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2011. 8. 18. 선고 2011누9821 판결 (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1두2306 판결)

1. 시작하면서

대법원은 그동안 기간제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기대할 수 있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갱신의 거절은 해고와 마찬가지여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 다른 한편,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고만 함)’에 의하면, 예외적 허용사유가 없는 이상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없고 그렇게 사용되는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갱신기대권은 2년을 초과하여서도 인정될 수 있는 것일까. 기간제법이 없었다면 판례법리에 의하여 3년째든 4년째든 갱신기대권을 인정함에 제약이 없겠으나, 기간제법으로 인하여 2년을 초과하게 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간주되므로 갱신기대권의 인정에 어떤 제한이 가해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의가 있을 수 있는 바, 대상판결은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2. 사실관계와 사건의 전개

(1) 원고들은 2008년 6월 19일 피고보조참가인 대한민국 산하의 국민권익위원회에 계약기간을 2008년 12월 31일까지로 하여 상근전문위원으로 채용되어 근무하다가, 2008년 12월경 다시 계약기간을 2009년 1월 1일부터 2009년 12월 31일까지로 하여 전임자문위원계약을 체결한 후 2009년 12월 31일까지 전임자문위원으로 근무하고 2009년 12월 31일 계약기간 만료로 퇴직하였다.

(2) 애초의 채용공고에 채용기간은 체결일부터 2008년 12월 31일까지이되 실적 등에 따라 1년 단위 재계약이 가능하다고 명기되었고, 2008년 12월의 재계약시 근로계약의 내용은 계약기간과 보수만 변경되었을 뿐 근무장소나 근무내용 등 나머지 사항은 모두 동일하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09년 12월 원고들과의 재계약기간 종료를 앞두고, 노동부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신규공개채용인 경우 기존의 기간제근로자를 합격시켜도 계속근로의 단절로 볼 수 있다는 회신을 받은 후, 신규공개채용의 형식으로 전임자문위원 채용공고를 하여 이에 응시한 원고들을 서류전형에 합격시켰다. 그 후 국민권익위원회는 원고들에게 기존계약에 대하여는 계약종료의 통보를 하였는데, 원고들은 신규채용이 아닌 재계약을 해 줄 것을 주장하면서 그 후의 면접시험에도 응하지 아니하였다.

(3) 원고들은 참가인이 근로계약 만료 후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참가인을 상대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들은 계약기간의 만료에 따라 퇴직한 것이므로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4) 원고들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들에게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만 그 기대권은 기간제법에서 정한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인 2010년 6월 18일까지로 한정되는데, 재심결정일인 2010년 8월 5일 현재 이미 그 기간이 도과되어 갱신계약을 체결할 수 없으므로 구제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재심신청을 각하하였다.

(5) 원고들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피고로 하여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서울행정법원은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면서, 기간제법을 이유로 갱신기대권이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인정된다고 보기는 곤란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여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결정을 취소하였다.

(6) 피고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아래에서 살피는 바와 같이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을 지지하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고들은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였으므로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대상판결로 삼아 그 내용을 살펴보면, 원고들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기간제법으로 인하여 원고들의 재계약기간은 총 근로기간이 2년 이내가 되는 한도 내여야 하므로 그 기간은 2010년 6월 18일 만료되었다고 하면서, 재심판정일인 2010년 8월 5일에는 구제이익이 소멸하였으므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적법하다고 판시한다. 기간제법으로 인하여 갱신기대권이 2년을 초과하여 인정될 수는 없다는 취지의 해당 판시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위 규정들의 입법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근로자 지위의 안정화라는 목표와 사용자가 경기변동에 따라 고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라는 목표를 조화롭게 취구하기 위함이고, 이러한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법 제4조 제2항은 강행규정으로 봄이 타당하다.
위 규정들의 내용과 체계 및 입법취지, 기간제법이 기간제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을 원칙적으로 2년으로 제한할 뿐 다른 나라의 입법례처럼 기간제 근로계약의 재체결에 정당한 객관적 사유의 존재를 요구하거나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적 체결이 가능한 횟수를 제한하고 있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는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2년의 기간 내에서 계약기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음은 물론 동일한 내용으로 반복하여 체결할 수도 있지만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때에는 해당 기간제근로자에게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되므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신규로 체결되는 기간제 근로계약은 근로관계가 2년의 기간 내에 종료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반면 근로자에게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4. 평가

