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3다258672 판결 -

김유명 변호사
김유명 변호사

1. 사건의 개요

가. 원고는 2019년 3월 4일 피고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임대차기간 2019년 3월 10일부터 2021년 3월 9일까지, 임대차보증금 2억 원, 월차임 168만 원으로 각 정하여 임차하였다.

나. 원고는 피고에게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하는 통지를 하였고 이는 2021년 1월 5일 피고에게 도달하였으나, 2021년 1월 28일 다시 갱신된 임대차계약의 해지 통지를. 위 통지는 2021년 1월 29일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통지가 도달한 후 3개월이 지난 2021년 4월 30일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였다.

라. 원고는 2021년 4월 30일 계약이 해지되었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피고는 원고의 해지통지는 임대차계약이 갱신된 2021년 3월 10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하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2021년 3월 10일로부터 3개월이 지난 2021년 6월 9일 해지되므로 그 때까지의 월차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2. 쟁점

본 건의 쟁점은, ① 임차인이 주택임대차계약기간 만료 전 6개월전부터 2개월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여 임대인에게 도달한 경우 언제 갱신이 되는 지 여부 및 ② 그 후 임차인이 다시 계약해지통지를 하는 경우 언제 그 효력이 발생하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3. 소송의 경과

가. 1심의 판단(원고 일부승)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에 따라 임차인은 계약 갱신일 이전이라도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고의 해지통지가 피고에게 도달한 다음날인 2021년 1월 29일부터 3개월이 지난 2021년 4월 29일경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다.

나. 2심의 판단 요지 (원고 패)

원고의 계약갱신요구로 인하여 임대차계약은 임대차계약 만료일 다음 날인 2021년 3월 10일부터 2023년 3월 9일까지로 갱신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그 계약해지 통지의 효력은 갱신된 임대차계약의 시작일인 2021년 3월 10일부터 3개월이 지난 2021년 6월 9일에 발생한다.

다. 대상판결의 요지(파기환송)

임차인의 갱신요구에 따라 임대차계약에 갱신의 효력이 발생한 경우 임차인은 제6조의2 제1항에 따라 언제든지 계약의 해지통지를 할 수 있고, 해지통지 후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하며, 이는 계약해지의 통지가 ‘갱신된 임대차계약 기간이 개시되기 전’에 임대인에게 도달하였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원고의 갱신요구 통지가 2021년 1월 5일 피고에게 도달함으로써 임대차계약은 갱신되었다. 그 후 원고의 갱신된 임대차계약 해지 취지가 기재된 이 사건 통지가 2021년 1월 29일 피고에게 도달하였는바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2021년 4월 29일 갱신된 임대차계약의 해지 효력이 발생하였다.

4. 평석

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상 계약갱신요구권의 법적 성질 및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을 정한 입법취지에 대하여

1심과 대법원의 판시를 보면, 주임법상 계약갱신요구권의 법적성질에 대하여 ‘형성권’이라는 전제하에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주임법상 계약갱신요구권, 민법상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및 매수청구권의 법적성질을 먼저 보고자 한다.

(1) 민법상계약갱신청구권의 법적 성질

민법 제643조에서는 토지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하여는 임대인이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경우 임차인의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있으므로, 그 법적성질에 대하여 형성권으로 해석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며, 한편 임차인의 매수청구권에 대하여는 형성권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으로 보인다.

