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율 변호사
최경율 변호사

최근 민사소송 의뢰인이 고소를 당했다며 고소장을 들고 왔다. 고소장을 한참 읽는데 낯익은 이름이 나왔길래 봤더니 내 이름이 있었다. 그것도 하필 피고소인 옆에 있었다.

그렇다. 고소를 당했다.

고소 사실을 전해듣고 예전 선배 변호사님들한테 얼핏 들었던 “고소도 당해보고 해야 진정한 변호사가 되는거야”라는 얘기가 생각났다.

이런 식으로 진정한 변호사가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 8년차 쯤 되니 진정한 변호사를 시켜주기 위해 누군가가 도와주는가 보다.

고소장을 읽어보니 고소인은 내가 담당했던 사건의 상대방이었고, 죄명은 소송사기, 이유는 우리 의뢰인과 같이 법원을 기망하였다는 이유였다. 내가 담당했던 의뢰인한테 고소당한 것은 아니라 참 다행이지만 귀찮은 절차를 진행해야 하기에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예전에 다른 의뢰인이 “고소를 당한다고 다 수사를 받아야 해요?”라고 물어봤을 때 당연하다는 듯이 “고소를 받으면 당연히 조사는 받아야 돼요.”라고 대답했었는데, 막상 실제로 경험해보니 “뭐 이런걸 수사를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도 안되는 사유로 형사조사를 받게 되었는데 고소를 한 사람에게 아무런 보상을 청구할 수 없느냐고 물어보았던 의뢰인도 생각났다. 고소 한 번 당해보니깐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이제는 같이 고소당한 입장에서 의뢰인들에게 조금 더 공감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잘못이라면 소송에 이긴 죄(?)밖에 없기 때문에 전혀 걱정은 안되었다. 오히려 술자리에서 재미로 할 얘기가 생긴 것 같아 황당한 중에 미소를 지은 것도 사실이었다. 동료변호사가 내가 고소당한걸 재밌어하며 놀렸는데 민사소송 준비서면에 그 동료변호사도 곧 고소하겠다는 글을 읽고 고소한 기분이 드는 것도 한몫했다.

수사기관에서 뭐라고 전화가 올지도 궁금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혹시 전화가 오게 되면 뭐라고 할지 고민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진정한 변호사가 되어가고 있다.

/최경율 변호사
법률사무소 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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