(1) 대상판결의 논리에 대해서는, “이러한 경우 원천적으로 재계약 기대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 잠탈을 위한 사용자의 명시적 시도에 대응할 수 없게 된다”는 비판이 있다(최석환, “기간제법 시행 이후의 기간제 근로계약과 기대권”, 「노동법학」 제40호, 2011. 12., 347면). 또 한편으로, “그런 논리라면 앞으로는 갱신기대권의 법리를 통해 고용안정을 기대함이 거의 불가능해진다”고 하면서, “갱신의 기대 형성에 기간제법 시행은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김홍영, “기간제법의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의 인정 여부”, ‘노동법학’ 제41호, 2012. 3., 368~369면. 그 논거로는, 1) 기간제법 제4조의 규정의미는 사용자의 기간제 사용을 제한하는 데에 있지 기간제 사용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에 있지 않고, 2) 갱신기대권의 법리는 기간만료의 법리보다 적용에 있어 상위의 위상을 갖고 있으며, 3) 2년 이상 사용시 무기계약으로 전환되는 효과는 갱신기대권 법리의 적용결과가 아니라 기간제법 제4조에 따른 결과라는 점을 든다. 경청의 필요가 있는 비판이다).

(2) 생각컨대, 대상판결의 논리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도 부당하다.
첫째, 기간제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기간제법을 근거로 기간제근로자의 보호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 해석을 하는 것은 입법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다. 대상판결은 기간제법이 기간제근로자의 보호와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라는 목표를 조화롭게 추구하고자 한다고 함으로써 그러한 해석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기간제법은 그 목적 조항에서 ‘불합리한 차별의 시정’과 ‘근로조건의 보호’를 통하여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고 있을 뿐, 그 어디에서도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와의 조화를 말하고 있지 않다. 기간제법에서 보호의 수위를 정할 때에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와의 조화를 고려했을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하여 그것이 기간제법의 목표로 격상되는 것은 아니다.
둘째, 갱신의 기대는 이번의 계약이 만료되어도 갱신을 통해 계속 일할 수 있으리라는 계속근로의 기대를 일컫는 것이며, 종전의 기간제계약에서 정한 계약기간과 갱신계약에서 정하는 계약기간이 반드시 동일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총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의 갱신이 되는 경우 법령에 의하여 무기계약직으로 간주된다면, 갱신의 기대에는 계속근로의 결과 무기계약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까지를 당연히 포함하는 것이다.
세째, 갱신의 기대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노사관행을 종합하여 형성되는 것이고, 총 근로계약기간이 2년을 넘으면 무기계약근로자로 간주되는 것은 강행법규에 의하여 강제되는 것이다. 양자는 그 인정근거를 달리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의 내용이 2년 초과의 계속근로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 않는 이상, 강행법규를 이유로 계속근로의 기대를 제한할 수는 없다.
넷째, 기간제법 제4조의 규정이 있다 하여, 기간제근로자의 총 근로기간이 2년이 되면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이 당연히 예정된다고 함은 비약이다. 현실적으로 최초의 기간제 계약을 할 때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자든 사용자든 2년 후에도 계속 근로할 가능성을 열어놓지 2년 후 반드시 그만둘 것을 예정하지는 않으며, 그 2년 후를 보아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어 계속 근로하는 근로자가 수없이 많다. 대상판결의 해석은 기간제법 시행 후 일반인들의 인식 및 행태와도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5. 글을 마치며
상고가 기각되었으니 대상판결의 해석론을 일단은 대법원의 입장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것인데, 그 해석론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부당함이 있다. 향후 다른 사건에서라도 대법원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어 그 부당함을 시정하고 기간제법의 입법취지에 맞는 해석론을 내 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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