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12. 5. 31. 2009헌바123·126(병합) 결정(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 위헌소원)
 

1. 서론
헌법재판소는 2012. 5. 31. 2009헌바123등 결정에서 위헌법률심판의 본질 내지 한정위헌결정의 본질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보여주었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조항의 실효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을 뒤엎는 내용의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했다. 즉 GS칼텍스 등 2개 회사가 “법인세 산정과 관련한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가 1993년 법 전면개정에도 불구하고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대법원의 해석에 근거하여 부과되는 조세는 기본권 침해”라며 낸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한정위헌결정을 내렸다.
당시 언론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갈등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비치면서, ‘법률 해석’에 대한 두 기관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관점을 부각시켰다. 최고 사법기관의 위상을 놓고 벌이는 신경전이라고 보도하였다.
실로 위 결정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관계 정립에 관한 핵심 이론이 집합된 결정이었다. 위헌법률심판권의 내용 속에 법률조항의 실효 여부에 대한 심판권이 포함되는 것인지? 공권력 행사로서의 사법권이 그 권한을 일탈·남용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구제수단은 무엇인지? 위 두 경우에 있어서 한정위헌결정이 행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등 위헌법률심판 내지 한정위헌결정을 둘러싼 본질적 쟁점이 제시되었다.

2. 결정의 요지
가. 주문
구 조세감면규제법(1993. 12. 31. 법률 제4666호로 전부 개정된 것)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구 조세감면규제법(1990. 12. 31. 법률 제4285호) 부칙 제23조가 실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
나. 사건의 개요
청구인 OO주식회사는 1990년 10월 1일 구 조세감면규제법(1990. 12. 31. 법률 제42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의 2에 근거하여 자산재평가를 실시하고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 상장을 준비하였다가 어렵게 되자, 2003년 12월 30일 스스로 위 자산재평가를 취소하였다. 역삼세무서장은 위 자산재평가가 자산재평가법에 의한 자산재평가에 해당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유로 2004년 4월 16일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 제2항(아래 참조)을 적용하여 청구인에게 법인세 및 자산재평가세를 재계산하여 부과·고지하였다. 구 조세감면규제법은 1993년 12월 31일 법률 제4666호로 전부 개정(이하 ‘이 사건 전부개정법’)되었는데, 위 부칙 규정(이하 ‘이 사건 부칙조항’)에 대하여는 별도의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었다. 이에 청구인은 서울행정법원에 이 사건 부과처분이 위 전부개정의 취지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뒤, 항소심에서 위 부칙 제23조에 대하여 위헌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다. 심판의 대상
구 조세감면규제법(1990. 12. 31. 법률 제4285호) 부칙 제23조(기업공개시의 재평가특례에 관한 경과조치 등)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재평가를 한 법인이 당해 자산재평가적립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자본에 전입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재평가일부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기간 이내에 그 재평가를 취소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당해 법인은 각 사업연도소득에 대한 법인세(가산세와 당해 법인세에 부가하여 과세되는 방위세를 포함한다)를 재계산하여 재평가를 취소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분 법인세과세표준신고와 함께 신고·납부해야 한다.
라. 결정의 요지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부칙조항과 관련하여 아무런 규율을 하고 있지 아니한 이 사건 전부개정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부칙조항이 여전히 효력을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지, 만약 그렇게 볼 수 없다면 이 사건 부칙조항이 이미 실효되었음에도 이를 유효하게 존속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법률해석의 한계를 넘어서 헌법상의 권력분립원칙과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인 법률해석인지 여부이다.
대법원은 위 2006두19419 판결, 2006두17550 판결에서 이 사건 부칙조항의 실효 여부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개정 법률이 전문 개정인 경우에는 기존 법률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종전의 본칙은 물론, 부칙 규정도 모두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종전의 법률 부칙의 경과규정도 실효된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효력이 상실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11168 판결 등 참조), … 이 사건 부칙조항은 이 사건 전문개정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실효되지 않았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법률문언의 의미와 내용을 분명히 하는 법률해석은 대상 법률규정의 규율영역에 따라 때로는 아예 허용되지 않거나 때로는 엄격하게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형벌조항이나 조세관련 법규를 해석함에 있어서, ‘유효한’ 법률조항의 불명확한 의미를 논리적·체계적 해석을 통해 합리적으로 보충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해석을 통하여 전혀 새로운 법률상의 근거를 만들어 내거나 기존에는 존재하였으나 실효되어 더 이상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법률조항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법률해석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법률의 부존재’로 말미암아 형벌의 부과나 과세의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을 법률해석을 통하여 이를 창설해 내는 일종의 ‘입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헌법상의 권력분립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죄형법정주의,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이 사건 부칙조항은 법인세의 과세요건을 설정하는 근거조항으로서 이 사건 전문개정법에 반영되지 않은 채 위 전문개정법이 시행됨으로써 원칙적으로 실효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위 법원의 해석은, ‘입법자의 의사 추정’, ‘법률의 공백 방지 및 형평상 이유’를 근거로 명문상 존재하지 않는 과세근거조항을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므로, 이는 과세근거를 새로이 창설하는 결과에 이르는 ‘입법행위’일 뿐만 아니라 헌법상의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전부개정법이 별도의 경과규정을 둔 바 없으므로, 이 사건 부칙조항은 이 사건 전부개정법이 시행된 1994년 1월 1일자로 실효됐다고 봐야 할 것인바, 이와 달리 이 사건 전부개정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부칙조항과 관련된 규율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입법상의 흠결을 보완하기 위하여 ‘특별한 사정’을 근거로 이 사건 부칙조항이 실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상의 권력분립원칙과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므로 위헌을 면할 수 없다.

