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백 변호사
△박종백 변호사

두어 달 사이에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가상자산 내지 암호자산의 가격이 전세계에서 급상승하고 있다. 이 현상이 주는 심층적 의미가 무엇인지와 변호사에게 어떤 시사점이 있을지 궁금하다.

비트코인가격의 급등은 1월 10일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가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 11개를 승인하자 세계 각국에서 비트코인 수요가 늘고, 4월에 비트코인의 10분당 채굴량이 6.5개에서 3.25개로 반감할 예정인 점이 주원인이고, 이더리움의 ETF승인가능성까지 가세하여 많은 암호자산의 가격을 상승시켰다.

이 현상에 깔린 제도적 의미는 어떤 기존자산과의 연결도 없는,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자산을 제도권이 본격 인정한 것, 미국의 자본시장과 금융당국의 전세계 자산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엄청남을 확인한 것과 중개자를 배제하고자 한 비트코인을 국가의 금융라이선스를 받은 금융기관이 상품화한 것, 즉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정신과 뉴욕 월가의 중앙화산업이 절묘하게 타협한 점이다.

비트코인이 이전 고점인 9000여만 원을 갱신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암호자산거래와 암호자산 대상 투자 시장의 참여자의 구성과 투자상품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우선 비트코인 현물 직접 투자에 부담을 가진 기관투자자들이 ETF투자에 대거 참여할 뿐 아니라, 암호자산을 보유하는 개인과 법인이 더 다변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그레이스케일은 그동안 운용해 온 비트코인등 암호자산 펀드, 비트코인 EFT 외에도 솔라나등 9개의 블록체인에 스테이킹을 하여 얻은 수익을 보상하는 새 펀드도 출시했다. 최근 독일의 증권거래소 운영사인 ‘도이취 뵈르제’ 그룹은 기관투자자 고객만을 위한 암호자산 거래소 ‘도이취 뵈르제 디지털 거래소’를 개설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번 가격상승랠리에는 솔라나, 아발란체, 폴리곤 같은 블록체인들 위에서 발행된 지급수단 토큰들도 동참하고 있다. 위 블록체인들은 서로 경쟁적으로 그 위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즉 유틸리티 토큰발행, 프로토콜 기반으로 수행하는 탈중앙화금융 서비스를 탑재하기 위해 더 낮은 수수료로 더 빠르게 더 큰 규모의 거래기록을 확정, 보관할 수 있다고 내세운다.

어떤 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른 매매수요는 매우 직관적으로 와 닿기 때문에 암호자산 투자는 국가별 시장과 제도의 차이와 관계없이 전세계의 개인과 법인들에게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암호자산이 얼마나 더 넓고 다양하게 현재 자산의 존재형태와 거래방식을 바꿀지는 쉽게 이해할 수 없음에도 암호자산을 개발하고 서비스에 제공하려는 사업자들은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고 점진적 성과도 내고 있다. 이러한 암호자산의 활용은 국가별로 시장이 구분되는 것이 아니고 글로벌하게 동조화될 수밖에 없다. 토큰자체의 발행과 거래는 컴퓨터 네트워크상에 연결되면 어느 곳에서나 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회장도 비트코인은 원장이 글로벌하게 분산되어 있는 가장 글로벌한 자산이라고 평가한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크립토 고유한(Crypto-native) 암호자산뿐 아니라 기존 자산을 표창하는 다양한 토큰, 예를 들어 부동산 토큰, 주식 토큰, 예금토큰 등을 적극적으로 만들거나 이용하는 전세계의 개인들은 서로 연결되고 협업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 필자는 그러한 그룹을 크립토 사피엔스라고 부른다. 아직 블록체인 킬러 앱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크립토 사피엔스는 토큰의 형태가 다양한 거래기록을 저장, 보관할 수 있는 가장 믿을만한 방식이 될 수 있고, 기존자산까지 토큰화되어 더 싸고 빠르며 효율적으로 자산거래를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글로벌하게 동일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암호자산과 토큰이지만, 국가마다 같은 대상에 대해 서로 다른 법과 규제체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이번 ETF 승인 전부터 암호자산 투자펀드도 허용하고, 토큰 증권의 발행은 미국, 독일, 일본 등이 벌써 허용하는 반면, 중국은 암호자산거래소 자체를, 한국은 암호자산 투자펀드와 ETF를 각 불허한다. 허용한 국가에서는 많은 변호사의 역할이 있었다.

어느 국가에서나 법적으로 다양한 새로운 이슈가 발생하는데, 각국의 변호사들이 담당할 새로운 분야이자 개척할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정부와 업계 모두 자금세탁, 투기와 사기등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에 집중하다 보니 기본적인 민사법적 쟁점조차 제대로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 암호자산과 토큰은 물리적 형태를 띠지 않아서 현행 민법상 물건은 아닌데, 그럼 어떤 법적성격을 부여할지도 해결되어 있지 않다. 토큰의 발행, 매매, 중개, 보관, 투자등 서비스와 관련하여 새로운 쟁점이 제기되고, 관련 계약을 어떻게 작성할지도 정립해야 할 부분이다. 어떤 기존 자산을 표창하여 토큰이 발행되는 경우에 표창되는 자산의 보관방법과 토큰의 이전 시에 표창된 기초자산도 같이 이전되는지에 대한 법리도 필요하다. 관련 민사 분쟁이 발생하고 있지만, 토큰이전청구권에 대한 승소판결이 나더라도 직접 강제집행은 어려워 승소당사자가 실질적으로 만족을 받을 강제집행 방법도 연구가 필요하다. 국제사법통일위원회 같은 국제기구에서는 2023년 5월 가상자산관련 법 원칙을 발표하여, 각 국가가 관련 법제정시 참고할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자산시장의 변혁을 선도하는 크립토 사피엔스들은 도전적이고 뛰어난 변호사들의 참여를 간절히 희망한다.

/박종백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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