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만의 선거를 전국직선제로 바꾼 것이 승리 원천
집행부는 다양한 목소리 담도록 이제부터 인재 모을 것
대한변협신문을 변호사가 찾아 읽는 신문이 되게 할 터



보통변호사가 1만4000여 변호사의 협회장으로 선출되고 일 주일 후 30대 나승철 변호사가 9000여 회원이 소속된 서울회의 대표가 되었다. 변호사 사회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서울회 총회 다음날 위철환 대한변협 협회장 당선자를 만났다.
“제 당선의 의미는 변협 민주화의 첫걸음이라 생각해요. 최고지성인들이 모여 있는 변호사단체의 수장은 이제까지 이상한 간선제로 치러왔어요. 완전 간선제도 아닌 것이 서울회원들은 직접 투표를 하고 서울회 추천 후보를 뽑은 다음 당선자 손으로 대의원을 지명해 선거를 했으니까요. 민주적이어야 할 선거가 서울회만의 선거로 수십년간 치러진 것이죠. 전국회원들이 투표권을 가지게 되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서울회에 비해 25%에 불과하다며 무시해왔지만 놀라운 결집력을 보여주었어요. 사실 서울회 회원이라 해도 엄격하게 서울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지역출신들이잖아요. 지역여론이 서울로 확산되는 걸 느꼈을 때 승리를 예감했습니다.”
아직은 선거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듯하다. 위철환 변호사의 출마부터 당선까지의 스토리는 워낙 드라마틱해서 오래 얘기될 것 같다. 캠프에 참여한 변호사는 영화로 만들어도 될 것 같다는 소회를 전할 정도였다.
“지방에서 처음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고전을 한 편이었죠. 정식으로 법이 정한 선거운동 기간이 되기도 전에 사전선거가 극심했기 때문입니다. 위철환은 출마를 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너시간씩 걸려 찾아온 사람을 홀대하는 건 지방의 정서상 맞지 않잖아요. 지방의 명망 있는 변호사가 먼저 찾아온 사람을 소개하고 한 바퀴 다 돌았는데 제가 찾아가니 아주 난감해하시더라고요. 사전선거운동을 철저히 단속해야 합니다. 선거운동 기간도 안 됐는데 지방에선 왜 홀대하냐, 성의가 없다, 그러시더라고요. 4년 동안 대한변협 부협회장으로서 직선제 쟁취를 위해 생업을 제쳐두고 뛰었는데 지방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힘이 쭉 빠지더라고요. 내가 짝사랑했구나… 순진했다… 이런 생각까지 들었어요.”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내놓는 모습은 과연 기존의 단체장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위철환 변호사는 그렇게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내는 모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은 것이다. 계산하고 감추고 그럴 듯하게 말하는 것은 그의 스타일이 아닐뿐더러 말 잘한다는 말은 들을지언정 마음을 얻지는 못한다고 믿는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우직하게 법을 지키는 모습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비방과 탈법에 지친 회원들에게 가장 적임자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던 것이다. 20~30명의 지지자를 몰고 지방연설회를 다닌 후보에 비해 혼자 돌아다닌 후보여서 오히려 신선하다, 기존 정치권 같은 느낌이 없어 좋다는 반응을 얻었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이지만 선거규칙, 선거관리 과정은 아쉬운 점이 많다. 특히 지방 연설회에서 열띤 반응을 얻다가 서울회 주관 연설회를 치르고는 왜 선거가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는지 꼭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가장 큰 문제는 9000여 회원이 있는 서울회의 연설회에 청중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변호사 윤리연수 시간 인정을 해주고 널리 홍보했다면 그 지경이 됐을까. 유인물은 자구 하나도 엄격하게 규제하면서 메일이나 SNS이용은 규제가 적어 탈법선거의 온상이 되었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타 후보의 어이없는 탈법을 곳곳에 목도하고 선관위에 신고도 해봤지만 계속됐다.
