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에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었습니다. 지난 3년간의 치열한 노력 끝에 합격의 영광을 얻은 선배님들께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울러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도 합격하지 못한 선배님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번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87%라고 알려졌습니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수치상으로는 말입니다. 문제는 수치상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더 많은 학생들이 변호사가 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는 이처럼 ‘제외된 존재들’이 부당하게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생들 중 일부는 경제적 형편이나 학업보완을 이유로 휴학을 한 경우도 있고 자발적으로 변호사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과 달리 자신의 의지가 아닌, 제도적 사유로 인해 시험응시자격 자체를 박탈당해 변호사시험 합격률 수치 산정시 제외되어버린 학생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 학생들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 정도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는 법조윤리 시험에서 70점 이하의 점수를 받은 경우, 둘째로는 유급을 받은 경우, 마지막으로 졸업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우선 법조윤리 시험에 관해 살펴본다면 95% 이상의 합격률을 보였던 제1회 법조윤리시험과는 달리, 제2회 시험의 합격률은 70%대에 머무는 등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여 학생들에게 큰 혼란을 준 바 있습니다. 이러한 들쭉날쭉한 난이도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으며 그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었습니다.
유급제도와 졸업시험제도는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이 특성화하고픈 분야에 맞는 수업을 선택하여 듣도록 하기보다는 학점 따기 쉽거나 졸업시험에 관련된 과목들만을 획일적으로 수강하게 하는 폐단을 낳게 되어 로스쿨 제도의 도입취지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후술하는 바와 같이 지금처럼 1500여 명으로 변호사시험 합격인원이 고정될 때 생기는 유급제도와 졸업시험제도의 폐단입니다.
지금처럼 변호사시험합격자를 1500여 명으로 고정시킬 경우, 해를 거듭할수록 불합격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매년 1800명의 졸업자가 배출된다고 한다면 첫해시험 탈락자는 300명이지만 이듬해에는 졸업생 1800명과 전년도 탈락자 300명이 시험에 응시하여 2100명이 시험을 치르고 600명이 탈락하게 되는 식으로 매년 탈락자의 수가 증가하여 경쟁은 점차 과열되는 양상을 나타낼 것입니다. 경쟁이 과열될 경우 자교의 합격률을 높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각 로스쿨들은 유급시험과 졸업시험제도를 이용해서 ‘시험에 붙기 쉽지 않을 것 같은 외관을 형성한’ 학생들을 가급적 많이 탈락시킴으로써 자교의 ‘수치상의’ 합격률을 높이려 할 유혹을 받게 됩니다. 60명 전원이 응시할 경우 40명 만이 합격할 수 있는 로스쿨이 있다고 할 때, 이 로스쿨이 애초에 유급제도와 졸업시험제도를 통해 25명을 걸러내고 상위 35명에게만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기회를 준다면 그 로스쿨은 ‘합격률 100%를 자랑하는 명문 로스쿨’이 되는 것입니다(지금의 87% 합격률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수치이며, 이번 시험에서 높은 합격률을 자랑하는 일부 로스쿨들도 몇 명의 학생들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외시킨 바 있습니다).
현재도 이러할진대 고정된 합격인원으로 인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경우 유급제도와 졸업시험제도는 특정학생들을 변호사시험응시대상에서 강제로 제외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제도적 측면에 있어서 변호사시험합격자 선정방법을 1500여 명으로 고정할 것이 아니라 응시자 대비 일정 비율의 합격률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래야 몇 명이 응시하든지 총 합격률에는 변동이 없어서 소모적 경쟁을 방지하고 ‘시험낭인’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개별 로스쿨들은 유급제도와 졸업시험제도를 통해 손쉽게 합격률수치를 조작하려하기보다는 학습 환경의 개선 등 근본적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자교의 합격률을 높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합격자 선정방식과 유급제도 및 졸업시험제도 등의 시행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력하며 같이 노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비록 수험생의 신분이고 해야 할 공부가 많으며 또한 ‘설마 내가 시험에 떨어지기야 하겠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 수도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단순히 몇몇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공감하고 연대해야 할 것입니다. 로스쿨 초기의 학생인 우리에게 로스쿨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발전시켜야 할 사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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