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학교 특성화 분야에는 어떤 관심이 있나요?”
2년 전,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한 거창한 대답들을 준비해보고 스스로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이 글을 보는 누구든 아마 한번쯤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대답해볼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한 지방 로스쿨의 원장님께서 변호사시험 이후에 “대형 로펌 등에서 지방대 학생들에게는 기회를 거의 주지 않아서 아쉽다”라고 하신 것을 기사에서 보고, 과연 로스쿨제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물론 로펌에서 서울 소재 로스쿨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왔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원 배정 등에서 지방의 로스쿨에 유리하도록 고려한 것은 전국 곳곳에 산재해있는 무변촌을 없애고, 법률 사각지대를 없애고자 하는 취지가 아니었던가? 로스쿨 제도를 신설한 것이 대형 로펌 등에 우수인재를 공급하기 위한 것은 아닐진대, 각 로스쿨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 검사, 로클럭 임용, 로펌 채용인원 등 숫자놀음을 통해 서로 무의미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특정 판례들을 두고 동기들과 토론도 해보고 싶었고, 자원봉사도 하고, 인문학이나 소설을 읽으며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눠보고 싶기도 했다. 물론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애초에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동기들과 함께 학교시험에 출제될 만한 특정판례들을 선택하여 암기하기에 급급하고, 학교강의 프린트를 읽으며, 자원봉사가 아니라,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실무실습이나 스펙들을 쌓아 나가기에 바쁘다. 지금 학교에서 인문학 책을 읽는 모습을 누군가가 본다면, 틀림없이 학교생활을 포기했다고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학사관리 엄정화와 변호사시험 합격률의 고정은 이처럼 다양한 부작용을 가져온다. 넓은 시각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의 로스쿨 진입을 결과적으로 차단하고 있음을 올해 입시에서도 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학교의 변호사시험 합격률 제고를 위하여 법학사들을 실질적으로 우대하는 입시가 계속될 것이고, 어렵게 관문을 뚫고 로스쿨에 입성한 이들도 학사관리 엄정화의 굴레 속에서 오랜 학습경험을 가지고 있는 법학사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포기하는 경우가 생겨난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내려면, 자신의 경력이나 특성화할 수 있는 분야는 신경쓸 겨를도 없이 학교공부에만 매달려야 한다.
인권변호사든 지적재산권 전문변호사든 모두 학점 전쟁의 극복과 변호사시험 합격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점경쟁으로 인해 절대평가를 하고 학점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과목에 학생들이 몰리고, 특성화 관련 과목들은 시험과 관련이 없거나 좋은 학점을 취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거 폐강되고 있다는 사실이 종종 신문에까지 보도가 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되지 않을까?
이렇게 공부한 학생들은 대부분 무변촌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치열했던 경쟁에 대한 보상을 원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그동안의 막대한 학비가 생각났을 수도 있다. 모두가 로클럭, 검사가 되기를 원하고, 급여수준이 높은 로펌에 가는 것을 희망한다. 급여수준이 낮고 어려운 곳에 근무하는 것은 최후의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
로스쿨 제도가 출범 이후의 다양한 이해관계로 인하여 많이 재단되고 왜곡되었다. 원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분야에 대한 과목의 수강을 장려하고, 학교에서 공익관련 자원봉사 등에 대한 지원을 늘림으로써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고, 법률전문가로서의 활동영역 확대를 위해서 변호사시험도 핵심적인 이론과 판례를 위주로 하여 깊이 있게 출제하도록 하여 법률 적용능력의 향상과 수험부담의 경감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학사의 파행을 막고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라도, 학사관리 엄정화 방안은 폐지되거나 적어도 수정되어야만 한다.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과목들을 학점관리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현실에서는 그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이쯤에서 스스로의 버킷리스트가 아닌 이 사회의 버킷리스트는 과연 무엇일까를 고민해보자. 실력 있는 법조인의 양성, 소외된 계층에의 지속적인 법률서비스 제공, 인권 분야에서의 활동 제고, 증가하는 법률에 대한 적법성과 합리성에 대한 검토와 비판 등등. 하지만 로스쿨의 현주소는 이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목표를 위한 제도의 개선·발전 방안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만이 법률전문가로서 우리 대한민국의 빛과 소금으로서 모두에게 신뢰받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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