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휴대폰·외장하드·노트북 전자정보 압수

서울남부지법, 지난달 준항고 신청 일부인용

"영장허용범위 벗어난 압수… 공개거부 가능"

△ 사진: 서울남부지법
△ 사진: 서울남부지법

검찰의 법률자문자료 압수는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CP·Attorney-Client Privilege)’을 인정하는 유의미한 판결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정성화 부장판사는 지난달 23일 1000억 원대 부실 펀드 판매와 환매 중단 혐의를 받는 장하원 전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현 고문) 측이 제기한 준항고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준항고는 압수수색 등 처분을 당했을 때 법원에 불복을 신청하는 제도다. 법원이 압수물에 대한 준항고를 인용하면 해당 압수물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수사 과정에서 장 대표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장 전 대표와 임직원의 휴대전화 2대, 서버 외장하드, 노트북에 저장된 전자정보 등을 압수했다.

장 대표 측은 "펀드환매중단 사건 대응 과정에서 변호인인 A 법무법인과 주고받은 문서, 메시지 등을 검찰이 무차별적으로 압수했다"며 "변호인과 교신한 자료는 비밀로 보호돼야 하는 점에서 압수처분이 위법하다"며 준항고를 신청했다.

정 판사는 "변호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기 위해서는 변호인과의 사이에 비밀보장이라는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며 "법률자문을 받을 목적으로 이뤄진 의사교환에 대해 변호인이나 의뢰인이 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며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압수물품 중 A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수신인 또는 발신인인 메시지나 전자메일, A 소속 변호사가 작성한 문서는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압수 대상이 된 전자정보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이 허용한 범위를 벗어나 압수한 셈이어서 위법함을 면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 측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자료는 증거로 사용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엄자혜(변호사시험 6회) 변호사는 "기존에 대법원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서 의뢰인과 변호사 간 비밀의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도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이와 같이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정면으로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는 점을 의미있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변호사의 변론권 보호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판결"이라며 "변호사와 의뢰인 간 의사교환 내용을 수사 단초로 이용하는 잘못된 수사 관행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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