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에서부터 오페라까지 클래식음악의 장르를 일별하였습니다만 빠진 것이 아직 남았습니다. 바로크 이전(以前) 음악과 현대음악입니다. 전자의 곡으로 그레고리우스 성가, 비발디의 사계가 들어 있는 협주곡집, 파헬벨의 카논, 텔레만의 식탁음악은 지금 들어도 좋습니다.최근에 바로크 음악이 인기를 얻자 덩달아 고음악이 다시 각광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후자는 20세기라는 시대적 구분이기도 하지만 작곡가의 생몰 연대가 기준이 아니고 작곡 기법의 차이에 두고 있습니다. 즉 기존의 조성음악을 무시한 무조주의 또는 12음렬 기법에 의한 기법을 가리키는 데 쇤베르크, 베르크, 메시앙, 바일 등이 대표적입니다.
우리 귀에 익어진 조성과 화음을 무시하므로 듣기가 괴롭다고 하는 극단적인 견해도 있고 심지어 구 공산국가에서는 노골적인 박해도 받았습니다. 20세기 들어서도 생존하며 작곡활동을 계속한 브리튼, 스트라빈스키, 쇼스타코비치도 기존의 어법과 다른 곡도 남겼지만 전통적인 음악 어법을 무시하지 않았으므로 현대음악의 범주에 넣지 않습니다. 현대음악을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 꼽히는 윤이상은 북한의 전체주의를 비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단 흥이 가시는데다 몇 개의 곡을 억지로라도 들어 이해하려고 시도해봤지만 전혀 감동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바로크 이전 음악이든 현대음악이든 레코드도 많지 아니할 뿐 아니라 방송에서나 실제 연주에서도 접하기 어렵습니다. 음악을 듣는다면서 특정 장르는 재미없다거나 바로크 이전이라고 빼거나 현대음악이라서 제쳐버리는 태도는 취할 바가 아니지요. 현대음악도 꾸준히 들으면 이해가 되고 좋아지게 된다고 말합니다만 노력에 비하여 얻는 즐거움이 거의 없다시피 하므로 일부러 몰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연히 레코드 곡집에 나와 있는 고금의 작곡가 수를 세어보니 2000명이 넘어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의 곡을 한 곡이라도 들으려고 해도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 상상조차 하기 싫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무실이나 차안에서는 거의 KBS 1FM을 듣고 있으나 이는 논외로 하고 집에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듣거나 연주회에 가서 듣는 시간을 합해도 한달에 10시간 남짓하므로 평생 어느 한 작곡가의 곡 전부를 듣는 것조차 불가능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따라서 클래식 음악도 집중과 선택이 필요합니다.
먼저 모차르트입니다. 짧은 생애에 그가 내어 놓은 작품의 방대함과 모든 장르의 수용은 달리 예가 없습니다. 어느 신학자는 죽음이란 모차르트의 음악을 더 이상 못 듣게 되는 거라고 하고, 어느 평론가는 ‘현재의 우리 음악’이 아니라 ‘미래의 우리 음악’이라고 하여 고전의 고전 즉 영원한 고전이라고 상찬했습니다. 그의 음악에 한마디 더 부연한다면 잔잔한 슬픔(어떤 의미에서 멜랑콜릭한)을 밑에 깔고서 경박하지 아니한 즐거움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20여년 전 모차르트 몰후 200년을 기념한 전집이 필립스에서 나왔는데 양이 많고 자주 듣지 아니하는 곡도 있으므로 대표곡을 망라한 염가판의 40장짜리 등이 추천 할만 합니다.
그 다음은 당연히 베토벤입니다. 그도 거의 전 장르를 소화하고 있어 모차르트에 버금가나 평생 독신으로 살고 난청으로 고생하면서도 비굴하지 않게 고관대작 앞에서 당당하였고 나폴레옹이 가져온 시대정신을 구현하려고 한 이상적인 인간상에서 악성으로 불린 소위를 알게 됩니다. 교향곡, 협주곡, 소나타 , 현4중주, 첼로소나타, 중주곡, 오페라, 가곡의 어느 하나도 명작이 아닌 게 없습니다. 음미하게 만드는 그의 작품은 청장년기의 치열하고 격동적인 면에서 후년에 갈수록 편안함과 평정을 주는 것으로 서서히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하는 평자도 있는 데 여전히 사람을 분발시키고 격동시키는 점에서 차이가 없고 이것이 그의 흡인력입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만으로 만족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고 싫증이 난다면 먼저 브람스가 있습니다. 베토벤의 뒤를 잇는 낭만파의 종가이기도 한 그의 곡은 낭만적인 곡도 있지만 즐겁고 밝은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북해 함부르크의 출신답게 무거움과 어두움이 배어납니다. 오페라를 만들지 않은 까닭이 짐작갑니다. 한마디로 고삽(苦澁)하다는 작풍은 쉽게 떫다라고 바꾸어 말할 수 있지만 신산하다는 느낌과는 다른 우수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어 우리 동양권의 정서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베토벤과 브람스의 전집 음반도 쉽게 구할 수 있으나 교향곡, 협주곡과 실내악 등으로 장르별로 묶은 게 좋습니다.
고전파를 대표하는 모차르트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연결하는 베토벤과 낭만파의 거두인 브람스 이 세 사람의 대표곡만 다 들어도 클래식 음악의 대강은 마스터하였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닐 것이고 그후로는 연주의 비교도 하게 되고, 나아가 명반도 찾게 되며, 급기야는 명곡해설집에 나오는 다른 작곡가에로 저절로 넘어가게 될 것입니다.


-하죽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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