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충식 변호사

검사 생활 26년, 운좋게 검사장까지 하고 퇴임해 변호사가 된 지 5년째다. 평생을 검사로 살다가 재조에서 재야로 나와 보니 검찰의 문제점, 법원의 문제점, 변호사의 문제점이 모두 보여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검찰의 문제점
우리나라 검찰만큼 일도, 탈도, 말도 많은 나라는 없다. 우리의 검찰제도는 해방 이후 만든 골격이 큰 변화 없이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그러나 이제는 골격 자체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검찰의 중립성에 관한 끊임없는 시비, 검·경의 대립, 여성검사의 급증에 따른 문제점 등이 이런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수많은 범죄의 척결과 사회정의 실현을 위하여 현재의 검찰, 수사경찰 인력은 터무니없이 적다. 그 결과 검경은 수사하고 싶은 사건만 열심히 수사하는 선별권을 행사하게 되고, 이 때문에 국민은 수사 권력이 비정상적으로 행사되는 것으로 느끼게 된다.
한편 수사권 독립을 명제로 대립하고 있는 검찰과 경찰의 현재의 모습은 이혼은 하지 않고 별거중인 부부처럼 보인다. 부족한 인력에 효율성도 떨어지고 있다. 부인하면 증거능력 없는 사법경찰의 조사, 검찰수사관의 2차조사, 검찰수사관도 믿지 못해 직접조사에 나서는 검사, 이에 따른 검사의 과도한 업무량 등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제 최근 정치권에서 발의됐듯이 수사업무는 신설 국가수사청에 맡기고, 기존 검찰청은 공소 유지와 국가수사청의 감독, 그리고 현재 재논의 중인 공직비리수사처나 상설특검의 기능을 수행토록 하는 획기적인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가수사청은 검사의 지휘하에 기존의 사법경찰이 통합된 조직이어야 하며 지금처럼 소속이 달라 따로 노는 비효율적 시스템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경미한 범죄나 행정사범은 과감히 질서벌로 전환하고 대신 과태료의 부과금액을 징벌과 예방효과가 날 수 있도록 상향조정하여 준법질서를 확립할 필요도 있다.
갈수록 복잡다기해지는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강력범죄, 경제범죄, 공공범죄, 정보통신범죄 등 분야별로 해당부서에서만 근무하게 하여 전문가를 양성하는 인사시스템도 필요하다. 강력범죄 종사자에게는 수당을 3배 정도 지급하여 기피부서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배려도 있어야 할 것이다.
기존의 검찰청은 공소유지 기능 외에 수사청의 감독기능과 고위공직자 비리수사, 기타 특별검사의 기능 등을 수행토록 하면 일반 수사권 상실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또 다른 문제는 일선 수사부서에서 여성검사의 급증 현상이다. 여성을 차별하고 싶은 의도는 전혀 없으며 우수한 수사능력을 발휘하는 여성검사들도 많지만, 범죄자를 제압해야 하는 수사업무는 아무래도 남자검사들에게 적합한 분야가 더 많다. 수사청과 공소청을 분리하면 상당수의 여성검사들은 공소청에서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법원의 문제점
법원에는 근무하지 않아 지적이 틀릴 수도 있지만 법원 역시 1인당 업무부담이 너무 많아 보인다. 대법원부터가 문제다. 3심까지 올라오면서 엄청 두꺼워진 기록들을 대법관들께서 언제 다 읽어보시고 판결문을 쓰시는지 궁금하다. 세간의 수근거림을 들어보면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사건요지를 정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대법원이 사실심 기능을 가지고 있는 이상 대법원판결이 대법관이 아닌 연구관 판결이 아닌가 하는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해 주시기 바란다. 고등법원, 지방법원의 업무량도 마찬가지다. 업무량 과다는 법관이 사건을 선별적으로 중점심리하게 하고 어떤 사건은 충분히 심리해주지 않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러한 결과 역시 국민에게는 부당한 권력행사로 비쳐질 수 있다.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원하고 분쟁은 빨리 종료될수록 좋은 것이다. 재판조직도 대대적인 증원 개편을 통해 정의를 갈망하는 국민의 한을 풀어주기를 기대한다. 진정으로 정의사회를 원한다면 법조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도로건설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 차량정체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어주듯이 법원 검찰에도 획기적인 예산투입으로 국민의 정의에 대한 갈망과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바란다.
대법원도 대법관을 대폭 증원하거나, 고등법원 상고부를 만들거나, 헌법재판소를 다시 합쳐서라도 합리적인 사법제도를 만드는 데 다시 나서야 된다. 그래야 국가예산을 핑계로 소수 엘리트의식에 젖어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변호사업계의 문제점
평생 국가에서 주는 봉급만 받고 살다가 변호사라는 사업자가 되고 나니 기업가와 상인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문제는 지금 변호사 업계는 수요공급의 기본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거의 시장파괴 상황이라는 사실이다. 해방 이후 수십년간 누적된 변호사가 이미 1만명 수준인데, 이제는 해마다 2000~3000명씩 누적되고 있다. 변호사들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국민의 질시의 대상이 된 결과 로스쿨이 도입되고 변호사 대량 배출의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경제에서 경착륙 대신 연착륙을 열망하듯 변호사의 증원도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변호사의 급증은 고등실업자의 대량양산뿐 아니라 억지 송사의 증가로 판·검사의 업무 역시 증가하게 될 것이다. 결국 변호사 대량 배출은 정원이 동결된 현재의 법원 검찰의 문제점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기업에서 변호사들을 대량 채용할 것이라는 기대는 현재로서는 무리이다. 변호사는 적극적인 기업신장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예방이나 손실방지 등 소극적인 분야에서 더 많이 일하기 때문에 아직은 기업에서 대량 채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환자를 보거나 시골 개업이 가능한 의사업계와는 달리 평생을 변호사 신세 한번 안 지고 일생을 마치는 국민이 많다. 의사와 달리 변호사업계의 일거리는 그렇게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한편으로 대형로펌 위주로 사건이 집중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날로 심해지고 있다. 대형로펌들은 배출되는 변호사 중 겨우 1% 정도만 채용하면서 고액의 초임봉급을 지급하여 국민으로 하여금 변호사는 여전히 고소득자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대형로펌들의 이런 시장왜곡 때문에 수많은 변호사들이 취직조차 못하면서 주변에 말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 어
사실 법조직역은 과거의 사실에 대한 판단이요, 부를 직접 창출하는 직업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발전을 최우선 가치로 살아온 우리나라에서는 비중이 큰 분야가 아니었고 그에 따라 국가예산의 배정비율도 미약한 상태였다.
그러나 국민의 정의와 공정에 대한 갈망이 급증하는 현시대에는 사법시스템에 획기적인 투자를 하는 국가적 결단이 필요하다. 검사 수를 늘리면 검사의 권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생각은 산술적인 계산에 불과하다. 판·검사의 수를 늘리면 오히려 개개 판·검사의 권력은 줄어들면서 더 정의롭고 공정한 방향으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판·검사는 늘리지 않고 변호사만 대폭 늘리는 현재의 시스템은 법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더욱 커지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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