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효정 변호사
△ 배효정 변호사

필자는 2024년 2월, 4년간의 부산지방법원 조정전담변호사로서 업무 경력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부산에서의 생활을 되돌아보면, 두 아이 엄마로, 변호사로, 학생으로 저글링하듯 일상을 위태롭게 이어가며 고군분투하였던 내 모습이 짠하게 떠오른다.

여성 변호사로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이루어내는 것’은 아마도 감히 말하건대 평생의 과업이라고 할 만한 어려운 임무가 아닐까. 나의 경우 어려운 공부 끝에 ‘법조인’이라는 직역을 택하였고, 전문적 식견을 갖춘 법조인이 되겠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변호사업과 학업을 병행하였지만, 첫 출산 이후 엄마가 되며 내게 닥친 현실은 엄중했다.

내가 출산 전 가졌던 포부는 ‘엄마’가 품기에 사치라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몸을 열 개로 쪼갠다면 가능할까’ 싶은 일, 공부, 가정의 임무들이 시도 때도 없이 닥쳤다. 두 번째 출산 뒤 복직한 이후 나는 그 소용돌이 속을 정신없이 헤매며, 엄마로서도, 변호사로서도, 그 외 모든 가족관계에서도 낙제점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나의 부주의로 아이들이 다칠 때, 집중력을 잃어 업무에서 실수할 때, 다른 가족들로부터 서운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일과 가정이 ‘어떻게든’ 양립하는 것이 가능할지는 몰라도 일과 가정 모두가 ‘흡족히’ 양립하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사로잡히곤 했었다.

포기할 수도 없이 꾸역꾸역 주어지는 가정과 회사의 일들을 쳐내다 보니 시간은 흘러갔다. 매일매일 눈물 마를 날 없이 혼돈과도 같던 일상 속 크고 작은 사건들도 시간이 지나며 언젠가는 끝나기 마련이다. 이제는 한 번씩 걸어 온 길을 돌아다 볼 여유가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어려웠던 그 시간 동안 나 혼자 모든 것을 짊어져 걸어왔다고 생각했던 그 길은 사실 가족의 사랑, 회사의 배려 그리고 스쳐 지나간 짧은 인연들의 선의와 호의를 안고 걸어온 과정임을 깨닫는다. 혼자가 아닌 함께라면,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일과 가정에서의 생활 모두가 ‘조금 더 나은 수준에서’ 양립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작은 희망을 품어본다.

/배효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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