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옥 변호사·임명공증인
박승옥 변호사·임명공증인

작년에 이 창에 “법조의 행복을 생각함”이라는 제목으로 시리즈 형식의 글을 쓰면서, 임기(!)를 1년으로 잘못 알고서, 그 부족하나마 나의 말을 일곱 번 만에 다 하고자 짐짓 무리를 하였었다. 2년인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차분하게 나누어 썼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 올 한 해를 더 쓰려고 보니, 작년의 말을 되풀이하는 부분이 불가불 생길 것 같다. 제목부터 좀 바꾸어, 올해의 나의 주제는 “진실의 법정을 바란다”로 해 본다.

진실의 법정이라 함은, 원활한 진실규명을 위한 절차 운영자로서의 법정을 넘어, 국가·사회·개인의 모든 영역에서, 진실한 행위를 옹호하고 거짓된 행위를 배격하는 판결결정의 권한자로서의 실체적 법정을 포함하는 의미의 것으로 나는 정의해 본다. 절차에서와 내용에서 공히, 거짓·부정·편법을 진실이 이김에 대하여 의문을 용납하지 아니하는 곳으로서의 법정을, 나는 바란다.

새 대법원장의 새해 첫 마디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실체적 진실 발견을 조화롭게 구현하겠다, 증거의 구조적 불균형이 불공정한 재판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증거수집 제도를 개선해 반칙과 거짓이 용납되지 않는 법정을 만들어 나가겠다”인 것으로 보도된다(법조신문 1월 3일자). 올바른 방향설정이라고 생각된다. 진실, 그것이 법정의 존재 이유이니까 말이다. 모쪼록 새 지도력 아래서, 그의 일성으로 제시한 것들이 견실히 정착되어 가기를 바란다.

진실, 그것은 국가의 정신이고 혼이며, 우리가 함께 모여서 나라를 세우고 가꾸는 바탕인 그 정의(正義; Justice)이다. 대학에서 이르기를, 오직 어진 사람만이 그 거짓된 자들을 추방하고 유배 보내고 변방 멀리로 쫓아내, 나라 가운데에 함께 있지 못하게 한다(唯仁人放流之, 迸諸四夷, 不與同中國) 하였다. 법치의 나라인 오늘, 그 어진 일을 완수할 책임은 법원검찰에 있다. 어디서든지, 거짓이 허용되고 통용된다는 인식이 불식되도록 법원검찰은 특별히 노력하여 주기 바란다.

우리에게, 가까이에서 거짓이 법의 보호를 받는 사례가 드물지 아니하다는 생각이 아직도 든다. 다분히 주관적인 기준에 따른 것이겠지만, 약 5년 전인 2019년 봄까지, 현역의 개업변호사로 필자가 일한 31년 동안, 거짓에 대한 옹호 내지 불감증 류의 법원검찰의 처분을 왕왕 경험하였던 것 같다. 그 한 가지는, 허위의 주장과 자료를 제출하여 비자발급을 받아낸다든지, 인허가를 얻어낸다든지 하는 등의 거짓된 행위를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공무방해죄에 해당되지 아니하고, 오직 담당 공무원이 관계 규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요건의 존부에 관하여 나름대로 충분히 심사를 하였음에도 신청사유 및 소명자료가 허위인 것을 발견하지 못하여 신청을 수리하게 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판결되고 있다는 점이다(2010도14696 등).

국가에게 저지른 고의의 거짓을 보호하면서, 이로 인하여 공공의 자산인 공무원의 업무 위에, 그리하여 국민 위에, 가해지는 부당한 부담을 도외시하는,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아하, 거짓을 국가에게 주장해도 괜찮다는 것이로구나 하는 잘못된, 아니, 정확한(!) 인식을 법의 이름으로 확대시킨다.

임명공증인의 일을 하고 있는 요즈음, 달리 재주가 없는 필자로서 놀면서 겸 공부 삼아서 겸 그 전문을 옮기는 중인, 미국연방 형사기본법 19 U. S. C. Title 18의 여러 형법조항들에서는 다양한 맥락에서의 허위의 신청, 주장, 제출, 정보제공 등이 그 자체로서 처벌대상으로 규정되고 있다.

거짓을 행해서는 이익이 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그 마땅한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이 확립될 때, 전체적으로 국민들의 정직한 행동이 배양되고, 부강한 나라의 초석으로 이어진다. 이 부러워할 만한 현상을, 생래적으로 거짓을 싫어하는 미국 사람들의 문화적 관성 덕분이라고만 치부할 것은 결코 아닐 터이다. 법을 그렇게 적용해 온 그 나라 법원·검찰의 일관된 노력의 결과로서, 거짓을 배격하는 법감정이 국민들 사이에서 정착되어 온 것일 것이니 말이다.

/박승옥 변호사·임명공증인
공증인 박승옥 사무소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