 감고 있으면 코베임을 당하겠구나 하는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바야흐로 아시아 시대의 풍운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큰 폭풍은 중국에서 발진하고, 한국, 아세안 여러 국가, 대만이 융흥하고, 훨씬 먼저 서방화, 선진화를 달성하여 부유했던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회복하겠다고 국수주의화하고 있으며, 우리의 반쪽인 북한은 민족과 국가의 존엄을 사수하겠다고 핵무장을 강행하고 있다. 200년 가까이 서방에 짓눌렸던 아시아가 새로운 도약의 활기를 띠고 있는데, 그것이 평화의 길을 걸어갈 것인지 독도, 조어도 등 작은 충돌을 거듭하면서 큰 전쟁으로 치달을 것인지 몹시 불안한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자주국방과 선린외교의 폭을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중국, 일본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아 보이는 민주국가의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평화적 정권교체를 실현하여야 인접국의 존중을 받는 길이 될 것이다. 그러면 개인과 단체의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중국과 일본의 국민들 역시 우리와 같은 인간들이고, 문화지향적인 국민이라는데 착안할 수는 없을까.
경북대학교의 신평 교수는 중·일 학자들과의 세미나를 마치면서, 한·중·일 3국의 학자들이 3국간의 정세와는 별도로 (아마도)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지성인 연대로서 활동하기로 의기투합을 하였다는데, 그런 유대관계가 더 넓게 확산되면 좋을 것이다.
우리 대한변협이나 각 지방회들은 중국, 일본 등지의 외국변호사회와 교류를 하고 있는데, 특히 중국과 일본과의 교류를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그 모임을 더욱 지성스럽게 수행하여 손님들이 감동하도록 하고, 변호사회 국제과에 중국어 일본어에 능통한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하여 계속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가가 되게 하고, 회원들 가운데도 중·일 지역과 어학에 능통한 이들을 국제분과위원으로 위촉하여, 중국·일본과의 계속적인 교류에 비중을 더해 주도록 새로운 집행부에 권고하고 싶다.
강대국은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우리를 알고 있는 점이 있다. 우리도 힘을 합하여 그들을 잘 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키신저가 최근에 발간한 ‘중국이야기’(On China)를 보면 그가 얼마나 치밀하고 섬세하게 중국의 지도부에 접근하였는가를 알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NEAR(North East Asia Research) 재단 등에서 중국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간행하고 있으나, 키신저와 같은 끊임없는 추구력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절체절명의 필요성과 사심없는 연구자와 재원이 결합하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성공적인 책략을 도출해 낼 수 있지 않을까. 대한변협에서도 대외관계의 증진을 위해 바람직한 연구기관을 후원해야 하지 않을까.
강대국은 우리 중진국들을 안중에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이익에 따라 얼마든지 흥정의 대상으로 치부해 버리고 만다. 북한은 미국과 대립하면서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하여 핵무기를 보유하는 강성대국 노선을 택하였지만 거기에는 뻔히 보이는 한계가 있다. 남한은 강대국의 것- 그들의 강점과 필요에 따라 그들의 인력과 국력의 집중에 의하여 형성되는 막강한-은 강대국에 주면서, 우리 자신의 것- 자유와 평화와 고유문화와 번영-을 지켜 나가는 길을 택해야 할 것 같다.
중국의 주은래 수상은, 1963년 6월 28일 중국 사회과학원에서의 발언에서, 한국·중국 관계에 관하여 대국 쇼비니즘에 의하여 많은 문제들이 불공정하게 쓰여졌다고 하고, 중국내에 한(韓)민족의 역사적 유적들이 산재하여 있음을 언급하고 있으며, 나아가 항일투쟁시부터 한국과 중국은 대등한 동지적 국가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비약적인 중국의 발전에 따라 그들의 생각과 태도가 전혀 달라져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분투에 의하여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평가를 하게 하여야 한다. 종래 한국을 변방국으로만 생각하였던 것은 잘못이었다. 한국은 자주독립국으로 새롭게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될 불가역적인 역량을 갖춘 현대(또는 미래)국가라고 말이다.
강대국에 의하여 코가 베이고 나면 돌아오는 것은 위로와 동정보다는 멸시와 손가락질 뿐이다. 지성인들의 국제적인 인간관계를 우리를 지키려는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서로 가깝고 두터워진 인간관계가 풍운의 시대를 헤쳐 나가는 유력한 방안을 찾을 수 있게 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박연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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