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7~19일 3일간 홍콩에서 개최된 IILACE(International Institute of Law Association Chief Executives; 변호사단체 사무국 최고 책임자 기구) 연차 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이번 총회에는 24개국 변호사단체의 사무국 최고책임자 55명이 참석했으며, 대한변협으로서는 2011년 총회에 이어 두번째 참석이었다.
IILACE는 1999년도 6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창립회의를 개최한 후 매년 연차 총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현재 IILACE 집행부는 총 7명의 임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달에 한번씩 전화 회의를 열어 매년 총회 개최지 선정 등 회의 관련 준비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을 떠나 약 3시간 뒤 홍콩에 도착해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하면서 펼쳐진 홍콩섬의 스카이라인과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섬나라만의 여유로운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회의가 열리는 노스포인트로 향했다. 매일 저녁 하프 연주를 해주는 하버 그랜드 호텔에서 체크인 후 호텔 직원의 안내를 받아 36층으로 올라가 여장을 풀고 창밖을 바라보니 앞에 펼쳐진 항구도시가 한눈에 들어와 정말 멋있었다.
17일 오전 9시에 회의 개막식이 시작됐다. 먼저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내민 갈색 숏컷의 인상적인 캐나다 여성 분은 실무담당자인 수전 고티에르였다.
필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연례총회 호스트 겸 홍콩사무변호사회 사무총장인 하이디 추와 캔 머피 IILACE 회장도 반갑게 맞아주었다.
IILACE 캔 머피회장의 환영사 후 본격적인 세션이 시작됐다.
첫 세션은 ‘한 국가, 두 체제’를 주제로 홍콩과 중국제도 간의 상호 작용에 관한 발표가 이루어졌다. 현재 홍콩법의 특징으로는 첫째 홍콩법은 국방정책과 외무를 제외하고는 거의 중국법에 의존하지 않고 있으며, 둘째 5년 전 홍콩에 진출한 26명의 중국법 자문사가 올해는 그의 5배 정도인 139명으로 늘어 홍콩 전체 해외법 자문사 중 11%를 차지할 정도로 그 수와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세션 마지막에는 다소 흥미로운 주제인 △홍콩법은 중국법에서 따왔다? △홍콩은 일본땅이었다? 등의 홍콩에 대한 여러 잘못된 오해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다.
두번째 세션은 주로 변호사 업무 자치 및 자체 감찰의 위기를 다루었는데 각자 협회의 규제 기능에 관하여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이상적인 감찰·감사의 기능 및 필요성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션 사이에 마련된 오찬은 회의 장소와 같은 곳 한편에 간단한 스탠딩 리셉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첫날 오찬 후 변호사와 관련된 전문자격사 간 동업 문제에 관한 내용을 다룬 3번째 세션이 시작됐다. 이 세션의 주요 내용은 2012년도에 도입된 영국의 전면적 동업 허용 형태(ABS: Alternative Business Structure)에 관한 상세한 설명과 현 영국 내 전문자격사 허용 현황이었다. 이 주제는 올해 초 한국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던 것으로 기억되어 더욱 흥미로운 세션이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캐나다 사무국의 알란 파인블릿, 남아프리카공화국 변호사회의 닉 스와트의 발표가 있었다. 그는 징계시효 관련 국제규제기준을 상향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그렇다면 어떠한 방안으로 국제규제 기준을 상향해야 하는지에 관해 발표했으며, 잰 마틴 IILACE 부회장과 함께 과연 여러 국가가 만족할 수 있는 변호사 규정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시간을 가졌다.
회의 첫날 만찬 행사는 홍콩법정변호사회 주최로 홍콩 경마의 중심지 중 하나인 샤틴 경마장에서 개최됐는데 이번 시즌에 열리는 두 경기 중 하나가 마침 당일 치러져 연회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며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만찬 행사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여러 나라 협회 사무총장을 대상으로 서비스 홍보를 하기 위해 온 iMIS 대표 밥 알베스와 일정에 맞춰 같이 이동하고 만찬 자리도 함께한 것이었다. 그가 25년 간 결혼생활 해 온 부인이 바로 한국인이었다. 먼 땅에서 동포를 만난 기분에 더욱 반갑게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밥 알베스는 IT 전문가인데다, 아시아 쪽에 많은 관심이 있어 필자와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또 부인과의 대화에서는 “한번 초청할 테니 휴가를 내 미국의 우리 집으로 와달라. 방이 여러 개 있으니 호텔방 필요 없이 저희 집에서 묵으시라”며 초청을 해줘 한번 시간을 내보겠다는 답변을 했으며, 나이도 필자와 같아 친구로 하자 제안했던 기억이 생생했다.
