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을 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없는 노동을 하면 삶은 질식되어 죽어간다(알베르 카뮈).”

‘작은 것이 아름답다’로 유명한 E. F. 슈마허의 강연 내용을 묶은 책 ‘굿 워크(Good Work)’의 첫 표지를 넘기면 이 말이 나온다. 이 책의 메시지를 알려주는 말이다. 슈마허는 거대주의, 성장지상주의를 비판하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간단하며 자본이 적게 들고 환경이 파괴되지 않도록 고안된 ‘중간기술’의 보급을 통해 창조적인 노동을 하며 품위있는 생활을 유지하고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 왔다.

슈마허는 인간의 삶의 중심에 노동이 자리하고 있다고 하면서 인격이나 성격 형성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
을 끼치는 것은 노동이라고 한다. 노동에 있어서 정신이나 두뇌, 영혼이 신체 못지않게 중요한데도 세상은 노동자의 신체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개탄해 한다. 그가 정의하는 노동의 세 가지 목적은 첫째, 인간 삶에 꼭 필요하고 유용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고 둘째, 신이 주신 재능을 잘 발휘하여 타고난 각자의 재능을 완성하기 위한 것이며 셋째, 태생적인 자기중심주의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협력하기 위한 것이다.

슈마허는 현대의 대량생산과 대규모의 자본집약적인 생산방식에서는 이러한 노동의 목적이 달성될 수 없고 다음과 같은 문제를 유발한다고 진단한다.

‘크면 클수록 좋다’는 것을 신봉하고 고도로 복잡하고 자본집약적인 생산방식을 고수할 경우 모든 것은 부유하거나 힘있는 자들에게만 돌아가고 필연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소외된다. 산업사회는 대규모로 시장을 창출하고 엄청난 물량의 광고를 통해 인간의 탐욕, 시기심, 욕심을 끝없이 부추기는 사악한 본성을 드러내고 개인의 이기주의를 극대화하여 인간의 인격을 저해한다. 현대 산업사회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사람들의 정신과 시간을 과도하게 앗아가 영적인 일에 매진할 집중력이 남아 있기 힘들게 하고 노동에서 품위와 만족을 없애버린다.

슈마허는 일의 즐거움이 없다면 삶의 즐거움도 없기에, 젊은이들은 이와 같은 것들을 거부한다고 말한다.

나는 아무 의미도 없는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고 싶지 않다.
나는 기계와 관료제의 노예가 되어 권태롭고 추악하게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바보나 로봇, 통근자로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누군가의 일부분으로 살고 싶지 않다.

대신에 젊은이들은 이것을 갈망한다고 말한다.

나는 내 일을 하고 싶다.
나는 좀 더 소박하게 살고 싶다.
나는 가면이 아니라 진짜 인간을 상대하고 싶다.
내겐 사람, 자연, 아름답고 온전한 세상이 중요하다.
나는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슈마허는 현대 문명이 앗아간 두 스승은 첫째 신비로운 체계를 지닌 살아있는 자연이며, 둘째 인류의 전통적인 지혜와 가치라고 말한다. 작은 일터, 소박한 삶이 자연에 더 가까운 생활방식이며 사회에 더 유익하고 의미있는 삶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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