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공부를 시작하면서 귀가 닳도록 들은 이야기 중에 하나가 “법은 논리다”라는 말이었다. 실제로 법학공부를 하다보면 그 ‘논리’를 공부하는 게 전부라는 생각이 들만큼 논리적 사고에 대한 교육의 연속이다. 흔히 수학에 비교하는 사람도 꽤 많은데 법도 논리고, 수학 역시 논리이기 때문에 둘이 일직선상으로 비교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법은 그 논리성을 바탕으로 사회의 정의를 위해 봉사한다. 그렇다면 순수한 논리의 산물, 이성의 산물은 항상 옳은 것일까? 논리적 정합성이 손상되지 않는다면 항상 정의에 근접하는 것일까?

순수한 논리의 결정체. 감정이라는 것이 들어갈 공간이 없는 수학의 예를 들어보자. 수학의 수많은 증명 중에는 n=n+1이라는 증명이 있다. 간단히 풀어 이야기하자면 1=2, 2=3, 3=4라는 의미이다. 결국에 가면 0=∞라는 증명이 되는 셈이다. 이것이 과연 우리의 경험칙으로 생각했을 때 정합한가? 논리는 때론 그 논리가 가진 무가치적 성격에 의하여 ‘산으로 가는 답’을 내놓을 때가 있기 때문에 논리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래서 아마도 ‘논리는 전제로 가는 수단’이라는 말이 있는 것일게다.

논리는 전제로 가는 수단. 그렇다면 그 전제란 무엇인가? 법에 있어서 전제란 아마도 ‘사람’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람과 사회. 사회를 이루어가면서도 개개인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법이라는 논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유의 개념을 서술하시오”라는 제목은 한 법학전문대학원의 헌법 시험에 나온 문제라고 한다. 이 문제를 접한 많은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은 몹시 어이없어 했고, 그 문제를 낸 교수님에 대한 성토를 토해냈다고 한다. 이것이 과연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나올 문제냐고. 나 역시 아직 법학전문대학원을 다니는 학생에 불과하고 그 학생들과 함께 무엇을 해야 더 훌륭한 변호사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함께 하는 학생이지만, 솔직히 부끄럽다. 난 묻고 싶다. 정말 ‘자유의 개념’을 제대로 서술해 낼 수 있을지. 만약 그렇다면 내가 몹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난 아직 그것을 해낼 수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헌법을 중심으로 하는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은 헌법의 정신을 따르며, 헌법에 어긋나면 그 법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즉. 법이 논리라면 헌법은 그 전제가 되는 셈이다. 헌법이라는 전제를 향해 나가기 위한 논리적 도구, 그것이 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헌법 전문은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라고 천명하고,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자유’와 ‘민주’라는 단어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법, 그 모든 것들이 따라야할 전제이며 동시에 방향인 셈이다. 민법, 형법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에 있는 수천개의 법은 바로 ‘자유’와 ‘민주’라는 것을 위해 존재하는 논리이며, 헌법 그 자체가 가진 수많은 조항의 내용들조차도 바로 이 ‘자유’와 ‘민주’를 어떻게 이루어야 하는가라는 고민의 산물이고, 결과물이며, 그것을 이루기 위한 국민의 의지인 셈이다.

“자유란 무엇인가?”와 “민주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는 법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대명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이 바뀌고, 판례가 바뀌는 것도 결국은 기존의 법과 판례가 ‘자유’와 ‘민주’라는 것에 대해서 더 적합하기 위해 바뀌는 것이고, 법조인이 원하는 궁극의 답도 아마 바로 이 ‘자유’와 ‘민주’라는 두 개의 단어가 아닐까?

헌법을 공부하다 보면 다른 법 과목과는 많은 것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법은 논리지만 헌법은 전제이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전제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필요 혹은 열망과 같은 것이고, 그것들은 때론 ‘논리’보다는 철학과 그를 통해 만들어진 ‘당위’의 영역일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부끄럽게도 우리는, 아니 어쩌면 최소한 나는 그런 고민보다는 손쉽게 ‘판례를 외우는’ 공부를 택한다. 그리고 어쩌면 이러한 가치지향적 (혹은 가치충돌적일지도 모르겠다) 성격 때문에 헌법은 흔히 소홀히 다루어지기 쉽다.

하지만 법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헌법이 가지는 의미는 결코 소홀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헌법이 던져준 화두인 ‘자유’와 ‘민주’의 개념, 그것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공부는 너무나 중요하다. 내가 아직 배우는 학생이기에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호사가 되어 법조 삼륜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국민의 입장에서 그들의 권리를 지켜주고 때론 창설하기 위해서는 바로 자유와 민주에 대한 개념 정립은 기본중의 기본이 아닐까?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법조문과 판례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개념중의 개념’이 아닐까?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법조인 선배님들과 나와 같은 법학전문대학생에게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 자유의 개념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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