그리고 함께 동행한 전우주(미국변호사) 변협 직원이 그곳에서 IILACE 임원이자 팬아프리카 변호사연합회 사무총장 돈 데야에게 본인이 케냐에서 자란 배경을 말해주자 너무 반가워했고, 전우주 직원이 다녔던 초등학교에 지금 자신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며 더욱 기뻐했다. 남아공의 닉 스와트는 남아공에서 9년 간 살아온 도시에 현재 거주하고 있다며 매우 반가워했고, 짐바브웨 출신인 남부아프리카 개발공동체 변호사협회 사무총장 마카낫사 마코네세 역시 남아공 프레토리아에 거주하고 있다며 서로 아는 도시에 관한 즐거운 이야기가 펼쳐졌다.
둘째 날 세션은 주로 △각 변호사협회 간 장기적 전략 모색 △자매 결연 및 공동작업을 통한 협회 운영 방안과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와 △개발도상국의 협회 간 협업의 성공 사례와 함께 각 협회의 전략적 시스템 도입을 소개하는 발표로 이루어졌다.
로아시아 아시아 담당자 자넷 네빌, 캐나다변호사협회 사무총장 존 호일스, 나미비아변호사협회의 리타 스타인만, 남부아프리카 개발공동체변호사협회 사무총장 마카낫사 마코네세, 캐나다변호사협회 사무총장 캐롤라인 네빈 등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만찬 행사는 야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마카오의 60층에 위치한 360도 회전 레스토랑에서 가졌다. 필자는 자리를 함께하게 된 일본의 유치 가이도와 케냐 출신 돈 데야에게 한국에서 IILACE 총회를 개최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이들은 IILACE 임원에게 공식적으로 제안해 볼 것을 적극 추천해 주었다. 이날 마카오의 일정은 다소 타이트하고 잦은 이동으로 인해 피곤해 보이는 참석자도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은 홍콩의 또 다른 나라인 마카오에서의 만찬에 매우 높은 호응을 보냈다.
셋째날‘언론(신문, 라디오, TV)과의 거래’를 주제로 독일변호사협회 코드 브루그만 사무총장의 사무변호사회 및 변호사협회에 대한 언론의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사례를 발표했다. 이 세션을 시작으로 협회 회장과 사무국장의 관계, 법률가들의 정치적 로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세션이 오후까지 계속됐다. 이날 가장 흥미로웠던 세션 중 하나는‘IILACE 회원의 신체와 정신적 건강 유지와 회복력 증진, 사무국장의 책임 완화 및 삶의 개선’을 다룬 내용으로 다른 회의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독특한 세션이었는데, 이 세션의 사회를 맡은 브리티시 콜롬비아의 팀 맥기는 사무국장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회의 첫날에 참가자에게 실시했던 행복지수와 스트레스 지수 테스트 설문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날 만찬은 도심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기엔 최고의 장소로 유명한 LKF호텔 30층에 위치한 AZURE 레스토랑이었다. 이 만찬의 스폰서인 윌리스 보험 브로커 회사의 대표들과 독일의 코드 부르그만과 함께 유익한 정보도 공유하고 즐거운 대화도 많이 나눌 수 있었는데 이처럼 대한변협도 지속적으로 회의에 참석해 그 활동 영역을 넓히는 데 힘써달라는 독려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이 만찬을 마지막으로 내년 독일회의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사흘 간의 IILACE 회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 날 만찬에서 코드 부르만이 나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내가 참석하는 첫 해에는 아무 말도 못하고 듣기만 했고, 두 번째 참석 해에는 자유토의 시간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세 번째 참석부터는 발표자로서 적극적으로 IILACE에 활동한 결과 내년에는 독일에서 회의를 개최하게 됐다.”
필자 역시 아직은 회의 참석자의 자격으로 참가하는 초기 단계이지만 앞으로 외국 사무국 직원과의 교류를 넘어 더 크게는 국제 회의를 주최하는 기관으로 성장한다면 이는 국제사회에서의 우리 대한변협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방법이 아닐까.
점차 국가 간 장벽이 허물어져 자연스럽게 해외 여러 법조단체들과의 협력이 불가피한 이 시대에 각국 변호사협회의 최고 책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고민하고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눌 수 있는 이 자리야 말로 대한변협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그 통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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