(2) 주임법상 계약갱신요구권의 법적성질 및 행사기간을 정한 입법취지

민법 제643조에서는 토지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해 그 행사시기를 ‘계약기간 만료 후’로 규정하고 임대인은 그 청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 반면, 주임법에서는 계약갱신요구권의 행사시기를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2020년 6월 9일 개정 전에는 ‘만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였다)로 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거절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결국, 주임법상 계약갱신요구권은 정당한 거절 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임대인이 거절하지 않거나 계약갱신요구에 동의하는 경우에 효력이 발생하는 ‘조건부형성권’으로 생각되며, 그 행사시기를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로 정한 입법취지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될지 여부에 대해 계약당사자들이 미리 의사표시를 함으로서 임대인에게는 보증금마련할 시간적 여유를 주고, 임차인에게는 이사할 시간적 여유를 주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주임법상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시 계약의 갱신 시점에 대하여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에 대하여 정당한 거절사유가 없는 등으로 인하여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의 효력이 발생하는 경우 계약이 갱신되는 시점과 관련하여, 그 법적성질을 형성권으로 본다면 일응 그 의사표시가 임대인에게 도달한 날 갱신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갱신’이라는 개념 본질적 의미(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갱신’의 의미에 대하여 “법률관계의 존속 기간이 끝났을 때 그 기간을 연장하는 일. 계약으로 기간을 연장하는 명시적 갱신과 계약 없이도 인정되는 묵시적 갱신이 있다”라고 되어 있다)와 주임법상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을 민법과 달리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로 정한 입법취지 및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고려하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권으로 인하여 계약이 갱신되는 시점은 임대차계약기간 만료일 다음날부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즉,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의 의미는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현재의 계약에 대하여 계약갱신요구의 의사표시가 도달하는 날부터 당장 계약갱신을 해달라는 의사표시라기보다는 임대차계약이 만료되면 그 때 계약을 갱신해달라는 의사표시”로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임차인으로서는 현재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현 시점에서 현재의 계약을 바로 종료하고 계약갱신을 해야 할 필요성이나 긴급성 또는 실익도 없고, 현재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되는 경우 다시 계약이 갱신되는 것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갱신요구에 따라 임대차계약에 갱신의 효력이 발생한 경우 임차인은 제6조의2 제1항에 따라 언제든지 계약의 해지통지를 할 수 있고, 해지통지 후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하며, 이는 계약해지의 통지가 ‘갱신된 임대차계약 기간이 개시되기 전’에 임대인에게 도달하였더라도 마찬가지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는 바, ①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가 임대인에게 도달한 시점에 계약은 갱신되었으나 ② 그 갱신된 계약의 시작일은 임대차계약기간 만료일 다음날부터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계약의 갱신시점과 갱신된 계약의 개시시점을 다르게 보는 것은 계약갱신요구권이 형성권으로 판단하는데 기인한 것으로 지나치게 ‘형성권 도그마’에 빠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 대상판결의 문제점

(원심판단이 타당)

대상판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생긴다.

우선, 계약만료일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사이에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 통지가 임대인에게 도달한 후 임차인이 또 다시 계약해지의사표시를 하는 경우 현재 계약이 계약기간이 만료되기도 전에 임차인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해 계약이 해지되는 문제점이 있다. 예컨대, 임차인이 계약만기 전 6개월 되는 다음 날 계약갱신을 요구하고 그 의사표시가 임대인에게 도달한 후 바로 그 다음 날 또 다시 계약해지통지를 하는 경우 임대차계약은 임대인이 그 해지통지를 수령한 날로부터 3개월 후에 계약이 해지되므로 현재 임대차계약은 만기 3개월 전에 해지되어 버린다. 이러한 점은 당사자간 이미 정한 계약기간을 임차인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해 무려 3개월이나 단축시켜버리는 문제점이 있다.

다음으로, 법문규정과도 배치되는 문제점이 있다.

주임법 제6조의3 제1항 제4호는 “제1항에 따라 ”갱신되는 임대차“의 해지에 관하여는 제6조의2(묵시적 갱신의 경우 계약의 해지)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차인이 계약해지통지를 하는 대상은 ‘갱신되는 임대차계약’이지 ‘현재의 임대차계약’이 아니다.

또한, 주임법 제6조의3 제1항 제4호는 묵시적갱신의 경우 계약의 해지조항을 준용하고 있는데, 묵시적 계약의 경우에는 “임대차계약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주임법 제6조)”고 함으로서 계약의 갱신은 임대차계약이 만료된 시점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계약갱신요구의 경우에도 묵시적 갱신과 달리 해석해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만기 6개월 전부터 만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으로 정한 입법취지에도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대상판결과 같이 해석할 경우 지나치게 법률관계를 복잡하게 만들 위험과 분쟁의 발생을 야기하게 될 소지가 있다. 예컨대, 임차인이 계약 만기 전 6개월로부터 하루 지난 시점에 계약갱신요구를 하고 그 의사표시가 임대인에게 도달한 후 바로 다음 날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해지 통지를 하여 도달한 경우, 주임법상 계약갱신요구 거절권이 있는 임대인은 그 거절권을 행사할 시간적 여유가 없게 되며, 또한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요구거절권이 있었는지 여부 및 그러한 거절권이 있었던 경우 임차인의 계약해지통지가 적법한지 여부에 대해 따져 보아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결국, 입법 취지, 법규정, 법적 안정성, 계약 갱신 전의 계약기간에 대한 당사자의 합의와 관련된 사적자치의 보장문제 등과 관련하여 볼 때 대상판결보다는 원심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김유명 변호사
김유명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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