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재 변호사
△최승재 변호사

이야기를 시작하며

로스쿨 제자들과 만나게 되면 이제 로스쿨을 졸업하고 10년이 넘은 로스쿨 1기 제자들로부터 그 보더 저년차의 변호사들까지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커리어(career) 관리이다. 어떻게 제 커리어를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면서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해도 되는 것인지 하는 점에 대해서 필자의 의견을 물어본다.

최근 후배 변호사님들과 만나서 변호사의 커리어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필자의 사례를 들어서 변호사의 커리어관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기회를 가졌다. 대학교를 입학하고 법을 공부하면서 어떤 법률가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가 교수가 되겠다는 생각에 닻을 내리고 이 목표를 중심으로 해서 어떻게 존경받는 법학교수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 했던 생각을 후배들에게 이야기해주었다.

법조계의 가치사슬(Value Chain)

필자는 법조계의 가치사슬을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변호사의 커리어 관리라는 쟁점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보의 양을 통해서 정할 수 있다고 본다.

법조에서의 정보의 양은 기업법무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에서 시작해서 로펌으로 가고, 법원이나 검찰 등에 가고 결론으로 판결문이나 결정문이 나와서 이를 기초로 학자들이 논문을 쓰는 일련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고 본다. 여기서 기업에 존재한 정보의 양이 100이라면 이 중에서 기업의 사내변호사가 알게 되는 정보가 60정도가 된다고 개인적으로 추산하고, 로펌은 20정도를 알게 되면 로펌은 이 20을 가공해서 법원에 5정도를 제출하고, 판결문은 다시 0.1정도의 내용을 포함하게 된다고 본다. 여기서 제시한 숫자는 임의의 숫자이므로 중요한 것은 아니고 사안에 따라서 전달되는 정보의 양은 달라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체인을 타고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정보손실이 많이 생기게 되고 이런 정보손실이 적은 앞단에서 변호사가 일을 해야 사건의 전체에 대한 이해수준을 높이고, 향후 관련 사건을 대응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변호사로서의 업무능력이나 처리에 대한 대응방안들을 창의적으로 제안하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조계에서의 커리어

필자가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다니면서 고민한 결과 정리한 커리어 개발의 순서는 사내변호사(in-house counsel), 외부변호사(outside counsel), 판사, 교수의 순이었다. 사법연수원 2년차에 갔던 미국 연수에서 워싱턴DC의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국제무역법(International Trade Law)의 대가인 잭슨 교수를 만나서 그의 강의를 듣고 커리어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그가 미국 상무부에서 근무하고 로펌에서도 일을 하고 그리고 대학교수가 되도록 정부와 로펌에 대한 자문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직경험을 가지고 외부변호사로서 일을 하다가 교수가 되는 커리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굳힐 수 있었다.

이런 생각에 의하면 사내변호사로서 경험을 하면서 가장 많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포지션에서 업무를 하고, 점차 이전의 실천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양이 작은 정보흐름(Information flow)에 따라서 법조인으로서의 업무를 하여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사내변호사는 당시 재조라고 불린 판사나 검사출신으로 기업에 취업해서 법률고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변호사들이라서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는데, 생각을 하면 그 생각이 현실이 된다고 하더니 우연히 삼성이 사내변호사를 공채로 채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사내변호사로 삼성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미국회사 경험을 하고자 했는데 당시 최고의 글로벌 기업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에서의 변호사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로스쿨제도가 2007년 도입되면서 생각했던 흐름과 달리 로스쿨 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2012년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을 하였고,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2번 근무를 하면서 법원을 경험하였고, 대법원을 퇴직하고 난 이후에 외부변호사로서 일을 하고 있다.

인생이 늘 그렇듯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그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고, 갑자기 발생하는 일들은 우리의 삶의 항로를 바꾼다. 후배들 앞에서 커리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그럼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받았는데 이제는 점차 주변이 하는 필자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상황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커리어 관리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운이 좋아서 여러 경험들을 했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앞에서 언급한 여러 포지션 중에서 어느 하나의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에 근무하는 조직내변호사(일본에서의 표현)로 일을 하는 분들은 필자의 사례가 참고가 될 것이고, 만일 로펌에서 근무하는 후배변호사들의 경우에는 이후 커리어를 생각하면서 반대로 조직내변호사가 되는 것도 생각하여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나 늘 강조하는 것은 커리어 관리의 기본은 현재 하는 일은 최선을 다해서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현재 하는 일에서, 아니면 다른 커리어 전환(career transition)을 하는 과정에서건 긍정적인 발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결정하는 커리어 전환이어야지 강제된 그만둠으로는 커리어전환을 통해서 발전할 수는 없다고 본다. 독일에서는 청빙(Ruf)를 많이 받은 교수가 우수한 교수라고 들었다. 변호사도 그런 점에서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최승재 변호사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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