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 2022. 12. 22. 선고 2018헌바48, 2019헌가1(병합) 결정; 헌법재판소 2023. 3. 23. 선고 2021헌가1 결정 -

김중권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중권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Ⅰ. 사건의 개요

헌재 2018헌바48, 2019헌가1(병합)의 경우, 집회 장소가 대통령 관저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 미터 이내에 있어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11조 제2호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의 통고와 관련해서 구 집시법 제11조 제2호 중 ‘대통령 관저’ 부분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었고, 대통령 관저의 경계 지점 100 미터 이내인 청와대 앞 분수대 근처 노상에서 옥외집회를 주최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된 것과 관련해서 구 집시법 제11조 제2호 중 ‘대통령 관저’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되었다. 그리고 헌재 2021헌가1의 사안에서는 국회의장 공관 정문 앞에서 옥외집회에 참가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것과 관련해서 구 집시법 제11조 제2호 중 ‘국회의장 공관’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되었다.

Ⅱ. 헌재 2022.12.22. 2018헌바48,

2019헌가1(병합)의 결정요지

심판대상조항은 대통령과 그 가족의 신변 안전 및 주거 평온을 확보하고, 대통령 등이 자유롭게 대통령 관저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의 원활한 직무수행을 보장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의 헌법적 기능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심판대상조항은 대통령 관저 인근 일대를 광범위하게 집회금지장소로 설정함으로써, 집회가 금지될 필요가 없는 장소까지도 집회금지장소에 포함되게 한다.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소규모 집회의 경우,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보호되는 법익에 대해 직접적인 위협이 될 가능성은 낮고, 이러한 집회가 대통령 등의 안전이나 대통령 관저 출입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장소에서 열릴 경우 위험성은 더욱 낮아진다. 또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및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은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집회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 구 집시법(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개정되고, 2020. 6. 9. 법률 제173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2호 중 ‘대통령 관저’ 부분 및 제23조 제1호 중 제11조 제2호 가운데 ‘대통령 관저(官邸)’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Ⅲ. 문제의 제기-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 헌법재판소의 위상

헌법재판소가 일찍이 구 집시법 제11조 제1호 중 ‘국회의사당’ 부분과 ‘각급 법원’ 부분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여(헌재 2018. 5. 31. 2013헌바322 등; 2018. 7. 20. 2018헌바137) 관련 규정이 개정되었다. 헌재 2018헌바48, 2019헌가1(병합)과 동일한 기조로 헌재 2021헌가1 역시 국회의장 공관 100m 내 집회금지 규정에 대해 마찬가지로 헌법불합치결정이 내려졌다. 실로 최고 사법기관으로서의 헌법재판소가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 잠재적 입법자에 해당함을 실감할 수 있다. 집시법상의 집회금지구역제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시급하므로, 이를 위한 후속과제를 살펴본다(참고: 김중권, 현행 집시법의 발본적 개혁에 관한 소고, 법률신문 제4635호, 2018. 9. 10.).

Ⅳ. 독일에서의 집회금지구역제

집회금지구역제는 해당 기관이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역사적으로 1920년 1월 13일에 발생한 제국의회 앞에서의 대학살을 계기로 의회를 위해 1920년에 집회금지구역제가 마련되었다. 종전에는 연방 집시법에서 연방과 주의 입법기관 및 연방헌법재판소에 대해 집회금지구역을 설정하여 구체적인 집회금지구역은 연방과 주의 집회금지구역법에 의해 정하도록 규정하였지만, 지금은 2원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연방정부의 기관 및 외국공관을 포함하여 매우 광범하게 규율한 집회금지구역법을 대체하여- 1999년부터 시행된, 연방 헌법기관만을 위한 평온구역법(BefBezG)에 의해 연방 헌법기관(연방의회, 연방참사원, 연방헌법재판소)을 위한 집회금지구역이 설정되어 있으며, 동시에 예외적 허용이 법률상 규정되어 있다(이런 예외적 허용은 통상의 허가가 아닌 예외적 승인이다. 상론: 김중권, 행정법, 2023, 265면 이하). 동법 제3조 제1항에 의하면, 해당 연방기관의 업무를 방해할 염려가 없을 때는 해당기관의 장의 동의를 얻어 집회가 허용되어야 하며(의무규정), 연방의회와 연방참사원이 휴회하는 날에는 원칙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 주의 입법기관만을 대상으로는 연방 집시법의 집회금지구역제가 통용되는데, 구체적인 집회금지구역은 주 집회금지구역법(Bannmeilengesetz)에 의해 정해지고(제16조), 주법 역시 집회금지의 예외허용 규정을 두고 있다(가령 베를린 주법 제2조 제2항에 의하면, 주의회 의장은 주 내무장관의 동의하에 예외를 발할 수 있으되, 휴회 중에는 그 예외를 발해야 한다). 한편 독일의 경우 집시법의 부칙이나 하위법령에서 해당 금지구역을 도로명으로 직접 설정하는데, 이를 관련 기관의 홈페이지에서(bmi.bund.de/DE/themen/verfassung/staatliche-ordnung/versammlungsrecht/befriedeter-bezirk/befriedete-bezirke.html. 2023. 11. 20. 마지막 방문) 바로 확인할 수 있다.

