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평가, 제대로 할 테니 지켜보세요”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 로스쿨, 근대사법 100년의 가장 큰 변혁이라 일컬어지는 로스쿨에 대해 변호사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은 극히 적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변협에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가 설치되어 법조인양성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로스쿨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요즈음, 대한변협의 로스쿨평가위원회 위원장 한부환 변호사(63)를 만났다.
“올해가 로스쿨에 대한 본 평가 첫 해입니다. 오는 10월에 시작, 11월 말까지 25개 법전원에 대한 현지평가작업을 합니다. 판·검사 변호사 교수 등으로 이루어진 조사위원 64명이 팀을 이뤄 8개 팀이 3~4개교씩 가서 평가를 하게 됩니다. 한 학교당 사흘씩 방문합니다.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고 평가하는 것도 처음이라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습니다.”
평가팀은 판·검사 1인, 변호사 1인, 교수 1인, 교육과학부 공무원 1인, 일반인 1인, 공인회계사 1인, 도서관 사서 1인으로 구성되고 내년 1월에 최종 평가의견서가 나오게 된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도 평가는 사흘씩 하는 예를 참고했다. 미국변협인 ABA는 로스쿨을 평가하는데, 평가 인증을 받은 로스쿨 졸업생들만이 각 주의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변협의 평가위원회에는 로스쿨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당초 법안에 있던 평가위원회에 부여되었던 제재권한이 법안 심의과정에서 삭제됐다. 장기적으로 내실 있는 평가가 쌓이다 보면 평가의 공신력이 생겨 관련 법률이 개정되고 변호사시험 응시자격 박탈 등 로스쿨에 대한 제재조치가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평가한 내용의 공표만 가능하게 돼 있어요. 그렇지만 온정적으로 할 일이 아님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내실있는 평가를 위해 조사위원들에 대한 교육을 강력히 하다 보니 자기 생업이 있는 조사위원들이 이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는 경우도 있어 예비위원도 11명이나 선정해 두었습니다.”
한부환 변호사가 로스쿨 평가위원장이 된 것은 2007년 로스쿨법이 국회에 통과된 직후 교육인적자원부 산하 법학교육위원회 초대위원으로 참여해 로스쿨 인가기준 마련 및 인가 심의작업에 참여했으며 검찰재직 시에도 사법개혁작업에 참여해 왔기 때문이다.
로스쿨평가위원회는 법학계와 법조계, 시민단체 등의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로스쿨의 교육과 조직, 운영 및 시설에 대한 평가작업과 적정한 평가를 위한 평가기법의 개발, 평가기준 수립업무를 맡고 있다. 대한변협이 주도하고 위원장도 변협 회장이 임명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로스쿨평가위원회를 맡으면서 법학계와 법조계가 공감할 수 있는 평가기준 마련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어요. 2007년 깊이 있는 논의 없이 갑자기 로스쿨 법안이 통과되면서 법학계와 법조계 사이에 제도의 세밀한 결합이 부족했습니다. 그런 틈새를 평가기준으로 메워나가는 것이 위원회의 임무라 본 것이지요. 평가기준에 대한 학계의 연구를 토대로 평가위원회에서 법조계의 의견을 반영해 평가기준안이 만들어졌고 이제 적용단계에 들어간 것입니다.”
법조인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인가심사 당시에는 로스쿨들이 저마다 훌륭한 교수진 확보, 충분한 재정지원, 장학금 지급, 국제화 시대에 대비한 내실있는 이론 및 실무교육 등을 내세웠으나 실무가 교수들이 하나둘 학교를 떠나고 장학금도 조금씩 줄어들고 교과목이 단순화되고 있다는 언론보도 내용처럼 현실적으로 로스쿨의 실무교육과 인재양성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었다.
