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에 입학한 지 벌써 두해가 지났다. 한해 더 머물면 로스쿨을 떠나게 된다. 두해라는 세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회고하기에 앞서 남아 있는 한해에 대한 긴장으로 더욱 마음의 줄을 팽팽히 당기게 된다. 로스쿨에 입학할 때에는 모두가 법조인으로서의 꿈에 부푼다. 3년의 힘든 과정을 겪으면 변호사시험을 거쳐 법조인이 된다는 희망은 힘든 시간들을 보상하는 동력이 된다. 법조인이 된다는 것은 로스쿨을 선택한 사람들에게는 가장 값진 가치이기에 로스쿨에서 겪는 치열한 순간들도 언젠가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라는 위안으로 로스쿨 생활에서 오는 거칠고 황량한 마음을 달랜다.
로스쿨에 들어와 비로소 법률을 익히게 되었거나 이미 법률의 기초를 익히고 로스쿨에 진학한 경우이거나 막론하고, 로스쿨이라는 공간에 들어서면 법조계가 멀리 떨어져 있어 나와는 무관한 곳이 아닌, 곧 발을 디디게 될 곳이라는 생각에 법조의 현실이 더욱 피부에 와 닿게 된다. 법조인으로서 주어진 사명과 역할을 올곧게 수행하신 선배 법조인들의 훌륭하신 모습들에 대하여는 마냥 머리가 숙여지기도 하고, 때때로 열리는 법조인들의 청문회에서 흘러나오는 이런 저런 처신 등에 대하여는 앞으로 법조생활을 하면서 겪어야 할 법조의 일상에서 반면교사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법조인에 대한 아름다운 모습만을 기억하고 싶어 하며,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 위하여도 법조인의 슬픈 단상들을 의식에서 멀리하고 싶어 한다. 법조계의 밝은 모습은 우리의 힘든 과정을 가볍게 하나, 이미 앞서 간 로스쿨 출신의 안타까운 모습에 기운이 꺾이기도 한다. 로스쿨에서 배우는 법조윤리가 시험과목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조만간 겪어야 할 법조인으로서의 우리의 자세를 가다듬는 나침반 같은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어야 하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우리를 슬프게 한 로스쿨 출신 법조인의 모습에 끝없는 배신감과 좌절감을 느꼈지만, 우리의 성숙되지 못한 철없음이 얼마나 국민을 가슴 아파하게 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법조인으로서의 덕목은 사명감을 지키는 일이다. 국가기관인 판사, 검사는 물론이거니와 변호사 역시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가로서의 사명이 있다. 법관은 법관윤리강령에서, 검사는 검사윤리강령에서, 변호사는 변호사윤리장전에서 법관, 검사 및 변호사의 사명을 규정하고 있다. 모두 한결같이 명예를 존중하고, 공평무사하고 공명정대한 높은 도덕성을 지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너무나 기본적인 것이어서 마치 목민심서를 읽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도 이러한 내용은 늘 우리의 마음을 엄숙하게 내리누른다. 처음 법을 배울 때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금언에 가슴 뛰었던 추억이 지난날의 낭만으로만 머물 수 없는 숭고함으로 각인되듯이, 법조인의 사명은 눈으로만 읽기에는 너무나 기본적이기에 여전히 그 내용의 반향은 늘 가슴에 메아리친다.
로스쿨 출신 법조인이 배출된 지 한 해에 지나지 아니한 짧은 연륜으로, 로스쿨 출신 법조인의 역사와 전통은 아직 유아기에 불과하다. 우리가 청·장기에 어떠한 모습으로 법조계의 한 축을 차지할 것인지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최근에 퇴임하신 대법관 한분께서 변호사개업도 포기하고 동네책방을 열고 무료법률상담도 하면서 여생을 보내겠다는 소박한 포부가 보도되었다. 법조인으로서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야인으로서 아름답게 마무리를 하실 뒷모습에서 세월의 풍파도 비껴갈 거목의 비장함까지 느끼게 된다.
한 해가 바뀌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벽두에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법조인의 길을 자랑스럽고 보람 있게 걸어갈 수 있도록 마음의 채비를 단단히 하여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각박한 현실에서 어느 순간 이런 초심을 잃게 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앞서기도 하지만, 늘 챙겨봄(mindfulness), 늘 깨어있음(awareness)으로 초심과 마주하면 그 초심이 각박한 현실을 이겨나가는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김효정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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