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28일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최

"재판지연 원인 복잡… 다각적 분석후 해소"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취지 공감… 이의없어"

'약속사면' 논란에 "부적절… 투명한 절차를"

여성대법관 확대, 사전심문제 등 견해 밝혀

△ 엄상필 대법관 후보자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위원장 민홍철)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엄상필(사법시험 33회)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인사청문회는 오후 5시께 끝났다.

이날 여야 인청특위 위원들은 엄 후보자의 정책과 업무 역량, 도덕성 등을 검증했다.


●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재판지연'… 개별 사안은 "글쎄"

△ 엄상필 대법관 후보자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엄상필 대법관 후보자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엄 후보자는 법원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재판 지연'을 꼽았다.

그는 모두발언을 통해 "상고심 재판을 담당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존 소송 법령 조항을 최대한 활용해 신속한 집중 심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재판 지연을 초래하는 요소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데에도 경험과 지혜를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재판 등 개별사건에 대한 지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재판이 지연됐다고 하자 "동료 법관으로서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게 제 기본적 입장"이라면서도 "선거법 처리 기한을 최대한 준수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1심 재판이 판사 성향 때문에 늦어졌다는 지적에는 "판사의 정치 성향이 판결의 결론이나 진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법원에서 사건을 다시 살펴볼 기회가 된다면 결론뿐 아니라 절차 진행의 타당성에 관해서도 충분히 잘 살펴보겠다"고 했다.

간첩 혐의로 재판받다 유엔(UN)에 망명을 신청한 '충북 동지회' 사건과 대해서는 "피고인들의 권리 행사를 전부 재판을 지연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고의 지연이라고 판단하면 좀더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고, 경우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입법조치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있다"고 말했다.


●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사면절차법 취지에 공감… 촉법연령 하향엔 '신중'

△ 엄상필 대법관 후보자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의사가 보험에 가입하면 의료 사고가 났을 때 법적 책임을 줄여주는 내용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취지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정부는 전날(27일)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초안을 발표했다. 의료계는 의료사고에 따른 소송 부담 등으로 인해 필수 진료과 전공을 기피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해당 법안 입법을 요구해 왔다.

엄 후보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추진에 관해 전혀 이의가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의 '입증 책임을 환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신 의원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양측 의견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충분히 균형을 잘 고려해 판단해야 할 문제"고 말했다.

같은 당 이탄희 의원(경기 용인시정)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차장을 '약속 사면'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엄 후보자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런 사건의 진행 경과가 맞다면 부적절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사면절차법' 제정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엄 후보자는 "사면 절차가 더 투명하게 이뤄지고 상세하게 밝혀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하향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재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엄 후보자는 "하향이든 상향이든 정확한 기준을 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며 "연령을 낮춰 형사처벌을 가하는 정도를 더 넓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지만 어디까지 낮춰야 할지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특별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지 않은 이상 (촉법소년 연령을) 유지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 여성 대법관 확대부터 '사전심문제' 도입까지 현안 질의 이어져

△ 엄상필 대법관 후보자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오후 질의에 앞서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 엄상필 대법관 후보자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오후 질의에 앞서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향후 여성 대법관을 절반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전날(27일) 신숙희 대법관 후보자도 '여성 대법관 확대가 필요하다'며 같은 견해를 밝혔다.

엄 후보자는 "여성이 50% 이상은 필요하다"며 "인구 구성 비율에 맞는 (대법관) 성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도입 필요성을 주장한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에 대해선 "수사단계에서 영장재판을 하면 법원의 관여로 볼 측면이 있다"며 "지금은 영장 청구내용에 관해 궁금한 게 있으면 검사나 수사기관에 설명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도 "법관에게 충분한 심리 수단을 부여하고자 하는 개선 취지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답했다.

엄 후보자 청문회는 전날 신숙희(사시 35회)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에 이어 열렸다. 두 사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면 29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 표결한다. 대법관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오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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