“우선 인가신청 시에 약속했던 재정지원과 교원 등의 확보가 기준에 맞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평가해야 합니다. 인가를 얻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약속한 요건이라면 곤란하지요. 또 교육과 학습이 성실하게 이뤄졌는지 평가해야 합니다. 로스쿨이 변호사시험합격률에만 관심을 가진 나머지 다양하고 전문적인 강의를 소홀히 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의 거주, 교원의 실제 수업일수, 실제 수업이 잘 진행됐는지, 변호사시험과목 강의에만 편중되지 않았는지, 학사관리의 엄정성, 재정지원 실태 등 모든 측면을 평가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에서 변호사를 양성하는 제도로 발전시킨 로스쿨제도는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로스쿨제를 도입하면서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폐지를 결정했고 로스쿨이 있는 대학에는 법과대학을 없애도록 했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 법조계는 무력감에 빠졌으나 다행히 로스쿨에 대한 평가와 감시를 담당하는 평가위원회 제도가 변협 산하에 설치된 것이다. 그러나 입법과정에서 평가위원회 권한이 축소되고 임기도 짧아 역할을 다 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미흡한 로스쿨에 대해 정원감축이나 인가취소 등의 제재를 건의하도록 한 권한이 국회논의에서 삭제된 것. 하지만 한 위원장은 위원회의 역할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았다. 평가위원회의 평가가 모두 일반에게 공개되도록 한 만큼 미흡한 로스쿨들이 평가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로스쿨평가 업무는 일정 부분 전문성이 축적될 필요가 있다. 위원들의 임기 2년이 평가주기에 비해 짧은 것도 사실이다. 이 문제는 연임규정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해결해 오고 있다.
한부환 위원장에게 검사 시절 이름을 날린 수서비리 등 수사공로에 대해 질문하자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제 이름으로 기사가 나갔다고 해서 그 수사를 제가 했다고 하면 안 됩니다. 수십 명이 한 팀으로 움직여 고생해서 얻은 수사결과인데 제가 했다고 하면 과장이고 가식입니다”라며 잘라낸다. 꼬장꼬장한 검사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검찰에 대한 애정이 큰 한부환 변호사는 변호사가 된 것의 장점을 꼽으라고 질문하자 검찰에 대한 오해로 접근조차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때, 그 오해를 녹여낼 때가 보람이라고 말했다.
법조계로 최고 인재가 모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로스쿨의 인기가 시들한 것이 국가 전체로 봐서는 오히려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반대했다.
“복잡다기한 인간사회 각 분야에서의 분쟁을 조사 평가하고 판단하는 일인데 우수한 사람이 해야죠. 사회의 여러 현상에 대한 이해도 높아야 하고요.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법조인이 되는 게 당연하다고 봐요.”
한 변호사는 2006년에 우리나라가 ‘법을 통한 민주주의 유럽위원회(일명 베니스위원회)’ 정회원국으로 가입할 때부터 위원으로 활약해왔다. 우리나라 위원은 한부환 변호사 외에 목영준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있다.
“베니스위원회에서 과거 공산체제에 속했던 동구권의 법제들이 자유민주주의체제에 어긋남이 없는지 심사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것과 우리나라 법제도가 훌륭하다는 걸 느껴요. 예컨대 우크라이나에서는 정당법을 만들면서 야당이 예산심의에 참가할 자격을 얻으려면 여당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규정을 둔 경우도 있었어요. 물론 문제가 있다고 지적되어 고치도록 했죠.”
청년변호사들에게 당부의 말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1999년이었어요. 사법개혁위원회에 법무부 쪽 위원으로 들어가서 로스쿨 도입을 반대하고 사법연수원을 발전시킨 한국식 로스쿨인 법학대학원 설립 주장을 했어요. 변호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고 하여 변호사는 공익을 위해 존재한다고 했더니 시민단체에서 ‘그럼 변호사가 공익을 위해 일했다는 자료를 내 봐라’하는 거예요. 그래서 변협에 요청했더니 자료가 전무한 거예요. 어느 분야나 사회의 지지, 성원을 받으려면 사회를 위해 기여한 바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활동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거죠.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쯤부터 변호사도 공익활동이 의무화되긴 했지만 부끄러운 일이죠. 청년변호사들이 공익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봉사했으면 좋겠어요. 로스쿨 평가위원회 조사위원에도 관심 가져주시고 많이 참여해주시면 더 감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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