3. 평석
이 결정은 위헌법률심판의 본질에 대하여 본질적 질문 몇 가지를 던지고 있다. 동시에 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고민의 결과도 함께 읽힌다. 이 결정에서 제시된 이론들은 위헌법률심판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 단초가 되고 있다.
첫째, 이 결정은 위헌법률심판의 본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는 위헌법률심판의 소송물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법률조항의 실효 여부를 직접적인 판단대상으로 하였다. “이 사건 전문개정법에 반영되지 않은 채 위 전문개정법이 시행됨으로써 원칙적으로 실효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는 판단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이는 위헌법률심판의 본질이 항고쟁송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즉 ‘심판대상이 된 법률조항’에 대하여 “실효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는 결론은,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의 유효 여부를 판단하여 위법성 내지 위헌성을 제거하는 항고쟁송의 논리적 결론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이 결정은 사법권한의 헌법적 한계에 대한 법적 구제수단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었다. 사법부가 독립된 재판기관으로서 최종적 판단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사법부의 판단이 항상 올바른 것만은 아니었다는 점은 독일 나치시대가 잘 보여준 바 있었다. “법률해석을 통하여 전혀 새로운 법률상의 근거를 만들어 내거나, 기존에는 존재하였으나 실효되어 더 이상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법률조항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법률해석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법률해석을 통하여 일종의 ‘입법행위’를 행한 것에 해당하므로 헌법상의 권력분립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죄형법정주의,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는 판시가 그 고민을 나타낸다.
셋째는, 한정위헌결정의 본질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다. 한정위헌결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이론은 합헌적 법률해석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즉, 어떤 법률의 개념이 다의적이고 그 어의의 테두리 안에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때 헌법을 그 최고 법규로 하는 통일적인 법질서의 형성을 위하여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 즉 합헌적인 해석을 택하여야 하며, 이에 의하여 위헌적인 결과가 될 해석을 배제하면서 합헌적이고 긍정적인 면은 살려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일반 법리이고, 이러한 법리를 구현하는 것이 한정위헌결정이라는 것이다. 이때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은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 사항이므로, 위헌부분이 합헌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우리 법체계에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이 사건 부칙조항이 실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상의 권력분립원칙과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다.”라는 결론에 입각하여,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문을 선고하고 있다.
이들 세 가지 이론은 모두 위헌법률심판 내지 한정위헌결정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자 답변이었다. 그러나 하나의 결론을 위하여 이들 세 이론을 한 곳에 모아놓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개개 쟁점에 대한 결론의 타당성 여부는 별론, 체계적이었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예들 들어, 다른 두 이론을 굳이 전개하지 않고, 단지 위헌법률심판의 소송물 이론만으로도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법권한의 남용일탈 이론에 대하여도 같은 생각을 해볼 수 있다. 한정위헌결정이론은 명확한 의미를 더하기 위하여 부가된 느낌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들 세 이론을 모두 설명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나아갈 방향을 학자들에게 질문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위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했던 고민은 이제 학자들에게 넘겨졌다. 함께 생각할 일이다. 이 경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두 기관의 위상에 우열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두 기관은 모두 최고의 사법기관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두 기관의 재판권은 거의 중복되지 않는다. 국민을 위한 현대 법치주의의 의미에 중점을 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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