“다른 후보의 경우 섀도 캐비닛이니 하면서 집행부가 거의 짜여진 상태에서 당선이 되지만 저는 캠프인원 자체가 워낙 적었던 거 아시잖아요? 오히려 잘 됐다 싶습니다. 두루 인재를 모으고 싶습니다. 열린 집행부로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도록 구성하려고 합니다. 변협의 장점이 선거 후에도 한 달가량 시간이 있어서 준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바른 것이 이긴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인만큼 바르게 생각하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인재를 모으겠습니다.”
다양한 기수의 다양한 나이대가 모여 일했던 캠프만큼이나 젊고 활력 있는 집행부가 구성되지 않을까 점쳐본다. 대한변협 부협회장을 4년간 역임하며 회무경험을 충분히 쌓은 만큼 각 이사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임자를 찾아낼 계획이라고.
“가장 먼저 할 일은 선거과정의 사분오열을 씻어내는 것입니다. 집행부 구성부터 적임자를 찾을 때 누구 지지자였나를 따지지 않을 것입니다. 조화를 이루어 낼 품성을 가진 분이라면 다양할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한변협신문이 회원과의 소통과 화합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토론의 장이 되어야죠. 판례소개 등 변호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정보들을 담아야 합니다. 또 주소가 정확해 반송되는 신문이 없게 해야 합니다. 회비로 만드는 신문이니 만큼 낭비가 없도록 실질적으로 도움을 얻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인력도 보강해야 합니다. 필요해서 찾는 신문을 만들어야 합니다.”
바짝 긴장해야겠다. 변협신문을 어떻게 키워나가야 하는지 비전도 분명했다. 변호사들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를 풍부하게 하겠다는 것. 무엇보다 변협신문은 자체 홈페이지가 필요하다. 페이스북에서 변협신문 기사와 원고를 링크,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스마트폰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배석한 최진녕 변호사도 열심히 SNS로 변협신문이 연동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선거과정에서 회의도 카카오톡 단체채팅으로 수시로 회의를 한 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첨단시대를 살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변화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 종이신문이 읽기 번거롭다면 PC와 스마트폰으로 읽도록 만들어야 한다.
“인천공항공사 이채욱 사장의 리더십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세계 최고 공항상을 7년 연속 수상하게 만든 이 사장의 리더십의 요체는 신상필벌이라 봅니다. 정확하게 평가하고 상벌이 정확하면 일할 맛이 나는 겁니다. 대한변협을 그렇게 바꿀 것입니다. 흥이 나서 일하도록 만들어야죠. 휴지가 떨어져있을 때 강제가 없더라도 누구라도 달려가 줍고 치우는 분위기가 돼야합니다.”
그의 리더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자못 흥미진진하다. 선거과정에서 관료화된 변호사단체의 문제도 많이 지적됐다. 변호사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2년마다 집행부가 바뀌는 한계를 딛고 제대로 개혁을 이룰지 주목된다.
“제 임기 중 가장 중점을 두어 할 일은 ‘변호사강제주의’입니다. TV나 라디오 출현, 신문 인터뷰 등에서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하자고 하면 엄청난 반발에 부딪치게 됩니다. 서민들이 생각할 때는 당연히 이겨야 하는 것인데 져요. 법적 논리로 제대로 주장하고 입증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수긍할 수 없는 사람들이 억울하다 여기기 마련이고 한이 됩니다. 변호사 조력을 받을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중얼거릴 수밖에요. 저는 그걸 막자는 겁니다. 법률구조재단도 있고 사법발전 기금도 있습니다. 젊은 변호사들이 봉사할 각오도 되어 있고요. 1심 민사합의부 사건만이라도 도입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2년 동안 변호사들을 위해 밤낮없이 뛸 준비가 되어있는 신임 협회장을 만나 변호사들의 미래청사진을 볼 수 있었던 즐거운 인터뷰였다.



/ 박신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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