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현 변호사
한주현 변호사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틀린 이야기다. 민법 제98조에 따라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판결을 들여다보면 동물이 정말 물건으로만 취급되는 건 또 아니다. 동물이 물건으로만 취급된다면 타인의 불법행위로 반려동물이 죽거나 다쳤어도 소유자의 정신적 손해배상은 인정이 어렵다. 소유물건의 파손이나 멸실로 인한 손해의 배상은 물적 손해배상만으로 회복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례는 “반려견은 비록 민법상으로는 물건에 해당하지만 감정을 지니고 인간과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생명체로서 여타의 물건과는 구분되는 성질을 갖고 있다”며 타인의 불법행위로 다친 반려견의 소유자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한 바 있다. 법과 판례의 괴리가 나타나고 있는 부분이다.

동물이 법상 물건이기에 제도가 발전되지 못하기도 한다. 2021년 동물학대자의 동물사육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동물소유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의견으로 통과가 무산됐다. 물건에 관한 소유권은 민법의 근간이 되는 권리로서 제한에 신중해야 한다는 건데, 동물의 민법상 지위가 물건이 아니었다면 좀 더 폭넓은 논의가 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무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체계의 혼란을 막고자 동물에 관한 특별한 규정을 제정하기 전까지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는 장치도 추가해두었다. 여론은 이를 크게 반겼고, 대통령도 국회에 법안 처리를 당부했다. 여야도 이를 우선처리 법안으로 합의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다. 법원행정처가 “법체계에 혼란을 가지고 올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밑도 끝도 없는 신중검토론을 들고나오자 모든 논의가 멈춰버렸다. 21대 국회는 3개월밖에 남지 않았으니 폐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실과 맞지 않는 법으로 인해 법체계의 혼란은 물론이고 법과 현실 사이의 혼란까지도 가중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혼란의 해결은 요원하다는 말이다. 지금 키보드를 두드리는 내 무릎 위에서 골골거리는 따뜻한 요 ‘물건’ 보기가 좀 미안하다.

/한주현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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