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근 변호사
김원근 변호사

<당사자의 신청이 있어야 변론을 열어준다>

우리나라처럼 법원에서 변론을 주기적으로 열어주는게 아니고 당사자가 변론을 열어달라고 신청해야 변론을 열어준다. 또한 변론을 열어달라고 신청하려면 법률적인 이슈가 있어야 한다.

민사사건의 예를 들면, 소장에 나온 사실관계 주장이 모두 맞다고 가정하더라도 법률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혹은 법에서 요구하는 청구인용에 필요한 법률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라면-증거조사(Discovery) 이전에- 법률판단으로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패소 판결을 선고할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재판의 초기단계에 케이스를 종결하는 절차가 없이 (의제자백은 예외) 여러번의 변론을 열어서 계속 진행하는데 반하여 미국식 재판에서는 초기에 한 두번의 변론으로 종결이 가능하다.

또 하나 다른 점은 당사자의 청구가 있어야만 이런 변론을 열어준다는 점이다. 만약 변론을 신청하지 않고 지나간다면 최종재판으로 진행된다.

(예) 소장에서 주장된 사실관계로 판단해볼때 원고가 소멸시효가 만료된 권리주장을 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여러번 변론을 열고 케이스를 종결하는데 반하여- 미국에서는 시효로 이익을 보는 피고가 시효에 특정된 법률이슈를 판단해달라고 변론을 신청한다. 그러면 법원에서는 시효소멸 여부만을 판단하는 변론을 열고 피고의 주장이 맞다고 한다면 더 이상 케이스를 진행하지 않고 종결해버린다

(예)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케이스에서 원고쪽은 상대방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발생과 인과관계가 있음을 주장해야 하는데-소장에 나온 주장과 첨부된 자료에 나온 사실관계가 모두 입증이 되었다고 가정한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판단해볼때 피고쪽에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거나 혹은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주장이 누락되어 있다면-피고쪽에서는 청구기각을 신청하고 판사의 법률판단을 받기 위한 변론을 신청할 수 있다. 이 변론에서 판사가 피고쪽의 법률적인 주장이 맞다고 판단하면 원고 청구를 기각하고 재판을 종결할수 있는 것이다. 만약 청구기각으로 케이스를 종결할수 있는 피고쪽에서 이런 변론신청을 하지 않는다면-법원에서 자발적으로 이런 변론을 열어주는게 아니므로- 케이스는 최종재판까지 진행된다.

형사사건에서는 검사 측 증거가 증거능력이 있는 지 여부를 최종재판이전에 판단하는 변론을 열어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해당 증거를 최종재판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할수 있다. 만약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된 증거가 유죄입증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면 검사는 더 이상 변론진행을 하지 못하고 케이스를 거둬들이거나 플리바게닝을 하여야 한다.

(예) 피고인의 자백사건에서 미란다 원칙에 위배되어 자백을 받은 것임을 근거로 해당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인할 수 있는데-피고인은 위법하게 수집된 자백이므로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인해달라고 주장하고 그 법률판단을 위한 변론을 신청할 수 있다- 판사가 미란다 원칙에 위배된 자백이라고 판단하여 그 증거능력을 부인한다면 검사는 문제된 진술을 증거로 사용할수 없게 될 것이다-우리나라에서는 케이스를 모두 묶어서 진행하기 때문에 이처럼 특정한 법률이슈를 떼어내서 따로 변론을 열어주지 않는다 (예외, 구속적부심 혹은 보석허가 관련 변론)

<변론을 열게 되면 반드시 이슈에 관한 결정을 한다>

우리나라의 재판에서는 변론을 진행하면 준비서면 진술 및 증거제출을 하고 대부분 속행을 하게 된다. 미국식 재판에서는 변론을 열게 되면 변론을 주재하는 판사는 변론을 주재한 이후 바로 그 자리에서 결정을 하거나 혹은 선례가치가 있는 결정을 하여야 한다면 해당 이슈에 관하여 법원의 의견을 담은 결정문을 작성하게 된다. 소장이 기각되면 원고의 패소판결과 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재판의 초기단계에서 케이스 결론을 내는게 가능하다. 형사재판에서도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 검사가 더 이상 기소진행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중간판단이 가능한 이유는>

최종재판 이전 변론은 모두 법률적인 이슈와 관련이 있다. 법률판단을 위한 변론에서의 판사는 증거판단이나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시간을 소비할 필요가 없다. 왜냐면 불이익을 받는 쪽의 주장이나 제출된 증거를 모두 진실인 것으로 혹은 소명된 것으로 가정해서 판단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가압류신청절차에서 일방주장만 듣고 결정하는 것과 같은 원리). 따라서 양 당사자의 소장 답변서 및 준비서면과 첨부된 소명자료만 보고 판단 가능하다.

<최종재판에서는 사실관계 판단을 위주로 진행한다>

사실관계 주장이나 제출 자료 관련 다툼이 심한 경우 이는 사실판단이슈이기 때문에 최종재판에서 증거를 한꺼번에 제출하게 하고 판사나 배심원의 사실판단을 근거로 최종결정을 한다. 만약 중간단계에서의 법률이슈와 관련된 변론에서 사실관계를 판단할 필요가 있으면 별도 변론을 열어 증거제출 기회를 주는데 이를 증거조사를 위한 변론(evidentiary hearing)이라고 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해당 법률이슈를 결정한다.

/김원근 변호사(사시 30회)
미국 버지니아·메릴랜드·D.C.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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