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법학교육과 법률가양성제도를 새 시대의 사회적 수요에 맞춰 개혁한다는 취지로 미국식의 법학전문대학원(Law School)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한 지 이제 막 4년을 지나고 있다. 로스쿨 제도는 지금까지의 국가중심의 관료법률가양성과 이에 터 잡고 있었던 ‘관학(官學)’으로서 기존의 우리 법학을 이른바 ‘시민학(市民學)’ 또는 ‘민학(民學)’으로 전환할 수 있는 단초로서 아주 중요하다.

한국식 로스쿨은 지금까지 법조인교육과 법조인의 수를 직접 통제해왔던 국가주도적인 사법시험제도를 종료시키고, 로스쿨에서 그 교육과정을 수료한 자로 하여금 일정한 자격검증시험을 통해 변호사자격을 취득케 한 후 다양한 전문법률가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민사회적인 제도로서 거듭나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로스쿨 제도는 여전히 국가주도 하에 있어 기본적으로 직업법률가인 변호사를 양성하는 국가적인 직업학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든, 올해 첫 번째의 제도적 결과가 나왔고, 앞으로 해마다 그 제도적 결과도 나올 것이다. 한국식 로스쿨인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성패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래서 현 상황에서 취해야 할 태도는 한국식 로스쿨이 그 도입의 취지에 부합되게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로스쿨 제도가 성공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성변호사와 그 단체의 역할이다. 변호사의 직업적 에토스(ethos)와 스킬(skill)이 로스쿨과정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예비변호사들에게 제대로 전수되어야 하는데, 이 과제를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해야 할 의무가 우리 대한변호사협회에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돌이켜 생각해보면,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써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던 사법시험제도의 개혁 문제가 어떻든 다른 차원으로 전환되었다고 말할 수 있으나, 그 당시의 법률가양성제도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특히 교양법학교육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민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기존의 법과대학제도와 연계하지 않고, 별도로 변호사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로스쿨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우리나라 법학교육은 이제 완전히 이원화되어 있다. 법과대학에서의 교양법학교육과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직업법학교육이 그것이다. 현행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및 이 법에 기한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이념에 비춰 볼 때 법학전문대학원이 법률가양성의 주체인 것은 분명하나, 교양으로서 법학교육의 주체는 아닌 것이 명백하다.

사실, 우리나라에 있어 법학교육개혁에 관한 지금까지의 논의는 법률가양성제도(즉 사법시험제도)의 개혁에만 너무나 집중되어 있었다.

이에 법률제도의 운영자중심의 실정법교육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법학교육에 있어서 실무지향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에 대하여 법학교육의 주안을 일반시민에 대한 법학교육에 두어야 한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도 교양으로서 법학교육은 완전히 포기하고, 법률운영자중심의 법률실무가교육에만 집중하여 법률기술자들만 양성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는가라는 것이다. 과연 법학교육이 법률가양성만을 목적으로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법학교육을 판사, 검사 변호사의 양성에 중심을 둔다면, 그것은 ‘법학교육과정=법률실무가양성교육과정’, 즉 법학교육과 법률실무가교육을 일원화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교양법학교육은 아니다. 민주적 법치국가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전문법률지식을 가진 직업법률가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반시민도 법률적 소양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법학을 전공으로 공부하거나 연구하는 사람이 반드시 직업법률전문가가 될 필요도 없다. 대학에 있어서 윤리교육이나 예능교육이나 반드시 전문직업과 연계될 필요가 없듯이 법학교육도 반드시 법률실무가양성교육과 연계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될 필요도 없다. 법학교육이 법률직업인을 위해서만 존재해야 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고, 법학교육은 일반교양인을 위해서도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그러므로 일반대학의 학부과정에서도 법학은 교양과목 또는 전문과목으로서 교육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도 ‘교양으로서의 법학’이 요청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면 우리는 어떠한 길을 선택해야 하는가? 이제 교양법학교육을 어떻게 실시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왕에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이 직업학교답게 직업적 법학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강구해야 함은 물론이고, 대학의 학부과정에 남아 있는 법과대학을 폐지할 것이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교양법학교육을 담당할 수 있도록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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