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변호사
△김예지 변호사

사내변호사라면 업무를 함에 있어 늘 기저에 이러한 질문이 있을 것이다. 과연 사내변호사의 재량은 어디까지인가? 실제 재량이 있는 것일까? 재량이 있다면 어디까지 이 재량을 행사할 수 있는가?

재량은 권위와 다르다. 리더쉽과도 다르고 업무 효율성이나 문제해결능력과도 다르다. 하지만 재량은 위의 모든 요소들을 포함하는 개념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내변호사들을 더욱 혼란에 빠트리는 것이다. 사내변호사는 일단 법률이라는 정해진 권위를 등에 업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법률을 회피하려고 하는, 또는 법률의 존재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각종 부서와 사업 기획들과 새로운 혁신 상품들을 마주하게 되면 법전을 방패삼아 그들을 단번에 차단하고 싶은 유혹들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법무팀에는 그러한 권한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재량을 칼로 이해하기 쉽다.

계약서 문구 하나를 바꿀 수 있는지부터 회사 사업 방향이 현존하거나 곧 입법 가능성이 있는 규제법률을 위반할 수 있다는 의견을 올리는 것까지 재량의 범위는 굳이 따지자면 무궁무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내변호사의 업무범위는 검토와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불과하다는 차원에서는 매우 제한되어 있다. 조직의 법무팀은 사업을 기획하는 부서라고 여겨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회사가 사내변호사에게 재량을 부여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주인공인 회사를 보조하고 도와주기 위해서다. 즉 회사의 사업이 위험을 최대한 회피하면서도 최대의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두 가지 토끼는 대부분의 경우 같이 잡을 수 없다.

따라서 사내변호사의 재량은 맥이 빠지지만 개별 회사와 회사의 사업 분야와 그 사업이나 회사를 규제하는 관련 법률들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사내변호사는 사업 방향을 아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사업이 회사에 어떤 의미인지도 의식해야 한다.

그리고 진부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것은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매뉴얼이 세부적으로 세세하게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는 회사라면 매뉴얼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실제 완벽한 매뉴얼이 존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사내변호사로서 내 재량이 어디까지인가는 내 스스로에게 하는 메타 자문과 같다. 변호사들이 의뢰인이나 회사에게 늘 자문하듯이 말이다. 현존하는 모든 자료와 파악한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어느 정도까지의 재량 행사가 가능한지 ‘적절한’ 수준에서 판단하는 것이다. 재량을 오로지 권위나 권한이라고 착각한다면 온전하게 기능하기 힘들다. 단순히 계약서를 검토하고 사업부가 원하는 대답만을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역시 스스로의 재량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답이 없는 질문을 왜 하냐고 의문을 제기하실 수도 있다. 올바른 지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변호사가 자신의 재량을 인식하고 이를 적절하게 행사하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업무 수행에 있어 차이를 가져온다. 변호사들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다루는 질문에는 언제나 답이 없다. 하지만 이를 답하려고 노력하는 행위가, 그리고 적절하게 그 답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어떻게든 우리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가게 된다.

/김예지 변호사
한국오라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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