Ⅴ. 관저, 공관 등의 개념에 관한 논의

헌재 2018헌바48, 2019헌가1(병합)에서 주목할 것이 별개의견이다. 즉, ‘대통령 관저(官邸)’의 해석을 명시하고 그 해석을 토대로 위헌이라는 점을 논증하여야 한다면서, 집시법상의 관저와 공관을 구분하여 설명한다. 대통령과 그 가족의 생활공간인 대통령 관저 자체를 ‘협의의 대통령 관저’로, 협의의 대통령 관저(숙소)와 집무실 등 대통령 등의 직무수행 장소를 포함하여 ‘광의의 대통령 관저’로 설명한다. 대통령에 대해서는 ‘관저(官邸)’라는 용어를,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에 대해서 ‘공관’이라는 용어를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는 점에서, ‘관저(官邸)’는 생활공간 및 직무수행 장소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공관’은 주로 생활공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하여 심판대상조항의 ‘대통령 관저(官邸)’는 광의의 대통령 관저를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이제까지 대통령의 관저를 대통령의 집무장소와 생활장소를 합쳐서 청와대라는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하였으며, 또한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대통령은 그 자체가 항시 공권력을 행사하는 최고 국가기관이라는 점에서, 과연 별개의견처럼 관저를 구분한 것이 타당할지 의문이 든다. 이런 사정은 이제 대통령의 생활공간과 집무공간이 분리된 이후에도 동일하다. 한편 일본의 경우 관저(官邸)란 수상 등이 직무를 수행하는 공간을 의미하고, 수상의 사생활공간은 공저(公邸)로 달리 표현하고, 공관(公館)은 공공의 건물이나 관청의 건물로서 특히 대사관, 공사관, 영사관을 의미한다. 재외공관이란 표현이 시사하듯이 본래 공관이란 용어는 공무수행과 함께 숙식도 함께 할 수 공간을 나타낸다. 이 점에서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에 대해 ‘공관’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재고가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의회와 최고재판소의 수장에 대해 공저란 용어를 사용한다.

Ⅵ. 대상결정에 대한 따른 후속과제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헌법적 기능보호라는 법익에 대한 위험상황이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집회까지도 예외 없이 금지되는 점을 인용논거로 제시하였다. 집회금지구역제로 초래된 위헌적인 절대적 집회금지를 문제 삼은 것이다. 대통령의 헌법적 기능보호라는 법익에 대한 위험 상황이 구체적으로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집회시위의 허용성을 가늠한다는 것 자체가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 든다. 대통령 관저 인근의 집회시위는 통상 강한 정치적 성향을 지니는데, 실질적 판단의 기조에서 접근하면 도리어 법집행의 불안정성이 고조될 수 있고, 사법적 판단에 심각한 불신이 제기될 우려도 있다. 국회의장 등의 공관은 대통령의 관저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들 장소에서 국회의장 등이 본래의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는다. 이들 장소에는 일반적인 제한의 메커니즘이 통용되어야 한다. 집회금지구역제는 해당 기관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사실 독일은 물론, 일본의 정은보지법(静穏保持法)이 국회의사당과 정당사무소의 주변지역 및 외국공관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비교하면, 여러 국가 주요인사의 사적 공간까지 포함하는 현행 집회금지구역은 너무 넓다. 헌재 2021헌가1은 이 점에서 설득력을 지니며, 특히 헌재 2018헌바48, 2019헌가1(병합)과는 달리 별개의견이 제시되지 않은 것이 바람직하다. 요컨대 집회금지구역을 축소하되, 지금처럼 지형을 고려하지 않고 막연하게 거리기준으로 금지구역을 가늠하기보다는 독일처럼 거리명 주소로 금지구역을 구체적으로 나타낼 필요가 있다.

Ⅶ. 맺으면서

-대상결정의 후과에 대한 성찰

집회시위의 자유는 민주정치의 바탕이 되는 건전한 여론표현과 여론형성의 수단이다. 그것은 대의제가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수의견을 국정에 반영하는 창구로서의 의미도 지닌다(헌재 1994. 4. 28. 91헌바14). 이미 대통령 관저의 경계 지점 100 미터에 근접해서 집회가 가능하듯이, 광장의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효능감이 대의제를 압도하는 상황이다. 대의제의 심각한 기능부전 상황에서 집회시위의 과도화가 그 결과이긴 해도, 자칫 국가시스템의 기본인 대의제 자체가 전적으로 무색하게 될 우려가 있다. 대표적인 아날로그 법질서인 집시법의 핵심개념 및 규율시스템을 디지털시대에 맞춰 시급하게 개혁해야 한다.

/김중권 중앙대 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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